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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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에게를 감상하고

 

그림책이니까 읽었다는 문장보다는 감상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한 표현이겠다. 글자 수는 아주 적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어른이를 위한 책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는 얘기다.

 

해피에게 · 콜라에게 · 제니에게,

- 어찌 보면 코코에게라는 책 제목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다. 나름대로 그 녀석들과 함께한 가슴 찡한 스토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피는 발바리 종이었다. 쥐를 잡아먹고 비몽사몽 사경을 헤매던 녀석을 엄마가 비눗물을 먹여서 살려 놓았는데, 또다시 쥐를 잡아먹고 황천길로 갔다.(이게 무슨 소리냐고? 할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국민학교 시절인 그 당시엔 쥐약을 학교에서도 나눠주고 쥐 퇴치 운동을 벌였었다. 그래서 쥐약 먹고 비틀대는 쥐들이 동네에 꽤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 해피가 그놈들을 집중적으로 사냥(?)한 것 같다) 코코에게를 읽으면서 내가 키웠던 녀석들이 하나, 둘씩 눈앞에 오버랩되었다. 눈물이 글썽하고 코끝이 시큰거리며 심장이 뜨거워진다. 해피, 해피(두 번째 개에게도 해피의 추억으로 이름을 해피라고 지었다.), 콜라 !

제니는 지금 키우고 있고, 고양이니까 빼고 가야겠지만 언젠가는 추억하며 코코에게와 같은 그림책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목도리 책 속의 주인공 (책 속의 주인공 이름이 지칭되지 않아 이후 이렇게 부르겠다.)와 코코를 이어주는 영혼의 연결고리다. 추운 겨울 지하주차장 버려진 종이박스 안에서 만난 코코, 는 코코를 데리고 올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코코가를 따라서 왔다. 강아지는 주로 주인의 선택을 받는 게 기본인데 주객이 전도되었다. 고양이가 집사를 간택하고, 간택당한 주인이 따라오는 것처럼 말이다. 추운 겨울날 처음으로 코코에게 온기가 되어준 버건디(와인)색 목도리, 코코는 그 목도리의 온기를 잊지 못했나 보다. 이사 가는 날 의 손에 목줄을 박차고 뛰쳐나간 코코가 물고 온 물건이 그 와인색 목도리다. 세상보다 따뜻한 것을, 한입 가득 물고서, 심장을 포개어 주려고 달려오는, 작고 기쁜 영혼이었지 [책 속에서 인용]

 

수묵화다. 이 책의 그림은 한국화의 대표적인 유형인 수묵화가 생각나게 한다. 코코를 만나기 전엔 전통 수묵화, 코코를 만난 후에는 민화에 가까운 퓨전 수묵화. 코코와의 동행이 마냥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득 담듯이 후반부부터 화가는 색채를 많이 쓰기 시작했다. 화려한 동행을 꿈꾸는 화가의 기대치가 색으로 표현되었다. 게으른를 일으켜 세상속으로 동화시키는 역할은 코코가 맡았다. 코코가 주인공이다. 코코가를 세상 밖의 골목으로 인도하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다. 코코와의 바깥나들이는 화려한 총천연색이다. [좋아하는 전봇대와 그 밑에 핀 풀꽃, 놀이터 모랫바닥에 숨겨진 반짝이는 병뚜껑들과, 천변의 붕어들을 보여 주었지 (책 속에서 인용)]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톤 다운이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사색하게 만드는 책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애완동물의 수명이 인간의 반의반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먼저 보낼 수밖에 없는 녀석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가 책으로 코코를 기리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이 아닐까? 코코에게를 감상하여 먼저 간 해피와 해피, 콜라를 추억하며 기려본다. 너와 함께 많이 놀아주지도 못하고 함께 산책도 못 가서 미안하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얘들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단 한편의 시에 코코와의 동행하는 삶을 담담히 적어냈다. 그 시를 바탕으로 온전히 코코의 일생을 그려냈다. 화자인가 코코의 영혼을 구했나, 코코가 의 영혼을 구했나, 후자라고 시인은 얘기하는 것 같다.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면이 보인다. 세밀하게 색감과 터치를 관찰하게 되는 책이다. 보면 볼수록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품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최단기간 가장 많이 반복하여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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