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을 다룬 책이다. 사람이 죽고 나서 발견되어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를 미처리시신이라 규정하고 미처리시신에게 일정한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그런 상상, 그러한 일을 돕는 일을 맡은 주인공은 학교 다닐 적에 공부하던 참고서 보다 더 어려운 치다꺼리 지침서를 머리에 숙지해야 한다.(간단히, 먹으면 도니 부담은 없다.)

 

처음에는, 너무 현실감 없는 황당한 상상의 전개라 당황스러웠지만 작가가 진정으로 그리고자 한 삶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니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이젠, 나름 신선해 보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각은 참 간사하기 짝이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은 나름대로 귀중하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옛말처럼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다 미처리시신이 되어 버린 몇몇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전개된다. 파격적이고 강렬한 전개는 없지만 잔잔한 파도가 울림이 되어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하나의 인생이, 한 사람의 영혼이 책이 된다는 설정. 지극히 소설가다운 발상이다. 주인공도 작가다. 대필작가. 대부분의 영향력 있는 유명인들 중에는 대필로 쓴 책을 본인이 직접 집필한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사실 여부야 어찌되었던 그 안의 스토리는 허구가 아닌 진짜이니 뭐 꼬치꼬치 따지지 않겠다.

 

대필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은 독자들이 미처리 시신이 된다. 주인공을 중앙에 두고 여러 가지 스토리들이 중첩되고 파생된다. 이제야 소설답게 재미있어 진다. 철거현장에서 물대포에 맞아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 잡지나 라디오에 원고를 창작하여 보내 탄 원고료로 입에 풀칠하는 사내, 도깨비를 만난 사실을 현실이라 믿는 여인

 

세상을 도배하는 인기 드라마에는 온통 잘 난 사람 투성이인데 소설에선 잘 나지 않은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나도 이들에 비해 별로 잘난 것도 없는 것 같다. 이들이 삶이 그렇게 빌어먹을 놈은 아니라는 사실 ! 모두의 인생에는 이유가 있고 깊은 사연이 있고 배경이 있다.

 

책을 덮으면서도 개운치 못한 기분이 든다. 삶은 누구에게도 단 한번 ! 소중하지 않은 인생, 귀하지 않은 삶은 없다. 미처리 시신의 빌어먹을 사연들을 접하면서 뭐가 징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밀려온다. 더불어는 정당이름 앞에만 붙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갈 우리의 인생이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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