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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 단순생활자 – 에세이스트라 불리길 원하는 소설가 황보름의 일상을 엿보다. 복잡생활자가 단순생활자로 위장한 에세이.
■ 그녀의 네 번째 독자가 진작에 되지 못한 걸 후회한다. 난『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황보름 작가의 덕후로 입문한 독자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말이다. 사내 독서토론회 활동을 했었는데 그 중의 책 하나가 황보름 작가의 「휴남동 서점」이었다.
집 근처 「소수서점」에서 황보름 작가와의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단순생활자」도 읽지 않은 채 무작정 참여했다. 난 휴남동 서점에 관련하여 할 말이 더 많은 사람이었는데 단순생활자가 주연이다 보니 아웃사이더가 된 느낌이었지만 작가의 달변과 꾸밈없는 솔직함에 좋은 인상으로 남은 행사였다.
「소수서점」은 토크 콘서트를 열기에 그리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다. 의자 배치를 지그재그로 하고 무대의 단을 조금 높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찍 도착해서 앞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천성인 MBTI 때문에 맨 뒤에 앉았다가 후회만 막심이었다. 중간에 키 큰 여성 독자 한분이 내 앞에 앉는 바람에 그녀의 뒤통수만 보면서 오디오로 작가의 음성만 듣는 희한한 토크 콘서트가 되었다. 그래도 내용이 좋았으니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 에세이스트라 자칭하는 작가, 소설가로써의 그녀가 더 매력적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수천 권의 책을 팔아야 받을 수 있는 인쇄가 거기 찍혀 있었다.(19p) 작가로써 생업을 영위한다는 것이 쉽지만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 한 곡의 노래를 작곡하여 히트시키는 것이 가성비가 나을까? 어찌되었던 직장인 생활도 했다는 작가의 리얼리티때문에 더 친근한 작가로 여겨진다. 나와의 비슷한 점이 일도 없다면 절망적일 텐데 그래도 직장인에서 시작했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 일정한 루틴이 살아있는 사람 - 24시간 생활에 대한 에세이다 보니 요약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작가를 보면 몇 가지의 일정한 루틴이 있다는 거다. 하루에 한 끼 이상은 꼭 직접 해 먹기, 아침은 식빵이나 과일로 간단히 먹고, 점심은 시간을 최소한으로 투자하는 범위에서 차려 먹고, 저녁은 그날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시간들여 해 먹기.(74p) 일정한 청소 루틴(청소는 대게 밥을 먹고 한다.78p) (하루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만 할애하면 된다.79p) 매일의 걷기 루틴(p124 에피소드 「그날의 산책」참고),
나도 선크림을 바르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요즘 MZ들은 당연히 바르는 수순인데, 평소에 로션도 제대로 바르지 않던 사람이 선크림까지 찾아 바르려니 보통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하루속히 정착 시켜야 되는 숙제를 안고 오늘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 작가는 육체파임이 분명하다.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킥복싱에 관한 에세이를 쓴 작가는 이번에는 줌바 댄스 입문을 소재로 에세이를 썼다. 줌바 댄스와 함께 음악에도 입문을 하게 되었단다. (줌바 댄스를 시작하고 나서 음악도 더 듣게 되었다. 150p)
책에 관한 팟캐스트, 오디오 북 :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다. 오디오북의 존재도, 책에 관한 팟캐스트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접하지는 않고 있었다. 시력이 나빠지고 책 읽는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이제는 도전해 봐야겠다는 당위성에 빠진다. 한때 년 100권 정도를 3년 동안 꾸준히 읽었는데 이젠 시력 때문에 불가하다. 안타깝긴 하지만 작가의 조언대로 오디오북을 도전해 봐야겠다. 그리고 , 상상을 해서 입으로 글을 쓰는 시도도 해봐야겠다. 머리 속을 정리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인데 작가는 상상의 상상을 더하여 머리 속에서 그리는 작업을 썩 잘하는 친구다.
■ 작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 나의 하루(241p) 에피소드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엿보기는 왜 이렇게 흥미로울까, 그러나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똑같은 사람이니까?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단순한 작가의 일상이 나를 위로 한다. 나와 비슷하구나! 그렇다면, 나도 작가의 길로 갈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다만, 작가의 일상을 정확히 계산해서 마트에 나타난다거나 산책길에 조우하거나 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스토커로 신고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에세이는 여전히 요약하기 어렵다. 그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지금 열심히 쓰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