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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평점 :
고호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발칙한 상상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앞뒤 구성을 탄탄하게 엮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평양골드러시는 평양에 증조부께서 숨겨둔 금괴를 찾아간다는 기막힌 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으로서 돌파구가 필요한 방법으로 특이한 금괴를 매개로 하고 있지만 소설에서는 다양한 고민꺼리를 던져주고 있다.
봉건시대의 신분격차, 이념의 차이, 체제의 상이함, 돈 때문에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보여준다.
특히, 누구의 관점에서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가정은 작가가 던지고픈 정의를 불안전성이라 생각한다.
삼태의 입장에서 본 일련의 상황(지주라는 가진 자의 권력으로 누이를 희롱하고 빼앗는 더구나 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모순등)에 대해 심판하는 장면은 또다른 정의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사끝이 본 이 심판의 장면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행위로 극단적 불의의 장면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중성을 지니며 살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또 나온다.
금괴를 찾은 후 인찬과 브로커는 서로가 신의보다 욕심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인찬은 고용주로서 브로커를 책망하게 되는데 실은 같은 감정을 가진 것 아닌가 싶다.
어쩌튼 금괴는 삼억에게 돌아갔으니 이것을 사필귀정이라 해야 하나.
마지막 단락인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서는 과연 원수라는 것이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지 고민케한다.
삼억과 손향의 첫만남 그리고 다시 만남을 통해 옛일들이 회상되어지고 그럼에도 현실의 상황은 두사람을 가족으로 묶어주고 한다.
서로 원수같은 집안이면서도 그런 감정이 현재의 삶을 이어감에 있어 어떤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짧게나마 질문을 던지고 있다.
평생을 복수의 일념으로 다져온 삼억에게 또 최상류의 집안에서 처절히 무너져 짐승같은 삶을 살아가는 손향은 여전히 저주의 대상이기보다 가족의 끈끈한 정이 필요하고 서로에게 의지할 힘이 되어주는 그런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역시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꽤나 무거운 문제들을 단순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왜나하면 처음부터 허무맹랑한 소재를 삼으면서 이야기를 풀었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게도 너무 세밀하게도 표현하지 않고 누구나 겪은 듯한 과거의 일로 국한했기에 깊은 생각은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이념의 갈등, 신분의 격차, 황금만능, 가족의 의미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던져주면서도 그 어떤 결론을 내고 있지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입장에서 어떤 정의를 세워야 하는지 다양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굳이 작가의 정의를 찾아보자면 그것은 사필귀정 정도가 될 것 같다.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된 재미난 이야기를 만났다.
역시 고호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