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삼사재 기획선 10
이용호 지음 / 삼사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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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용호 작가의 단편소설은 특유의 끌림이 있다.

거창한 주제를 갖는 것도 아니라 치밀한 구성으로 긴장을 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쉬운 단어와 편안한 전개로 독자를 흡입하는 힘이 있다

뚜렷한 글의 방향 또한 글을 읽는 이들의 독해에 도움을 준다.

또 하나의 특징은 거의 모든 글에서 상상의 여지와 궁금증 하나정도는 남겨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상계엄에서 딸의 행방이라든지, 이반장에서 이반정의 삶에 태도에 대한 사유 같은 소설의 흐름을 감당했던 꺼리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고 묻어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의 허구로 느껴지기보다 현실 속에서 화자를 통해 듣는 있음직한 이야기로 받아들여 진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정치관련 주제와 뒷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지나온 흔적에 대한 회상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언젠가 꼭 알리고 싶었던 에피소드를 고이 간직했다고 문자를 통해 풀어놓은 듯하다.

최근 있었던 비상계엄을 배경으로 한 테마소설은 실제와 반대되는 상황으로 전개하면서 그 위험성과 위법성을 알려주고 있다.

정치적 관점이 아니라 딸을 잃은 부모로서의 심정으로 계엄에 대한 저항을 알려주는 듯하다.

시장에 관한 소설 두편은 주인공이 같은 것으로 연작으로 읽혀진다.

시장과 비서실에서 실제 일어남직한 사건들에 대해 불의한 세태를 꼬집으며 혹시 지금도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경계와 감시의 역할을 독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이 되는 자치와 참여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반장에서는 선입견과 관계에 대한 고민을갖게 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이 모두에게 동일한 시선으로 다가오지 않음을 보여줌으로 나에게 약간의 당혹을 준다.

이반장이란 인물에 대해 소설 전반에 걸쳐 줄곧 묘사하고 있지만 이반장에 대한 결론은 잘 모른다이다.

주인공이 이반장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깊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반장의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장면은 관계의 설정에서 오는 오류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처럼 자기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덧붙여 발견되는 또다른 허물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하다.

세면장에서는 과거 군대시절 흔히 겪었던 사병과 하사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계급이 절대적인 군에서 계급과 짬밥의 충돌을 다루고 있는데 양병장과 김하사의 타협과는 다르게 구조적 대랍은 변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회의 관념이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이기엔 한계가 존재함을 느꼈다.

그남자의 시대에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건축사장이 다시 찾아와 용돈을 요구할 때 느끼는 주인공의 복잡한 마음이 읽힌다.

1987년, 성대 앞에서는 데모의 정당성과 진압에 대한 짧은 회고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데모로 인해 복사기집이 불이 나 기계가 망가졌음에도 또 데모로 인해 하루 장사를 망쳤음에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은 모습에서 시대적 공감을 갖게 한다.

가게 앞에 주차한 차주가 애써 양말이라도 구매하는 모습이라든지 장사를 망친 사람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그러면서도 내일은 더욱 힘차게 장사하리라 다짐하는 모습에서 열심히 사는 소시민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어렵지만 사람살아가는 맛을 전해준 작가의 기치에 흐뭇해진다.

시의원이 된 종태의 이야기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를 생각케한다. 말과 배경이 번지르한 사람, 보편적 기준에서 모자람에도 관계에 진심인 사람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할 숙제에 대해 해답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산 정약용을 오랫동안 연구한 작가답게 실용과 목민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돋보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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