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자라는 그곳, 지중해
홍수정 글.사진 / 책만드는집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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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참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 듯 하다. 잡고 있는 것을 잠시 놓고 떠나는 여행. 여행 정보는 인터넷 세상에 넘쳐나고 있으니, 여행 정보지보다는 여행지의 감성을 담고, 꼭 나와 같은 심정을 가진 사람이 떠난 여행을 훔쳐볼 수 있는 그런 책이 각광받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그나마 좀 원래 글쟁이(?)이신 분이 써서 읽을만한데, 어떤 책들은 고작 몇달의 여행으로 내용도 없고 감각도 없고 감정도 없고 좀 예쁜 사진만 살짝 있는 책들이 꽤 그럴싸한 제목을 단, 이런 책이 잘 팔리나 싶다. 

  그건 그렇고. 제목은 지중해를 빌려 썼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고 떠나 있는 사람의 늘어진 감성이 솔직하게 그려져서 좋았다. 조금은 소심하고 그래서 걱정도 많고 겁도 나지만, 그래도 여행을 해가는 그런 보통의 여자가 떠난 혼자 여행. 떠나있지만 한국에서의 일을 걱정하고, 돌아가서의 일도 걱정되고, 여행하고 있는 지금도 좋지만, 다음 여행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걱정이고. 여자 혼자 떠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다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크게 내용에 울림이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이런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혹은 이런 여행이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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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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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는데 감상이.. 딱히 없네. 그냥 나쁘진 않았는데, 좋지도 않아서.

사서볼 책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팔렸는지는 모르겠음. 마케팅면에서 한국인의 애국심이나 아픈 역사를 건드려서 자극했다는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픈 삶을 살면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잃지 않았던 그런 걸 한국사람들이 좋아하기는 하지. 한국 현대사의 비틀어진 고리의 시작이 딱 그 시점이었기 때문에 잊고 싶으면서도 잊혀지지 않고 잊어서는 안되는 그 역사.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위로, 그런 점에서 다 공유할 수 있는 아픔인 시점. 그런 것들을 덕혜옹주라는 소재로 건드린 게 사람들의 마음을 끈 것 같다. 덕혜옹주가 누군지도 잘 몰랐던 사람들도 많으니까. 난 자세한 삶은 몰랐지만 대강 알았는데(잘난 척 중 ㅋㅋㅋ). 뭐든 좀 알면 재미없는 것도 있는 법. 내가 잘 몰랐으면 와, 이런 분도 있구나 이러면서도 아파했을수도 있다.

소설로만 봤을 때는 주인공 이외의 인물들은 너무 캐릭터도 약하고 소설의 스토리에 억지로 끼워넣어서 생동감이 없고. 덕혜옹주의 삶을 조명하고 의식을 환기시켰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학 작품으로써는 별로.... 문장도 재미없고. 다 어디선가 본 듯한 문장으로 개성이 없다. 전체 스토리는 담담한데 에피소드들은 기폭강한 소설의 요소들 같아서 구성력도 떨어지고. 한번 정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느낌. 그냥, 시간 남을 때 시간 때우기 용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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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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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팔려대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5장도 읽지 않았는데 빨려들어가서 결국 새벽 4시까지 완독.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는 좋은 작품이다.

날 때부터 타고난 상처.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몰라 남을 상처주고 아프게 한다. 그래서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더 많이 아파한다. 자기가 가진 상처를 알고 인정하고 치유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성장의 모습과 서로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보였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이웃과의 사랑, 삶에 대한 사랑. 우리의 인생 속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랑들이 조명되고, 그 사랑이 갖는 어두운 면 또한 드러난다. 그래도 사랑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우리에겐 드문 아프가니스탄인 점도 이 점을 극대화시킨다.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와도 비슷해보이기도 하는 아프가니스탄. 그런 뒤틀린 역사 속을 걸어가야하는 개인은 서로를 사랑하고 상처를 치유할 시간도 부족하다. 더 뒤틀리고 얽히며 시련이 계속된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더 깊은 내면의 성장을 이뤄내고 평범한 성장소설에서 벗어나게 한다. 더 슬픈 건 아프간의 비극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 읽고 나니, 삶이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커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신은 성장을 거쳐 노화로 들어갈 지 몰라도, 마음은 육신을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 성장해가는 것이다.

기대치 않았는데 너무 좋아서 선물받은 기분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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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동문선 현대신서 50
피에르 쌍소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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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나서 이게 1이고, 2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글자 하나하나에도 민감한 편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느리게 살기는 최근들어 더 각광받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 속의 느리게 살기란 일단 다 이뤄놓고, 혹은 이루지 않아도 가진 사람들이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치로 보인다. 먹고 살아야하는 사람에게 느리게 살기란 딴나라 이야기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단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이 아름답다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느리게 살기는 과거의 추억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그것는 과거이기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지나올 때 과연 그렇게 행복하고 여유로웠을까? 아마 지금의 시절도 지나가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다만, 왜 바쁘지 모르게 바쁘게 살고 있는 정도가 되면 한번 멈춰 서서 돌아보는 느리게는 의미가 있다. 학생 때 원래는 A라고 목적을 이룰 수단으로 B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공부하다보면 A는 잊어버리고 B에만 집중하다가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지 하고 순간 서버린 적이 있었다. 사실 행복하기위해 일하고 취미도 즐기도 사랑도 하고 하지만, 어느 순간 수단이 목적을 전도할 때가 분명 온다. 사람은 단순하니까. 그럴 때는 느리게 삶을 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고, 꼭 해야한다.

그러나 일상을 느리게 살며 세세한 관찰을 하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는 것은.... 그래, 하면 좋지. 근데, 그래선 먹고 살 수 있겠어? 꼭 그게 아니어도 인생은 멋진 것들도 가득 차 있으니, 열심히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바쁜 와중에 느림이 의미가 있다. 최소한 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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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정원 - 바깥의 소설 30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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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쫓아 온 삶. 그동안의 것을 버리고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울까. 희망이 있기에 시작했고 누군가는 성공이라 부르는 것을 거머쥐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모든 과정을 패스하고 열매만을 쥐는 건 안되니까. 현재만 보고 부럽다 할 것은 아니지. 작가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책 읽어서 제목만 보고는 사색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 밖. 직접 이민의 경험은 없지만 해외에 많은 이민자를 보낸 나라의 국민으로써 이민사에 대한 작품들을 그동안 읽어왔어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낯선 이의 파고듦. 원주민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 같다. 그들이 가져오는 새로움과 불안을 마찬가지로 느껴야했겠지. 끝까지 희망적 색채를 잃지 않으려 애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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