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들이 기왕이면 길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이지도,현명하지도 않은 바람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하루하루 환희와 절망, 따분함과 흥분, 아름다움, 지저분함, 격정, 그리고 축하할 일들로 가득 찬 삶을 충실히 살아나가기를 기도해야 한다. 나는 주변의 모두가 자신보다 예쁘고, 똑똑하고, 돈 많고, 행복하고, 더 큰 성취감을 느끼며 산다고 믿은 사람들을 치료하며 살아왔다.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들이 허황된 기대감에 취하지 않고 현실을 감당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P.87 중에서 - P87

적절한 상황에 제대로 몰아붙이면 누구나 자살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고속으로 차를 몰아 콘크리트 기둥을 들이받는 건 아주 특별한 불굴의 의지를 필요로 한다. 발밑에 쓰러진 남자의 두개골을 거침없이 박살내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

P.209 중에서 - P209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가 없다. 나는 유령을 보았고, 그 유령은 바로 아버지다. 한때 명망이 높았던, 하지만 가혹하리만큼 매정한, 내게는 태산과도 같았던 아버지. 애석하게도 아버지의 유산은 새똥으로 뒤덮인 런던의 동상들처럼 더럽혀질 운명에 처해버렸다.

P.309 중에서
- P309

사랑도 못 하고, 웃지도 못하고, 환희도 느끼지 못하며 사는 게 존엄한 삶인가요? 그이는 빈껍데기일 뿐이에요. 난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는 원수라도 그런 삶을 살도록 바라진 않을 것 같은데....

P.322 중에서 - P322

침대에 누워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내 안에서 비이성적으로 분노가 쌓여가는 게 느껴진다. 이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 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는 끝도 없는 우물에 대고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댈 날이 분명 올 것이다. 그 누구를 탓해서도 안 된다.

P.336 중에서 - P336

남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패턴들. 이상치를 형성하고, 인간 행동의 한계를 규정하는 이례적이고 변덕스러운 행동들. 충동적이고, 끔찍하고, 놀라운. 우리 모두는 평범함 속에서 안전을 추구한다. 하지만 나는 확인된 영역을 지구본에 기록하고 미확인 영역을 탐구해나가는 중세 시대 지도 제작자와 다르지 않다. 빈공간에 신화적 존재와 바다 괴물의 삽화를 그려 넣으며 주의를 게을리하는 이들에게 ‘용이 사는 곳‘이라 경고하는 게 바로 내 역할이다.

P.395 중에서 - P395

부모를 숭배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며 그들이 완벽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쓰거나 편견을 보이는 순간, 우리의 신들은 한낱 인간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P.475 중에서 - P475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죠?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방아쇠를 당긴다고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 고통은 아줌마 자식들에게, 그리고 손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질 테니까요. 모든 부담과 비탄은 전부 그들 차지가 돼버릴 거예요.

P.498 중에서 - P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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