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해서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모르는 소리 다. 두려움이란 생명 유지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건 용감한 게 아니라 차가 돌진해도 그대로 서 있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나는 운이 더 나빴다. 공포심 둔화 외에 나처럼 전반적인 감정 불능까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 P30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 P50

발걸음을 돌리는데 갑자기 공기가 서늘해졌다. 그 공기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엄청난 힘을 가진 침묵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혹은 벌린 상태로 말을 멈췄다. 그들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 한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그 애가 있었다. - P103

이따금씩 엄마가 내게 불러 준 노래들을 떠올렸다. 엄마는 낭랑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지만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음색이 낮았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고래의 노랫소리 같기 도 했고 그저 바람 소리나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같기도 했다. 귓가를 떠돌던 엄마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곧 엄마의 목소리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알던 모든 게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 P172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 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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