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문이든 발달하면 그만치 나라에 이익이고 도움이 되며. 혹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쓸 데가 있을 것이다. 설령 쓸데 있는 날이 끝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있어서 해로울 것은‘ 없을 것이다.
- P91
여러 말 하지 않겠다. 내게 충성하듯이, 이 어린 세자에게도 충성해주게. 긴말은 쓸데없고, 부탁은 딱 한 가지뿐이네. 내가 세상을 떠나도 눈을 감지 못할 일은.... 세자의 앞날이니. 그것만 잘 살펴주겠다면 다른 부탁은 아무것도 없네. - P115
자네들 같은 현신이 있으니, 뒷일은 무엇을 근심하겠는가. 다만 세자가 너무 어리니, 그것이 마음에 걸릴 뿐. - P116
대체 국장을 보좌한다는 것은 국가를 안목에 두고, 이 나라에서 이 임금이 좋은 임금이 되시도록 하는 것이지, 나라에는 이롭건 해롭건 임금의 일신과 마음만 편안케 해드리고자 하는 것은 참된 보좌가 아니오. - P152
지금 어린 임금이 위에 오른 이때, 그냥 버려두면 더욱 쇠퇴 하여 갈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아래로 떨어지려 하는 힘은, 그 자리에서 받아 멈추기만 하려 해도 힘들 것이다. 하물며 다시 위로 올려 밀려 하면 어지간한 힘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버려두면 아주 떨어지고 말 것이니, 어떻게 해서든 도로 위로 올려 밀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 P216
수양은 길게 탄식하였다. 정치와는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이 자기의 집착과, 양녕백부의 신선 같은 심경, 그리고 안평의 헛된 욕심, 이 세 가지를 비교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뒤섞여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어지러웠다. - P273
고함과 함께 종서의 머리 정면으로 철퇴가 내려졌고, 종서는 외마디 비명을 크게 내지르며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철퇴가 재차 내려치려 할 때, 그리 멀리 물러나 있지 않았던 아들 승규가 달려들어 제 아버지의 몸을 자기 몸으로 덮어 막았다. - P301
퍽!퍽! 철퇴가 살과 뼈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몇 번 힘차게 울렸다. 처음에 외마디 비명을 한두 번 내뱉었을 뿐. 종서 부자에게서는 다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수양은 두어 걸음 물러서서 철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땅에 엎드려 있는 부자를 말없이 굽어보았다. - P302
천만에요. 임금보다 높은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왕위는 욕심내어 찬탈하려는 자가 흔하지만, 상왕위를 찬탈한다는 괴변은 들어본 적이 없사옵니다. - P404
더욱이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처분‘ 이나 벌을 내리는 결정을 할 때면 스스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신의 처분 때문에 죽음의 길을 걷는 사람이 지금쯤 형벌을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면 무섭고 떨리기까지 했다. 그럴 때는 진정으로 왕위가 귀찮게 느껴졌다. - P424
자기의 마음은 청천백일 같았다. 만약 그분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아쉬워하는 눈치라도 보이면, 결코 딴생각 없이 깨끗이 정무에만 몰두할 참이었다. 자기의 심경이 그렇거늘, 이제 누구에게 그 일에 관해서 한마디라도 입을 버리면 반드시 오해를 살 것이었다. 그 오해를 사기 싫어서 왕에게조차 여쭙지 못한 것을, 어찌 다른 사람에게 입을 벌리랴.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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