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의 시간 -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인생 여행법
김진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여행의 시간 – ‘여행’이란 단어만 들어도 설렌다.
‘여행’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맘이 설레는 단어다. 도시건축가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의 책이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여행지에서 건축과 관련된 이런 저런 에피소드 등이 가득 담긴 책이겠지 했다. 책을 다 읽은 후 나의 느낌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양새다. 여행에 대한 자세와 태도가 담긴 책이다. 독자로 하여금 사유와 사색을 하게끔 만든다. 여행에 대한 고유의 철학을 녹여낸 지침서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물론, 깔끔하고 담백하다. 재미있다. 의외의 소득도 있다. 여행을 대하는 나의 관점에 대해서도 곱씹어 보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작가를 알고서 깜짝 놀랐다. 내 기억속의 그녀는 똘끼있는 당찬 국회의원이었다. 책 한권도 읽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문가이자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다작작가라니? 사람의 단편적인 면만을 보고 그 사람 전부를 안다고 착각하는 판단의 오류가 많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 기회였다. 40대인 1994년에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차세대리더 100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선정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작가를 선입관으로 팽시켜 버릴 뻔했다.
책을 대표하는 카피, 「여행의 시간은 짧지만, 여행을 품은 인생의 시간은 길다」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의 아류작인 것 같지만 나름 내포하고 있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짧은 여행에서 받은 감동과 감흥이 살아가면서 추억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어떤 사람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나 또한 경험한 모든 여행들이 음으로 양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 작가가 말한 ‘여행을 품은 인생의 시간은 길다.’라는 문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작가는 홀로여행 애찬가다. 첫 챕터를 ‘나’로, 홀로여행으로 열었다. 홀로 여행을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최고의 기회라고 했다. 나는 홀로여행을 한 번도 한적 없다. 왜 그랬을까? 되짚어 보면 딱히 이유는 없다. 사회적 분위기와 가풍정도가 그 이유였다면 이유다. 남자임에도 외박이라는 단어는 결혼하기 전까지 꺼낼 수 없는 금기어였다. 결혼 한 후에는 딱히 그래야 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곧바로 아이들이 생기고 나니 홀로여행은 다녀와 본 자만이 누리는 특권으로만 비춰졌다. 책을 읽고 나니 어떻게든 홀로여행을 경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용기가 나질 않는다. 허락을 구할 용기 말이다.
작가는 궁합 맞는 여행지가 있다고 했다. 리스본이 작가에게 그런 곳인데 못 가봤다고 한다. 못 이룬 사랑, 마음속 연애대상으로 아련한 감정과 더 강해진 호기심이 남아 있는 상태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여전히, 쿨한 성격의 여행자다. 메콩강에서의 느린 멍때리기도 소개했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지만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기대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또한, 여행길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낯설고 당황스러운 자신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의 지혜를 한 단계 더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여행이라고 한다.
두 번째 챕터에서 ‘관계’의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커플여행, 아이들과의 여행, 효도여행, 애완동물과의 여행 등이다. 나의 여행은 주로 커플여행이었다. 작가는 커플여행의 위험성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서술했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철들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의 경험상 말이다. 효도여행은 누구에게나 미션이라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사람의 인생은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효도여행을 통해 부모의 새로운 욕망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놀라웠던 것은 작가의 애완견과의 여행에 대한 시각 때문이다. 한마디로 존경의 마음이 들면서 나의 과거를 반성하게 되었다. 준비 없이 애완견을 키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사회적 상황도 숙성되지 않아 이웃들의 항의(대형견이라)를 받으며 키우던 시절이었다. 요즘같이 애완견과의 여행이 일상이 되고 동반여행도 가능한 시대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애완견을 동반한 여행객들을 볼 때면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 눈시울이 그렁그렁해진다. 작가의 애완견과의 여행에 대한 철학은 이 문장 하나로 셧아웃 됐다. ‘같이 여행 가지 않으면 가족이라 할 수 있겠니?’ 그래, 애완동물도 가족이지.
세 번째 챕터는 ‘여행’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돈이 있어야 갈 수 있다. 그 돈을 모아서 가느냐? 지르고 나서 갚느냐? 그 차이다. 일단 용기를 내어 먼저 가는 것이 합당한 듯하다. 작가는 여행은 돈과 시간사이의 줄타기라고 했다. 돈이 없을 때는 시간이 많고 돈의 여유가 있을 때는 시간에 쫓길 확률이 높다고 했다. 작가는 가난한 여행 속에서도 근사한 저녁 한 끼 먹기, 추억을 자극할 물건 꼭 사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버킷 리스트가 쌓이기 전에 여행을 가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추억을 자극할 물건 사기는 나도 즐겨하는 여행습관이라 격하게 공감한다.
이 챕터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스테이 여행에 대한 작가의 식견이다. 제주 한달살이가 한 참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스테이 여행은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기회가 된다고 한다. 랜선 여행에 대한 예찬도 나름 고개가 끄덕여 진다. 또한, 가고 싶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지 못했던 여행 로망지는 누구나 있다는 생각해 미소가 절로 나온다.
특별부록이 없었다면 이 책의 건 처음기대가 무너질 뻔했다. 작가의 배려로 건축학과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문적인 작가가 추천하는 도시여행법을 세 가지 스타일로 정리해 놓았으니 실전에 적용해 보길 바란다. 특별부록을 얻으면서 나는 일거양득하게 되었다. 개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