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사랑은, 초보자는 도무지 다룰 수 없는, 핸들 없는 자동차를 모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의 나라로, 행복의 나라로, 아무리 애써 몰아가려고 해도 사랑의 감정은 그를 점점 더 헤어나기 힘든 슬픔의 수렁이나 고독의 늪 속으로 몰고 가는 기분이었다. - P67
눈부신 것들은 매우 빨리 지나간다. 그러므로 사랑의 속살은 광휘로우나 그 빛의 여운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자는 기억을 놋그릇처럼 성실하게 인내하며 닦는 자이다. - P78
난 너를 책임질 수 있어. 널 행복하게 안아줄 자신도 있어. 그렇게 널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깟 3살 정도의 나이 차이며, 선배 후배 따위의 감정들은 일시에 태워버릴 수 있어. 나.... 난 너의 발끝에서부터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사랑하고, 네가 담고 있는 모든 생각과 고통까지도 사랑해. 너무나 간절하게. - P105
내가 느끼는 그 두려움 속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 걸까. 꿈 속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 P108
노을 속에서 오선지 위로 떠오르듯, 명징한 별들이 멜로디를 실어냈다. 무엇인가 보이지 않게 물들고 조금씩 변하는 뒤척거림들. 목을 길게 늘어뜨리는 여자의 마음은 긴 머리카락과 함께 바람에 날렸다. 남자의 담배 연기, 남자의 체취 같은 그윽한 선율이 바람에 날고 있었다. - P109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대부분 실망하는 과정이다. 사랑으로 들어가는 즉시 대부분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결혼하면, 생활이란 게 디테일한 것이고 보면 실망과 싫증으로 사랑의 향기가 날아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일 것이다. - P127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하는 데는 두 종류가 있다. 내가 상대를 더 사랑하느냐, 아니면 상대가 나를 더 사랑하느냐. 그 미묘한 차이가 두 사람의 관계에 엄청난 마법을 부려 희로애락과 행복, 절망, 비탄, 기쁨, 슬픔을 기하급수적으로 빚어낸다. 이후 그들의 삶에는 그 선택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일만 남는다. - P143
하루하루의 일상이란 게 점점 더 뼈저리게 가슴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가볍게 흘러가버린다고 느꼈던 시간은 얼마나 소중하고 안타까운 것인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 펼쳐진 자연의 생생함. 아름다웠다. 처음 눈 뜨고 보는 것처럼 산의 나무들은 푸르렀고 싱그리웠다. - P204
이 남자는 여자와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여자에게 굽혀주고 무릎을 꿇어주어도 그만큼 더 높아지는 사람이다. 부드러움과 착함과 겸손함과 밝음을 가진 이 남자. 이 남자와 함께 했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는가.. - P215
살아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가끔이지만 이런 순간이 있어서일 것이다. 부드럽고 따스한 물과 물방울, 손가락과 어깨를 타고 내리는 물줄기,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 그 사람의 숨결, 바닥과 벽을 가볍게 치는 듯한 울림.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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