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8 : 무정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8
고재봉 글, 장우룡 그림, 손영운 기획, 이광수 원작 / 채우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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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무정]을 흔히 근대 장편 소설의 효시라고 말한다. [무정]은 이전의 소설들과는 상당히 다른 소설이었다. 다시만 해도 남녀가 유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무정]은 시작 장면부터 남녀 사이의 애정 이야기가 나왔으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던 셈이다.

 

 이전 소설들은 한문 투의 어려운 문체로 생동감 넘치는 인물의 감정묘사가 어려웠던 반면, 이광수의 [무정]은 그 당시로는 혁명적이리만치 문체가 입말과 같은 자연스러운 글이었다. 생생한 입말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쏟아 내니 이를 처음 접한 독자들은 그야말로 [무정]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무정]이라는 소설은 이광수에게 있어 조금 남다른 소설이다.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소설이기도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소설 속의 주인공 이형식이 이광수의 분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정]의 주인공 이형식은 고아로 자라다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온 영어 교사다. 그런데 이 점이 이 광수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이광수는 11세 되던 해에 콜레라로 부모님을 여의고 당시 한참 유행하던 동학에 가담한다.

 

 [무정]이 발표된 1917년에는 이미 우리나라가 일제에 의해 국권을 잃은 상태였다. 정치적인 자유가 없는 식민지인에게 [무정]의 이상과 꿈은 현실과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점을 예리하게 지적하지 못한 채 종종 일본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무정]의 계몽주의가 가진 큰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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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정]에서 기생 월화를 감복시키는 선각자가 나오니, 바로 패성 학교의 교장 함상모가 그 주인공이다. 함상모는 주인공 이형식보다 한 세대 전의 인물로 말하자면 구한말의 애국 계몽 운동가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우리 민족의 실력을 길러 외세로부터 우리의 주권을 수호하고 조선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자는 이른바 실력 양성 운동의 효시가 애국 계몽 운동인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 대중을 설득하고 교화하는 방식으로 유행했던 것이 웅변이었다.

 

 이광수의 [무정]에 나오는 함상모 역시 빼어난 웅변가로 나오는데, 당시 사람들이 이러한 웅변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함상모의 웅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내용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함상모는 늘 우리 민족이 지금과 같이 위기에 처한 까닭이 우리 스스로의 무지와 타락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함상모의 웅변 내용에는 평소 이광수 자신이 신문 잡지를 통해 노골적으로 외쳤던 자신의 사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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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 [무정]은 조선이라는 오백 년 된 고목의 껍질을 벗고, 제국주의의 위협이라는 매운 한파에 맞서가며 새로운 시대를 건설하는 청춘들의 몸짓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무정]은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탄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새봄을 예비하는 아픔의 흔적도 가득하다.

 

 사람들은 [무정]에서 젊은 청춘 남녀의 열정에 찬 사랑을 읽어 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광수는 근대의 벽두에 다른 이야기도 아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썼을까? 그것은 바로 근대의 속성 때문이다. 근대 시기에 최고의 가치는 바로 개인과 이 개인의 고유한 성격인 개성이었다.

 

 그러므로 [무정]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한 갈증은 곧 새로운 시대를 위한 염원에 다른 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사람들은 [무정]을 통해 우리의 근대 사회를 이해하려하기도 한다. 즉 [무정]의 주인공들이 겪는 시련들이란 바로 근대를 열기 위해 극복해야 했던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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