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느껴지더니 온갖 추억과 회한이 밀려든다. 익숙한 집 안 모습, 내가 오래도록 그리워한 냄새, 짭조름한 바다 공기가 어우러져 아스라한 지난날을 떠오르게 한다. 벽돌과 대들보에도 바다 냄새가 스며들어 있다.
- P19
죽기 직전에는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들 한다. 하지만 죽음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심장이 멈출 때마다 인생의 가장 가혹한 순간들을 아주 느리고 고통스럽게 겪는 듯했다. - P139
우리의 인생은 결국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어색한 침묵이 유지되는 가운데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가족들을 둘러보았다. 바깥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빗방울이 창문을 쉴 새 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 P142
넌 아무것도 사람이 아니야. 사람들은 저마다 많이 달라 보이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그다지 다르지 않아. 누구에게나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지니까 미리부터 걱정해서는 안 돼. - P238
나는 충격과 혐오, 슬픔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의 파고에 휩싸였다. 떠올리기 싫은 과거의 기억이 유령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갈 때 우리의 몸은 꼼짝없이 얼어붙게 된다. 교통사고를 목격한 사람처럼 그들의 행위가 끝날 때까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봤다. 그러다 바위 위에서 미끄러졌고, 두 사람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 P298
떠올리기 싫을 만큼 끔찍한 비극은 망각을 부른다.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또다시 같은 비극을 겪을 것 같아서. 내 경우에는 추락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비극을 결코 완전히 망각의 세계로 던져버릴 수 없었다. 단지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 P352
네가 죽고 나서 난 계속 똑같은 의문이 들었어. 사람이 죽으면 사랑은 어디로 갈까? 마지막 숨결은 공기 중에 흩어지고, 시신은 땅에 묻히지만 사랑은 어디로 갈까? 혹시 네가 아직 여기 있는 건 사랑이 갇혀 있어서가 아닐까? 나는 널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고, 내가 일을 바로잡아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어. 하지만 넌 아직 여기에 남아 있어.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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