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가 명확한 집단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팔짱 끼는 행동을 자주 합니다. 권위를 세우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여기기 쉽지만, 심리학자의 눈에는 그저 불안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외롭습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혼자 해야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입니다. 그래서 자꾸 자신을 만지는 겁니다.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 싶다는 뜻입니다. - P41
인간은 더 이상 기계를 두드려 패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루듯 부드럽게 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질 사람도 없고, 만져 주는 이도 없는 아저씨들은 지금도 공원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아주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있습니다. - P51
개인이 외부 규제를 내면화하여 자기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수치와 부끄러움은 아주 강력한 통제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과거에는 허용되었던 자연스러운 욕구 표현이 지극히 개인적 공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침실이나 화장실 같은 ‘사적 공간‘이 탄생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 P83
인터넷상의 반문명적 폭력은 그대로 박제됩니다. 지금은 열광하지만 대중의 취향은 순식간에 바뀝니다. 타인에 대한 비야냥과 조롱을 일삼는 ‘ 반문명화‘ 주동자들은 언젠가는 인터넷상에 박제된 자료들로 인해 또 다른 폭력의 타깃이 될 것입니다. 악순환입니다. ‘눈맞춤‘과 ‘시선‘의 상호작용이 더 이상 작동않는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더 진화할지 몹시 두렵습니다. - P92
시선을 거부당하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의도하지 않게 시선이 읽히면 부끄러워집니다. 타인의 시선이 지속적으로 나를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심한 두려움도 느끼게 됩니다. - P94
수염을 기르는 것은 단순히 외모를 멋있게 가꾸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평가나 자기방어와 같은 심리적 기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 과시 욕구가 높거나 경쟁적 환경에 노출된 남성일수록 굵고 두드러진 수염을 선호하는 경험이 있지만, 반대로 사회적 스트레스나 자기 노출의 두려움이 큰 경우에도 수염을 심리적 방패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젊은 남성일수록 경쟁적 동기가 작동하고, 중장년층에서는 자기방어의 동기가 더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 P122
모방하는 능력이 없다면 인간을 표현하는 다른 ‘호모‘ 개념들은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모방 능력은 타인의 행동, 표정뿐만 아니라 의도와 계획까지 모방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창조력은 바로 이 모방 능력에서 나옵니다. 이는 정말 중요한 내용입니다. - P133
토론할 때, 한 사람이 흥분하면 맞은편 사람도 함께 흥분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흥분하는 사람의 표정, 몸짓, 목소리의 리듬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보내는 음악적 요소는 맞은편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 P173
오늘날 만연한 AI 에 대해 공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는 AI가 인간처럼 ‘자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겁주는 이들이 많습니다. 인간 지능을 수천, 수만 배 능가하는 AI가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을 정복할 거라고 협박도 합니다. 이런 유튜브 몇 개를 보고 나면, 알고리즘은 매번 AI 때문에 인간이 멸망하는 공포물로 이어집니다. - P178
AI의 진정한 문제는 AI를 통해 권력과 부, 군사적 우위를 점하려는 인간의 탐욕과 이로 인해 야기될 전 지구적 갈등, 지구 생태계의 파괴입니다. 에너지 집약적인 AI 인프라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며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야기합니다. 하지만 AI가 인간을 정복할 수는 없습니다. ‘자아‘ 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이들이 낡은 철학과 심리학 이론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 P179
어떤 사람과 만나면 내가 아주 유머 감각 있는 사람이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이유입니다. 같은 아재개그라도 참여자들 사이에 정서 조율이 되어 있다면, 아주 훌륭한 유머가 될 수도 있습니다. - P197
민주주의란 공간의 평등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에게 ‘차례‘를 내주는 ‘순서 바꾸기‘의 기술입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이 상호작용의 규칙이 무너져 내리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꼼짝없이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 P226
젊은 남녀 여럿이 모여 대화를 하다가 크게 웃을 때, 각자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웃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쳐다보기 때문이지요. 웃음이 터지는 순간의 행동은 의식으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무방비 상태라는 의미지요. 바로 그 순간 인간은 본능적으로 정서적 관계를 확인하고 싶은 대상, 즉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보냅니다. 이 시선은 ‘너와 이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 라는 무언의 구애 신호로 해석됩니다. - P256
소통의 절반이 언어가 아닌 공간과 몸짓으로 완성된다면, 반대로 소통을 파괴하는 길 또한 명확해집니다. 상대가 필사적으로 허공에 그리는 생각의 지도를 싹 무시해버리면 됩니다. 상대방의 눈도 보지 않고, 손의 움직임도 보지 않는 겁니다. 상대방의 소통 시도를 무시하듯 정면을 웅시하거나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 앞에서는 말하는 이가 열심히 만들어내는 소통의 공간이 아주 간단히 무너져내립니다. - P277
함께 보기는 단순히 ‘같은 것을 본다‘의 차원이 아닙니다. 상대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짓는 표정의 미세한 조율이 있어야 ‘함께 이야기한다‘ 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인 간의 만남에서 ‘함께 보기‘의 신호는 가장 기초적인 예절입니다. 돈과 권력은 이 예절을 아주 자주 건너뜁니다. - P278
타인의 시선을 더 이상 의식하지 않는 순간, 인간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됩니다. 또한 군중 속에서 감정과 행동은 빠르게 전염됩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이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 집단의 흥분 상태를 따라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집단은 아주 쉽게 선동당한다는 사실입니다. 군중은 리더나 선동가의 말에 비판 없이 복종합니다. - P293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감각적 판단과 이성적 훈련이 축적된 결과입니다. 무엇을 좋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취향은 그 사람이 어떠한 자기 성숙의 시간을 통과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구태여 내면을 드러내 존재를 확인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 P321
인정받지 못해 붕괴하는 자아를 지키기 위해 한국인이 필사적으로 소환하는 무기가 있습니다. ‘피해자 서사‘입니다. 내면이 공허한 사람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습니다. 대신 외부의 적을 만들어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세상이 잘못되어서 억울하게 당한 것이다!‘라고 믿어버리는 겁니다. 피해자가 되는 순간,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편안해집니다. 피해자는 약하지만, 도덕적으로는 옳기 때문입니다. - P332
각종 SNS가 난무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증폭된 억울함은 공감의 속도를 높이기도 하지 만, 전후 맥락을 파악하며 사실을 검증하고 숙고하는 시간을 압축해버립니다. 억울함의 에너지는 변화의 촉진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회적 양극화와 도덕적 과열을 심화시키는 역설을 낳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 곧 닥쳐올 미래입니다. - P337
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덜 외롭습니다. 내가 타인을 이해하는 만큼 나도 이해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더 멀리, 더 자주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P350
잘 쉬어야 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대화해야 합니다. 일주일에 반나절은 푹 쉬어야 합니다. 한 달에 하루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과의 소통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한국의 문제는 리더들이 너무 바쁩니다. 그리고 그 바쁨을 ‘성공‘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다 같이 정신없이 바쁠 것을 강요합니다. ‘바쁜 성공‘은 틀렸습니다. ‘바쁜 행복‘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언컨대, 행복은 느린 겁니다! - P368
공부해야 더는 불안하지 않습니다. 공부해야 남을 시기 질투하며 미워하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 P400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은 더 많은 정보도, 더 빠른 연결도 아닙니다. 서로 감탄하는 상호주관적 경험의 회복입니다. 사람이 살 만한 디지털 사회의 조건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감탄을 통해 서로를 인정받는 존재로 느끼게 하는 존중의 문법입니다. -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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