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숫자로 말할 수 없는 인간과 세계의 특징을 묘사하면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계량화되는 세계와 계량화되지 않는 질적인 삶의 세계 사이에 소통이 단절될 때, 불행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원망할 것인가? 그런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심한 어른들을 너그러이 봐주는 것밖에 없다. - P66

추억은 언제나 그리움과 슬픔을 안겨 준다. 하지만 사람이란,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친구를 잊어버리기 쉬운 법이다. "그리고 나도 숫자들에만 관심이 있는 어른들처럼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P69

처음부터 인간은 미처 알지 못하는 숱한 제도와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살아간다. 다만 그 도움의 가치를 망각하거나 가격으로 환산하는 습관에 절어 평가절하하고 있을 뿐이다. - P75

고독과 단절을 느낄 때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홀로 고독을 관조할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면 사람은 슬프면 슬픈 대로 치유해 낸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 P91

사랑하는 존재가 세상에 하나라도 있으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마음은 행복해진다.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에 퇴근하며 바라보는, 집집마다 불이 켜진 동네나 아파트 단지의 풍경 또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러나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순간, 마을의 불빛이 더 이상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지면 별빛 같던 도시의 빛도 창백하게 느껴진다. 병원이나 장례식장의 불빛이 아무리 밝아도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듯이. - P101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말을 배우고 그 뜻을 아는 데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말의 이면을 읽고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을 얻는 과정이다. - P116

권력와 부와 명예는 인간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가치로 작동한다. 뚜렷한 목표, 끊임없는 노력, 흔들림 없는 의지력이 바탕이 되는 성취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가치들이 가진 허상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갖가지 타락이 대개 이 세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남을 다스리기 위한 권력,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허영,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소유는 본질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는 가치일 뿐이다. 우리가 종종 목격하듯 권력, 부, 명예를 추구하는 성공은 완전한 자기 상실에 빠지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 P132

칭찬은 강아지도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 노력에 대한 인정과 보상은 관계를 이끌어 주는 근본 원리다. 거기에 칭찬까지 덧붙으면 한껏 행복감을 높인다. 가장 가까운 이에게서 듣는 칭찬의 말처럼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게 없다. - P136

존재하는 삶이란 작은 황금빛 별들을 보며 꿈을 꿀 줄 아는 삶이다. 공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을 꿈꿀 줄 아는 삶이다. 별들을 사랑하는 존재로 치환해 바라볼 줄 알고 그 존재의 행복을 기원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걸음을 내딛는 삶이다. - P148

사람들은 대개 곁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하물며 그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더욱 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떤 위험을 겪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고 아쉬워한다. - P162

모든 생명은 생로병사를 겪는다. 그것은 순차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모든 생명의 불은 언제든 우연하지 않은 일을 계기로 꺼져 버릴 수 있다. 누군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피할수 있을 사소한 일로 큰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무심하지 않았다고해도 약간의 방심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기도 한다. - P162

인간에게 고독은 사랑의 신비만큼이나 깊이 숨겨진 보물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그 누구와도 소통되지 않는 미답의 산이 있다. 메마르고 날카롭고 삭막하지만, 인간은 그 정신의 지대를 배후에 둠으로써만 세상을 향해 애정의 눈길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오로지 미답의 산에 머무르기만 하는 사람들, 사막의 한 송이 꽃이나 메아리처럼 독백만 하는 사람들은 참된 삶을 살지 못한다. 고독에 머무는 고독은 단순히 고립일 뿐이다. - P189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희망은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다.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포기하지 않는 성실함을 의미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절망할 수도 있고,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희망을 가진다는 말은 넓디넓은 사막 한가운데서도 우물을 찾아 떠나는 행위와도 같다. 동반자와 함께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우물을 찾아 떠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 P241

괴로움에 빠지면 괴로움의 이유를 알기 어렵다. 반대로 괴로움에서 벗어나면 큰 고통도 순간의 일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마음의 변덕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미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하루의 삶이 괴로운 것은 실제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괴로움 자체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흥미롭게도 괴로움이 전염되듯 거꾸로 행복도 전파된다.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모든 문제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음속 우물을 찾아내야만 한다. - P264

모든 생명은 덧없다. 그리고 덧없기 때문에 소중하다. 이 덧없는 삶을 누군가는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맑은 이슬 한 방울처럼 찰나의 삶이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삶이 소중한 까닭은 그것이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소중한 까닭은 소멸하는 생명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도록 추억 속에서 간직해 주기 때문이다. 세상의 뭇 생명들은 무한히 이어지는 생로병사의 주기 속에 있다. 생명을 가진 어떤 것도 지속되지 않고 소멸한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책임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사랑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기억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랑의 책임은 기억과 애도의 책임으로 이어진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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