나는 잠자코 입을 다문다. 아이 몸에 남은 상처와 멍을 떠올리자 더는 반박할 수 없다. 아이한테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면 부모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고 떠난 아빠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P170

거센 바람이 몰아쳐서 문을 열기 버겁다. 온몸으로 밀어붙이자 꼼짝도 하지 않던 문틈이 겨우 벌어진다. 우리는 잠시 바람이 약해진 틈을 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먹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에서 천둥에 이어 번개가 번쩍인다. 번갯불이 잠시 사위를 비추자 안에서 들은 굉음의 원인이 눈앞에 드러난다.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던 나무가 기어이 쓰러져 있다. 그나마 집이 아니라 창고를 덮쳐 다행이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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