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타깝습니다. 인간들은 태어날 때 자기가 생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면 중죄인이 되지 않습니까.

P.70 중에서 - P70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는 삶. 죽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삶. 그것은 어쩌면 삶의 끝자락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들에게 가장 잔혹한 벌일지도 모른다.

P.72 중에서 - P72

저승사자란 원래 그런 존재였다. 인간의 죽음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 그저 죽음을 지켜보고 죽은 자를 인도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명이었다.

P.73 중에서 - P73

정신없는 응급실 안. 누군가는 고통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고, 또 누군가는 의사에게 매달리기도 하며 저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죽은 자들을 데려가는 어둠의 저승사자였다.

P.74 중에서 - P74

아이는 날 무서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저 간절히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랄 뿐.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졌다. 죽고 싶어 하는 이들을 숱하게 봐 왔는데도 유독 그 아이가 마음을 욱신거리게 했다.

P.82 중에서 - P82

누군가의 죽음에는 늘 아픔과 고통이 따르는 것 같아요.

P.106 중에서 - P106

죽은 이에 대한 마음이 서서히 옅어지고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은 신의 배려이자 자비이다. 망각은 과거를 기억하며 고통 속에 살지 않도록 신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 같은 것이지.

P.107 중에서 - P107

노부부는 자신들의 죽음에 덤덤해 보였다. 갈 때를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듯, 저승사자를 붙잡고 애원하지도 슬픔에 잠겨 통곡하지도 않았다. 그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가꾸어 온 집을 훑어보았다. 앞마당에 작은 텃밭이 있는 그 집은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으나 노부부를 닮아 단단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P.111 중에서 - P111

죽음의 모습은 각기 달라서 때론 슬프기도, 때론 아프기도, 또 때론 평온하기도 하지. 허나 죽음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같은 법. 우리가 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게 그것 아니겠느냐.

P.113 중에서 - P113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내 세상이 제일 불행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만 빼고 행복해 보였던 다른 사람들 역시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 아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 세상이 전부였던 나와 달리 그 아이는 훨씬 더 넓은 세상에서 타인의 삶도 들여다보며 살고 있었다.

P.123 중에서 - P123

나는 자전거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삶의 끝에 선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좌절하고 절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지 모른다. 세상은 그들을 나약하고 어리석다고 또는 이기적이라고 비난하지만 난 그게 그들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P.134 중에서 - P134

눈앞에 펼쳐진 골동품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본래 주인도, 이 가게로 흘러 들어온 경로도 다른 물건들은 삶을 다녀간 이들이 남긴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모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이제 숼 때가 된 것들. 그 쉼의 느낌은 지친 삶을 내려놓고 싶어 하던 나의 쉼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이 세상을 살다간 이들의 흔적으로 남은 골동품들이 평온함 속에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P.183 중에서 - P183

삶은 누구에게나 고단하고, 누구에게나 가혹하지. 그렇다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옳은 선택이 될 수는 없어.

P.203 중에서 - P203

인간은 누구나 마음이 나약해질 때면 의지할 곳을 찾곤 하지. 그것이 잘못됐다고 욕할 수는 없어.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자기 중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네.

P.203 중에서 - P203

누구에게나 생은 단 한 번뿐이기에 더 의미가 깊고 소중한 것이다. 그걸 모르는 이는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게 되지. 허나 그래 봐야 소용없다. 말 그대로 이미 늦은 뒤거든.

P.220 중에서 - P220

사실 나도 좋은 삶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돈이 많은 게 좋은 삶이라 해도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고, 행복한 게 좋은 삶이라 해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한결같이 좋거나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좋은 삶이라는 건 어떤 걸까. 그가 의문을 던졌듯 좋은 삶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P.276 중에서 - P276

신은 언제나 인간 곁에 머문다. 어떤 존재로든, 어떤 이름으로든. 인간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돕고, 때로는 벌을 내리며. 그리고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지금‘에 머문다. 그대들은 잘 살고 있는가? 언젠가, 어디에선가 그대들의 한 순간에 머물다 가겠네. 그러니 너무 자만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마시게.

P.297 중에서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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