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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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김영란 법을 탄생시킨 최초 여성 대법관의 조금은 어려운 사회에 대한 담론.

 

전짓불 : 손전등에서 비치는 불빛(네이버 어학사전 인용), 단어의 뜻은 국어사전을 찾아봄으로 쉽게 이해했다. 그러나 작가가 의미하는 전짓불은 무겁고 두려운 기시감을 마주치게 한다. 전짓불빛의 공포, 서로 다른 신념체계를 가진 사람들. 책의 프롤로그부터 나를 짓누르는 책의 무게감. 가볍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 대학교재로 더 적합하다 할 수 있겠다. 그동안, 꾸준히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어려운 단어와 문구들이 줄지어 문장을 형성하는 책은 처음인 것 같다. 그나마, 후반부에 실제 대법원 판결의 판례를 가지고 설명하는 부분은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내 수준이 뒤처진 것인지, 저자의 수준이 너무 높은 것인지 모르겠다. 대중이 이해하는 책을 쓰려면 보다 쉽게 풀어서 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몇 번은 읽어야 그나마 이해가 될 듯하다. 무서운 책이다. 어려워서 무섭다.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알아야만 이해가 되는 책이다. 난 롤스를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간략하게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대신해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치철학의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하나로 평가받는다. 1921년 출생하여 프린스턴 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4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정의론」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 「정치적 자유주의」 「만민법등의 저서를 남겼다.(22p)

 

잠정적 타협과 중첩적 합의 : 책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사회가 잠정적 타협을 넘어 중첩적 합의에 이르는 사안들이 많아질 때 진정 성숙한 선진사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잠정적 타협과 중첩적 합의는 그런 뜻이라 생각한다.

 

중첩적 합의 ;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세계관, 진리에 대한 신념 등이 다르더라도 바람직한 사회의 질서에 대하여 대체로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일단 그 중첩된 부분에 한해 성립시키는 합의를 말한다.(34p)

 

이런 생각 끝에 대법원의 최근 판결들이 공적 이성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중첩적 합의를 통한 갈등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지 등을 롤스라는 렌즈를 통하여 살펴보겠다는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45p)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1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들 간의 합의와 대법원 판결

: 분묘기지권, 제사주재자 사건 / 친생부인의 한계 사건 /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롤스는 중첩적 합의와 잠정적 타협은 아주 다르다는 점을 그의 저술 곳곳에서 강조한다.(60p)

 

20년간 분묘를 유지하면 남의 땅도 내 땅이 되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일제강점기 조선고등법원 판결)(62p)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만 토지소유자가 대가(지료)를 요구한다면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는 지급해야 한다.(72p)

 

전통적 가치들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절대적인 가치를 내려놓고 평등 원칙이라든지 재산권 보호의 원칙이라든지 하는 헌법적 가치들에 그 자리를 물려주고 있다. (78p)

 

모자 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이해 친절하게가 성립하는 자연적 친자 관계이지만 부자 관계는 법률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의미에서 법률적 친자 관계다.(93p)

 

2우선하는 기본적 자유들과 대법원 판결

: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건 / 부동산 명의신탁을 둘러싼 사건 / 손자녀 입양, 미성년자 특별한정승인 사건

 

세계적 흐름에 비추어 보자면 늦은 감은 있지만 다수결은 일단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했다.(160p)

 

이처럼 원초적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목록을 앞에서 열거한 사회적 기본재로 측정하는 것이 로스의 정의의 원칙이 적용되는 기본적인 방식 이므로 젠더와 인정처럼 어떤 고정된 자연적 특징들이 불평등한 기본권을 할당하거나 어떤 사람들에게 더 적은 기회를 허락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165p)

 

롤스는 가족이 이러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제도화되어 있고 다른 정치적 가치들에 저촉되지 않는 한 정치적 정의관은 일부일처제, 이성애 등 어떤 특정한 형태의 가족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게이와 레지비언 등 성적 소수자들로 된 가족의 형태도 허용 가능하다고 했다 (167p)

 

다수의견의 결론은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은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170p)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 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는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과 미성년 자녀의 기본권보호와 복리라는 가치들 사이에서 어떤 가치들을 우선시 할 것인가의 문제다. (177p)

 

성적 소수자에 대한 거듭된 전원합의체 판결들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조금씩 합의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롤스가 주장하는 중첩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고, 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수용해가는 단계로 보인다. (187p)

 

그러나 부동산계약에서는 명의신탁은 무효라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자의 권리 행사는 막을 수가 없었다. (197p)

 

두 번째 사건이 선고된 후 그 결론의 적법성을 떠나 결론의 부당성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어서 국회는 미성년자 및 빚 대물림 방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20221213일부터 시행되었다. (226p)

 

이 사건의 원고는 보호받지 못했지만 입법으로 이 문제가 뒤늦게나마 해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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