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밤의 어둠 같은 새카만 그림자가 기다란 몸통을 구불거리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P62
살고 죽는 건 단순히 운이야.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거지. 이 순간에도 갑자기 트럭이 들이닥칠지도 몰라. 지금까지 그렇게 되지 않았던 건 단순히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고, 노력의 결과도 일을 잘해서도 아니야. 인간사회의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 P160
바람이 불어오고 마른 잎사귀 조각이 얼굴에 닿았다. 잠시 눈을 감은 순간, 그림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편하게 저 세상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이 자리를 떠났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미련을 잘 끊어냈으면 좋겠다. -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