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수상한 중고상점을 읽고

 

따뜻한 책이다. 역자 후기를 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역자가 픽한 문장이 내가 사진을 찍은(ebook이다 보니) 문장과 같으니 스스로 감각 있다 치켜세우며 어깨를 으쓱해도 될까? 아니면 자아도취 말기 환자가 되었다고 눈총을 받을까?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속에서 인용]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축약하여 숨겨놓은 보물찾기의 보물 같은 글이다. 이 책이 주는 주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처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떠올렸다. 미치오 슈스케는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을 받고 데뷔하여 주로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쓴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데 유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가 쓴 다른 소설과 같지 않은 따뜻하게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치오 슈스케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섣불리 단언할 수 없지만 두 책이 결을 같이 한다고 본다. 두 작가 모두 이전의 자기가 주로 집필한 책과는 좀 색다른 작품을 완성했다고 본다.

 

이 책은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가사사기 중고상점의 점장인 주인 가사사기, 그의 친구 부점장 히구라시 마사오(둘다 스물여덟 살), 미나미 나미라는 소녀(중학교 1학년으로 나온다) 이렇게 셋이다.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에 나오는 13세 소녀 마리에와 주인공 의 우정어린 관계가 떠오른다. 일본 소설은 우리나라와 좀 다른 면이 많다. 이 책에서도 일반적인 설정이 아닌 중학생 소녀와 지금 MZ세대라 불리는 두 청년의 우정을 그렸다는 것이 색다르다. 아니면, 또 다른 가족의 탄생인가?

 

이 책에는 사계절이 담겨 있다. 사계절의 챕터로 나누었다. 그리고 사찰 오호지의 땡중에게 물건을 강매당하는 히구라시가 매번 등장한다. 나는 히구라시라는 좋은 친구를 둔 가사사기가 부럽다. 엉터리 추리로 탐정 놀이를 하는 친구의 추리를 맞춰 주기 위해 뒤에서 연극처럼 작품을 꾸며 가사사기의 추리를 명탐정 코난처럼 만들어 주는 그런 친구를 둔 가사사기가 마냥 부럽다. 마치 마니토 게임의 베일에 가려진 마니토처럼 친구를 도와주고 명예도 얻게 하고 정작 본인은 뒤에서 사건을 몰래 해결해 버리는 그런 존재,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그런 친구다. 작가가 히구라시에게 투영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매우 궁금하다.

 

체크메이트다.’ 장기에서 외통수와 같은 말로 체스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가사사기가 주로 하는 말이다. 모든 진상을 자기가 알아내고 해결하고 있다고 믿는 순진무구한 가사사기의 말이다. 그의 추론은 비록 엉터리이고 정확하진 않지만, 친구 히구라시에 의해 완벽해진다. 때론,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고 사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실제의 진상을 안다면 천재 가사사기도 당황하겠지? 히구라시는 가사사기가 천재 탐정이라는 사실을 믿는 미나미 나미를 낙담시키지 않기 위해 가사사기의 추론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 열일하는 히구라시라는 존재는 친구 가사사기 뿐만 아니라 미나미 나미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얼굴없는 천사다.

 

사찰 오호지 땡중에게 강매 사기당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책은 사찰 오호지에서 귤을 수확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결말로 치닫는다. 여기서, 처음으로 가사사기의 추론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뻔하지만 그래도 가사사기는 체면치레 한다. 소친의 속마음을 맞췄으니까 말이다. 이야기마다 가족이 나온다. 갈등은 있지만 종국에는 갈등이 해소되며 희망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처음이다. 가을 챕터에서는 세명의 주인공 중 홍일점인 미나미 나미의 스토리가 있다. 이들이 인연을 맺고 세대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된 배경이 나온다. , 여름, 가을, 겨울 자식과 부모의 이야기가 나오고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봄은 모자지간, 여름은 부녀지간, 가을은 모녀지간, 겨울은 부자지간의 따뜻한 이야기다.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은 미나미 나미가 좋아하는 오빠는 가사사기일까 히구라시일까? 독자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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