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 후로는 그런 생각조차 와르르 무너졌다. 법안이 시행되는 2년 후면, 70세 이상 되는 어르신은 전원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지금 부모님 병 수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홀가분하게 해방된다. 그리고 언젠가 부모님을 보살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던 사람들의 걱정도 무용지물이 된다.
P.11 중에서 - P11
입에 거품을 물고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법이라고 떠들어 대는 사람에게 일본 경제의 현 상황을 보여 주는 자료를 제시한다 한들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부모 병구완을 하느라 비참하게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제아무리 인간의 도리를 호소한다 한들 뜬구름 잡는 소리로나 들릴 것이다.
P.21 중에서 - P21
70 세 사망법안이 없어도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뿐인가, 병이나 사고 때문에 일찍 죽는 사람도 널려 있다.
P.42 중에서 - P42
인생이 순조로울 때는 학력이나 직장이 소문거리가 되면 내심 기뻤다. 하지만 인생이 뒤틀리고부터는 나란 존재 자체를 잊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58 중에서 - P58
마지막에는 언제나 죽음이 화제다. 늘 똑같은 패턴이다. 주변의 노인들이 어떻게 죽는지 모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능하면 고통스러운 검사를 받지 않고, 그리고 너무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게 죽고 싶어 한다. 이곳에는 그런 간절한 바람이 가득하다.
P.80 중에서 - P80
어디든 좋으니 나도 취직해야 하지 않을까. 일을 한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P.136 중에서 - P136
이제 살아 있어 봐야 별 의미가 없다. 앞으로 2년도 뭘 하며 살면 좋을지? 무슨 의미가 있을지? 생각은 그런데도, 정작 죽어야 한다고 하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밤중에도 몇 번이나 눈이 저절로 떠지고, 그럴 때마다 불안감이 덮쳐 온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면 끔찍하고 두려워서 소리를 지를 뻔하곤 한다. 그럴 때 누군가 옆에 있어 주었으면 싶다.
P.145 중에서 - P145
보탬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수고만 끼치는 인간이다. 어차피 죽는 거 , 2년 후가 아니라 내일이면 좋겠는데, 법안이 시행될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하면서 달력을 넘기는 것도 괴롭다. 누가 야금야금 목을 조르는 듯한 심정이다.
P.146 중에서 - P146
나도 자유롭고 싶다... 가족이 아닌 사람과 얘기라도 나눌 수 있으면 다소나마 스트레스가 풀릴까 싶어 현관 밖까지 나갔는데, 그 반대였다. 괜히 더 침울해지고 말았다.
P.166 중에서 - P166
그 법안 탓에 나는 앞으로 15년밖에 살지 못한다. 그에 비하면 시어머니는 여든네 살인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 2년의 유예기간이 있다. 생각해 보면 공평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나는 이렇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 붙어 있는 것은 원치 않지만, 일흔이라는 나이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P.176 중에서 - P176
진짜 노예가 된 기분이었다. 새장에 갇혀 폐쇄 공포증에 떠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 남편이 없었다면 꽥꽥 소리를 지르며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정도였다.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가다듬지 않으면 공황 상태에 빠질 것 같았다.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으면 보통은 가출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반대다. 한시라도 빨리 이 감옥에서 도망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P.180 중에서 - P180
가정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네 남편이 나쁜 거야. 그리고 집 밖에도 못 나가게 하는 너의 그 시어머니. 또 집을 나가서 독립하지 않는 네 아들. 게다가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네 딸. 다들 정신 좀 차리라고 해.
P.195 중에서 - P195
우리가 불미한 사고로 죽는다 한들, 슬퍼할 부모는 살아 있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못 믿겠지만, 인간은 60세가 넘어서 크게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그 나이가 되어야 비로 소 인생을 내다볼 수 있으며. 젊었을 때부터 품었던 ‘뭐 때문에 사는가 ‘ 하는 물음에도 대답을 찾게 됩니다. 인간성도 더욱 풍요로워지고 말이죠. 그 전까지는 오직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리사욕을 채우며 살았지만, 이 나이가 되면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인생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P.258 중에서 - P258
어쩌면 나는 그나마 복받은 경우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자식 하나가 외부모를 모시고,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요양원에는 빈자리가 없고 돈도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비참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정도로 많은 것 같으니까.
P.298 중에서 - P298
병든 늙은이 수발은 모든 가족을 피폐하게 만드는데, 요즘은 손자까지 총동원되는 상황입니다. 자식은 그렇다치고 손자까지 희생해도 괜찮은 것인지요.
P.325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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