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 ㅣ 걷는사람 소설집 5
조영한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8월
평점 :
사람이 가장 혐오스러워하는 것은 사람을 닮은 생명체라고 한다.
마치 자신의 치부를 보는 듯한 수치스러움이 혐오로 둔갑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저마다 숨기고픈 슬픈 자화.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서서히 드러날 때 불편한 감정은 일어난다.
조영한 작가의 소설 [그들이 눈을 감는 시간에]는 그런 불편함이 시종 나타나고 있다.
많은 서평가들은 하나같이 불편하다는 말을 한다.
그것은 소설속에서 주인공인듯 주인공이 아닌 등장인물들이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이아닐까 싶다.
드러나게 인물을 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행동, 분위기 등을 묘하게 대비시켜가면서 주인공들의 낙담과 실패 그리고 소외된 패배자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인물을 이름이 없이 특정된 표현으로 불리는 것도 사실 불편하다.
웬지 사회 속에서 동화되지 못하고 소외된 마치 기계의 수많은 부품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 같다.
이것이 작가에 독자에게 주는 불편한 시대상황이 아닐까 싶다.
고졸로 불리고 업자로 쌍년으로 사촌언니로 직원으로 민머리로...
그많은 호칭은 어쩌면 나를 대변하는 호칭이 아닌가 싶어 불편하다.
나를 너무도 똑같이 닮아 혐오스러운 그러면서도 거부할 힘이 없는 그런 불편함이 소설 내내 독자인 나를 괴롭힌다.
평범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평범하게 보인 삶의 내막에는 저마다의 좌절과 고통이 숨어 있다.
어떻게든 버텨보고 발버둥치려는 삶의 저항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과연 어떤 것이 행복인지 어떤 상황이 유토피아인지 아니면 어떤 삶이 나락으로 떨구는 구렁텅이인지 길을 잃게 한다.
그래서 작가의 글들은 여전히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