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살아야 할까?
📌강희영 저자의 <최단경로>!
💭이 작품은 강희영 작가의 첫 작품으로, 긴밀한 설정과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단단하게 직조된 작품으로, 전임자의 방송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발견한 라디오 PD 혜서와 교통사고로 아이와 엄마를 잃은 애영이 각각 소리의 정체와 사고의 근원을 추적하는 여정에서 불가해한 우연으로 마주치며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작품은 각자 다른 시선과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하나의 서사로 정교하게 수렴되는 탁월한 구성력 뿐만 아니라 완결성까지 간결하고 인상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금 우리는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축적된 데이터가 도출해내는 빠르고 경제적인 노선을 추구하면서 사는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그렇게 찾아낸 최단경로가 항상 최적의 경로를 보장하지 않는다.
💭생의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길 위에는 갖가지 장애물이 놓여 있고,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도 그것을 모두 짐작하고 피해 가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렇게 삶의 예측불가능한 돌발성을 쉽게 간과한다. 애영의 아이와 엄마를 앗아간 교통사고도 데이터의 작은 오류에서 비롯되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의 지도에는 아이와 할머니가 건너던 횡단보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애영은 무력하게 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에 더해 어쩌면 이 사고가 누구의 잘못도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안락사를 선택하게 된다.
💭진혁의 방송에서 알 수 없는 소식을 반복해서 듣고, 노트북 맵에서 기록된 지역의 실제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에서 스트리트 뷰로 확인해가며 그의 자취를 좇는 혜서의 여정 역시 데이터와 몇 가지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혜서를 추동한 것은 그러한 데이터, 혹은 진혁에 대한 의문만은 아닐것이다. 혜서는 경력직으로 입사하여 진혁과 같은 연차였다. 그렇지만 그와 달리 혜서에게는 성과를 낼 만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외곽 시간대라고 부르는 한산한 자리에 편성된 프로그램이나 공개방송의 협찬을 담당하는 업무만이 주어질 뿐. 이 작품은 혜서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부조리에 더해 불공정한 노동과 인종차별의 문제까지 곳곳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아이의 아빠인 진혁은 고작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고 책임을 회피하고, 혜서의 프로그램의 작가인 민주는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살지 않는 이상 직접 차를 몰거나 택시를 타고 출근해야 하는 새벽 시간대 프로그램조차 최저임금의 급여를 받는다. 애영과 처음 마주친 네덜란드인 가브리엘 역시 곤니치와 라고 인사하며 그녀의 인종과 국적을 착각해버린다. 이런 현실 전반에 걸친 차별의 단면들을 요령 있게 임시하는 작가의 시선이 혜서의 여정과 애영의 선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긴밀한 설정과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단단하게 직조된 이 작품은 도입부에서 몇 가지 복선을 내비친다. 인공지능 화자가 소설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해 인간과 죽음, 존재와 부재에 대해 사유하는 장면 등 아름답게 느껴진다. 또한 아이의 애착인형이었던 곰 인형을 사고현장에 놓아두는 애도의 방식도 마음을 울리지만, 무엇보다 귀중한 것은 마음이 무너지기 쉬운 장면에서조차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는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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