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 집도 그런 장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싫으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을 거라면 웃으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인 만큼 모두들 선의와 악의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 P102

솔직히 나는 인간의 아니, 이 세상의 악의라는 모든 악의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물론 내가 질려 하든 말든 간에 이 세상에 악의는 존재할 테고, 그렇다고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면 그건 너무 방관적인 태도가 아니냐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비웃는 사람의 그 악의마저도 이제는 진절머리 나게 싫다. - P103

익명이라는 악마..... 세상 사람들은 대체로 익명을 부여받음으로써 인간의 본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만약 내가 익명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절대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장에 과장을 덧붙인 위선적인 자신을 연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있는 그대로 산다‘는 풍조가마치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인간이란 나에게는 ‘게으르고 칠칠맞지 못한 생물‘의 이미지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 P141

아직 심판도 용서도 받지 못한 나는 그대로 입구에 세워져 있다. 마치 그들이 나 대신 이미 후회하고 반성하고 사죄한 것 처럼. 네게는 아무것도 줄수 없어. 네게는 변명도 참회도 사죄할 권리도 주지 않을 거야. 왠지 모르게 나 혼자만 이들 모두로부터 몹시 미움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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