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그동안 나에게 단 한 번도 축하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내 생일마저도. 아니, 내가 태어난 날은 결코 축하할 만한 날이 아니었다.그날이면 아빠는 늘 더 슬퍼 보였으니까. 만약,내가 아니라 엄마가 남았더라면 그날마다 아빠는 덜 슬펐을까... - P38
마지막이었다. 아빠와 마주 앉아 술을 먹은 건. 시계 소리조차 조심스러웠던 거실에서 우리는 각자의 슬픔을 축하하고 있었다. - P39
나는 예쁨받지 않아도, 배려받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할 수 있었다.관심이라는 말로 불리는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 가까웠다. 그 관심이 어디까지 오는 건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 P49
비어 있는 건 언제나 나였다. 나는 늘 무언가를 채우려 하고 있었다.비어 있던 엄마의 빈자리도, 아빠의 사랑도,친구도, 나는 언제나 원하고 있었다. - P117
첫 단추가 비록 비뚤게 끼워지기는 했지만, 그걸 남들과 같은 타이밍에 다시 끼울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내 옷은, 내가 입는 거니까. - P132
이유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가 없었다. 그 사실이 어느 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무거웠다. - P150
나만 끊임없이 구렁텅이 속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 버둥거려 봤지만, 내가 있는 곳은 완벽한 진흙이었다. - P183
살아 있어야 할 이유는 반드시 이 세상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이유는 꼭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 어딘가에는 남아 있었을 테니까. 누군가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P205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평온함도 언젠가는 산산조각이 날 것 같다고. 그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 했다. - P225
어느덧,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수록 그 사람이 사라지는 상상을 먼저 하게 되었고, 따뜻한 말을 들을수록 혼자 남겨질 순간부터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마음보다 먼저 거리를 두게 되었다. - P226
나는 늘 혼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버거운 짐 덩어리 같아서 다를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더 빨리 움직였다. 그런데 돌아보니, 아무도 나를 두고 간 적은 없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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