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는 없다
테일러 애덤스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재미없는 책은 아니다. 책 제목이 출구는 없다지만, 결론적으로 출구는 있다. 근데, 상쾌하고 개운한 출구가 아닌, 찝찝하고 떨떠름한 출구다. 사실, 난 마블시리즈처럼 깔끔하고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좋아한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니 무척 기대가 된다. 하지만, 흥행대박을 터뜨리고자 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연출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

.

이 책은 선택과 용기에 관한 책이다. 과연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때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 주인공 다비의 용기와 의협심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나약한 미대생 다비라는 주인공의 설정은 처음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다. 체급이 맞지 않은 상대를 링 위에 세운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1:1 매치도 아니지 않는가?

.

.

한정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찐득한 두뇌싸움, 다비는 첫발부터 잘 못 내딛었다. 사면초가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마침 배경은 폭설로 고립된 작은 휴게소. 주인공의 천로역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제작비는 여타의 블록버스터보다는 적게 들겠다 싶다. 주로 심리묘사와 등장인물들의 면면들이 많은 부분 등장하니까 말이다.

.

.

소설에서도 그 나라와 민족의 정서가 묻어 나오는 것 당연한 귀결이다. 불 세 나라를 비교해 볼까나 ? 이 소설은 미국답다. 가장 미국다운 소설이리라 ! 역시, 여러 가지 영화의 장치 및 에피소드 들은 각 나라별로 많이 달라질 듯하다. 이 소설은 영화를 만들려고 작정하고 써내려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작가가 영화감독 출신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

.

운좋은 한 명의 사이코패스가 시종일관 하드캐리하는 소설. 연약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은 보잘 것 없는 기지로 순간순간 목숨을 부지한다. 이런 종류의 끈적끈적한 스릴과 긴장감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대단한 호평을 받을 작품이지만 난 갠적으로 이렇게 나약한 주인공은 싫다. 하지만, 이런 주인공이야말로 실제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너무 마블에 심취되었나? 악당에 당해도 한 칼에, 아님 한참 맞다가 10100배 갚아주는 그림. 실컷 당해놓고 마지막 일격은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그게 옥에 티인 듯하다.

.

.

주인공 다비의 캐릭터는 참 잘 뽑아냈다. 누가 배역을 맡아야 할까 ? 제이는, 그리고 애슐리는 ? 영화로 나오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영화에서는 좀 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액션을 좀 추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원래 악인은 힘든 고난에 늪에서 허우적대며 잘 빠져 나오지 못해야 하는데, 소설 속 악당은 너무 스마트하고 교활하다. 사이코패스의 완전체. 정말 내가 싫어하는 부류다. 우리가 소설에, 영화에 너무 이런 캐릭터를 많이 창조하다 보니 그런 캐릭터들이 실 사회에 나와서 활개를 치는 것은 아닐까? 하여튼, 스릴러 호러 장르에 더 잘 맞을 듯한 소설. 연출자의 의도와 실력에 따라 명쾌한 액션영화 아니면 잔인한 스릴러 영화 둘 중에 하나로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

읽다 보면 계속 빠져 드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개운한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은 나의 취향 탓이리라 여긴다. 난 이런 분위기보다는 기욤뮈소의 밝은 분위기가 좋다. 주인공의 마지막을 그리는 것은 테일러 애덤스가 나은 듯하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