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박영봉 지음, 신한균 감수 / 진명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박영봉 지음 | 진명출판사

 

내 삶의 방식은 나밖에 모른다. 그것을 모르는 자들에게는 동정도 받고 싶지 않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의 삶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백년 앞의 친구다. 모두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단 하나는, 로산진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졌다면 나는 만족한다.

 

로산진의 말이다. 이것은 로산진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 로산진의 사후의 모습, 즉 현재의 모습을 다 담고 있는 예언적인 말 같기도 하다.

 

한 가지 특정한 단어로 그를 설명할 수 없다. 그는 그리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없다. 타인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적어도 불행에 더 가까웠으리라. 태어나기 전부터 그는 아버지를 잃고 세상에 태어나서도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지도 못했다. 늘 솔직하고 직설적이면서 독설적인 말로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며 살았다. 안티 로산진이 참 많았으리라.

 

그런데 지금 일본은 그런 로산진에 열광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큰 액수에 거래가 되고, 그의 모조품조차도 거액에 거래가 될 정도이다. 일본 요리와 예술의 만남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정도이다. 그런 로산진이 살았던 일본이, 로산진이 남긴 유산이 많은 일본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왜 도자기를 빚게 되었냐는 물음에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담기 위함’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로산진.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서도 자신이 음식을 담아 먹는 그릇은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요리 재료를 구하는데 있어서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사람. 오늘 그의 요리가, 그가 만든 그릇에 담긴 그의 요리가 정말 먹고 싶어진다.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의 내용이 지루해서도,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아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로산진이라는 일본인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여러 모습을 겹쳐 보면서 나 스스로 로산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정의를 내리며 읽느라 시간이 더뎠다.

 

저자도 로산진을 유아독존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의 삶의 모습을 보면 분명 그는 유아독존그 자체였다. 하지만 저자는 로산진의 삶을 조명하며 그 부분을 그리 강조하고자 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읽는 나 역시 그 부분은 그저 읽고 스치는 것쯤으로 치부해 버렸다. 어려운 성장과정으로 인해 그런 성격이 생겼으리라 생각하며 덮어버리기에 충분하다.

 

일본 사람들이 왜 로산진에 열광하는지, 일본 요리가 왜 아름다운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릇으로써 요리를 더욱 빛나게 한다는 생각, 50년 전의 생각이라니 대단하기만 하다.

 

나의 삶에 비추어 보면 모든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플라스틱 그릇으로, 그냥 큰 양푼으로 그저 배를 채우는 것에 만족하며 사는 모습이 동물적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했다. 살아가면서 먹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 중요한 일을 더 의미 있게 만든 인물이 바로 로산진이다.

그런 로산진의 마음을, 일본의 모습을 조금은 본받아도 될 것 같다.

 

이 책은 그렇게 로산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요리와 그 요리를 담는 그릇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전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에 담긴 작품사진과 함께 감상하면 더 좋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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