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우리들의 날
이호성 지음 / 모든스토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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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은 대체로 아프다.

지우려해도 결코 지울 수 없는 기록의 산물이기에 역사는 후대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사회가 발전한다는 전제하에 또 민주주의는 피의 역사라는 명제를 기억한다면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관점에서 가슴아프다.

과거의 흔적들이 현재에 생생한 장면으로 재현될 때 우리는 가슴아픔이 있다.

[지워진 우리들의 날]의 저자 이호성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했기에 이번 소설은 새로운 형식으로 다가온다.

감사글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시나리오소설이라는 유형으로 창작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영화를 보는 듯한 때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있다.

특히 중간중간에 그려 넣은 삽화나 기록사진들을 볼 때면 소설을 넘어 역사자료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특히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친일과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더욱 가슴아프다.

지식인들의 고뇌와 선택이 결과를 알고 난 뒤의 심정으로 쉽게 평가내릴만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역사는 준엄해야하고 냉정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고 바륵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쓰여진 이유 역시 제자리에 관한 것이다.

소설을 관통하는 단어 하나가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상식에 근거하고 인륜에 맞춰산다는 것이 때론 얼마나 큰 고통인지 느끼게 한다.

이책은 친일파가 되어야하는 지식인의 항변을 거론하였지만 작가는 철저하게 제자리를 강조하며 바로 세우는 길을 지향하고 있다.

문진섭이라는 엘리트 지식인의 이상과 소작농의 아들로 지주의 딸을 연모하는 시골청년을 대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식인은 극한상황에서 변절을 선택하게 되지만 소작농의 아들은 줄곧 첫사랑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결국 대단한 독립운동가가 되는 스토리를 세우고 있다.

아마도 제자리라는 것과 상식이라는 것이 작가의 관심이었기 때문이리라.

역사의 정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켜나갈 수 있는 상식이어야 하고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어렵지 않은 원칙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지금도 반복되고 이어지고 있는 기득권의 반칙과 특권이 이 소설을 계기로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과 용서가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아직도 용서할 일이 많고 용서 받아야할 일이 많으며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자들의 분노가 가슴을 깊이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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