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하고 연약함에 대한 위로와 공감. 그리고 용기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 삶을 위한 성경 강독
한동일 지음 / 인티N / 2024년 3월

종교를 떠나서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에게 자신의 가장 약함을 바라보고 그 약함과 괴로움을 직시하고, 그 직시함이 바로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조용하고 은근하게 권하시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느껴졌다.
당연히 예수님의 말씀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역시 난 베드로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악한 것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이고 그런 약함으로 인한 자신의 허물을 솔직하게 드러낸 인간적인 베드로. 그러나 그것으로만 끝나지 않은 베드로.
아마 나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갈등과 두려움의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비록 약하고 두려울지라도 스스로 물어보며 올바른 용기를 내어야 할 때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전체 챕터가 53개로 되어 있다. 늘 곁에 두며 1년 52주동안 매 주 1챕터씩 천천히 읽으며 묵상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출판사책제공후씀)

[100자평]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 삶을 위한 성경 강독
한동일 지음 / 인티N / 2024년 3월

불완전하고 약한 나에게 공감과 위로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 묵묵히 살아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그래야 한다고 북돋아 주는 힘.

여름귤. 그리움과 추억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ㅣ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간략한 책 소개였지만, 이미 재미있을 거라는 예상과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속도감있게 읽힐 수 있는 흥미 뿐 아니라 굵직한 질문과 여운을 주는 작가님의 전작들이 이미 있기도 했고, 게다가 이번엔 '사랑'과 '그리움'라는 키워드까지 있었다. 미래지향적인 소재들을 자연스럽고 현실감있게 풀어내는 것처럼 이번에도 메타버스라는 공간이 있었다.

사실 코로나 이후 메타버스라는 말이 퍼졌고 이미 자연스러운 메타버스 세계가 펼쳐지고 있겠지만, 아직 나에겐 어색하고 잘 와닿지 않는 세계이다. 그런데 메타버스 속에 이미 세상을 떠난 형의 공간과 친구와의 만남이라니.. 환상인 듯 현실인 듯 미래인 듯한 이야기 속 비밀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이 이야기는 키워드처럼 사랑하는 사랑했던 이들에 대한 고백이요 그리움이요 애도이다.

책을 읽은 후 뒷표지를 보았다. 이미 써놓은 소감들이 너무나 하나 하나 와닿았고, 그 이상의 어떤 소감을 쓰기 어려워졌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유독 많다. 입시라는 현실앞에서 가장 많이 힘들고 갑갑했을 텐데 남녀공학 특목고라는 특수성, 꽤 멀리 위치해있어서 통학거리와 수단이 길고 어려웠던 현실, 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난 나의 친구들..여러 가지 여건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시간의 흐름이 더해져 가장 아프지만 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사랑이며 애도라는 것을..

과일을 썩 좋아하지도 않고, 먹을 때도 살짝 귀찮아하지만, 한겨울 뜨신 바닥에 배깔고, 손쉽게 까먹으며 책보는 즐거운 로망때문에 그나마 좋아하는 과일인 귤. 이젠 겨울귤이 아닌 '여름귤' 도 궁금해지고, 귤을 떠올리면 이 책이 같이 생각날 것 같다.


#여름의귤을좋아하세요
#이희영
#창비서평단 #창비도서협찬

지난 여름을 떠올리며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ㅣ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여름의 치열한 뜨거움은 다소 누그러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스레 가을로 건너가고 있는 이때, 다시금 여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꽃님 작가의 새책을 읽어내려갔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이미 작가님 책에 대한 몰입도는 예상했지만, 이번에도 역시..시간 순삭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책 표지를 보고는 유찬과 하지오의 순수하고 청량감 넘치는, 조금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는데, 두 아이들 뿐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가족과 사람들과 관계와 그 마음들에 대한 더 넓고 깊은 이야기였다. 읽어갈수록 번영읍 사람들의 말과, 행동, 모습 하나하나가 떠오르며, 꼭 있을 것만 같은 정주군 번영읍에 가고 싶어졌다.

각각의 비밀스런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는 찬과 지오. 둘은 미움과 원망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단절 아닌 단절을 하며 더 상처내고 있지만, 결국 보이지 않았던 많은 이들의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통해 자신들이 지켜져 왔음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선택이라는 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을 거라고.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고."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지라도 최선의 선택을 한 것" 임을 이해하게 되며, "누군가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말에 울컥하게 된다."

"선함은 다른 사람까지 선하게 만들고야 만다"는 것을 믿고 싶다. 때로는 미움과 분노가 찾아들더라도 매여 있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해 볼 생각이라는 지오의 말처럼. 나 역시 아직은 선의라는 것이 있으며 이것이 분명 삶을 좀 더 따듯하게, 살아갈 만 하게 만든다는 것을 믿고 싶다. 그리고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마음으로 간절히 살아주기를 바랐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과 손길이 나의 것이 되기를..

#이꽃님
#여름을한입베어물었더니
#문학동네 #문학동네도서협찬

어른이란 늘 진행형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언젠가 어른이란 '나에겐 늘 ~ing 진행형' 이라고 쓴 적이 있다. 아마 나이로는 당연히 어른일테지만, 바람직한(?) 또는 되고싶은 어른의 모습에 대해 나름의 고민끝에 썼던 것 같다. 이미 신체적으로는 더이상 성장, 자람은 없을 것이다. 외려 퇴화되는 시기일테지만, 여전히 난 성장하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스하고 포근한 색감에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는 제목은 읽기전부터 무언의 위로와 응원을 주는 듯 했다. 놓치기 쉬운 주변의 사람과 풍경,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마음을 잘 걸러내어 조곤조곤 옆에서 얘기해 준다. 소중한 삶에 대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잊고 있던 기억들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상이 쌓여 삶이 된다. 그 일상의 평범함이 비범함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 일상을 소중하게, 다정하게 바라보고, '살아있는 것들을 끌어안으며ᆢ'살아가는 것. 그렇게 나도 계속 조금씩 자라가고 싶다.

#우리는조금씩자란다
#김달님 #에세이
#창비서평단 #창비도서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