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뿌리째 뽑혀 바스러지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한 걸음 내디딜 힘이 없어도 괜찮다. 당신이 늘 누구보다 진심으로 타인을 대했듯, 이제 그 온기를 조금은 자신에게도 내어주었으면 좋겠다. - P19

아주 작은 외면들이 쌓이고, 사소한 말들이 마음을 베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고립이 조금씩 숨을 막히게 할 때. 모두가 그런 슬픔 안에서 조금씩 베인 채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상처에 처방을 내리곤 한다. 그 성급한 처방이 때로는 연고가 아니라 소금이 된다는 것도 모른 채. - P60

사람은 혼자 버터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누군가의 ‘우리‘ 안에 들어가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는 것을. - P121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각자의 기억과 감정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별로였던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먹을 만한 한 끼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불쾌했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 P126

행복을 부정한다고 해서 불행이 피해 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토록 내게 찾아온 다정한 순간을 인색하게 대했을까. 이제라도 나는 크게 다치지 않고 지나온 하루를, 잠깐이라도 누군가와 마주 보며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고 싶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아무것도 없는 하루로 여기지 않으면서. 이 조용한 괜찮음이 더는 내 안에서 의심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 P143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바라지 않았음에도 불운이 먼저 찾아와 마음 위에 짐을 잔뜩 얹어두고 가는 날. 하나쯤은 넘길 수 있었던 일들도 여러 개가 겹쳐 주저앉고 마는 날. 하지만 불운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 것처럼, 때가 되면 또 조용히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다시 숨을 고르고 아낌없이 말해주자, 이제 다시 내 삶의 운전대를 잡을 시간이라고. - P156

사람에게 지쳐 마음을 조금 거두고 싶어지는 날. 그러나 문을 닫고 싶은 날이 있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웃음이 줄었다고 해서 내 안의 다정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 P172

죽음. 사랑하던 사람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익숙했던 얼굴도, 목소리도, 온기도, 더는 닿을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아무리 울어도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상실의 공포는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할 날들 아래 조용히 묻혀갔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