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 - 세계적인 대안학교 서머힐에서 9년, 채은이의 생생한 성장일기
채은 글.그림 / 해냄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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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책을 읽은 우리나라 부모들이라면, 먼저 부럽고 아이들을 이런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만큼 서머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매우 행복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지 궁금하다. 요즘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수험생과도 같이 너무 힘들게 공부해야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무시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부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서머힐에서는 아침 8시 30분까지 일어나야 하는 것 말고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놀고 싶으면 놀고,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한다. 공부란 강요나 지시에 의해 하는 것이 아니고, 놀이란 순수하게 즐거운 것이다.

 

 또한 학생 수가 적어 반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개개인에 맞춰줄 수 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민접한 거리에서 보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따라서 늦게 배우기 시작하더라도 진도가 빨리 진행되곤 한다. 늦은 것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정말 이 부분은 우리나라 학교들도 이런식의 수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 서머힐에는 배고픈 아이들이 많다. 식욕이 가장 왕성할 때의 남자아이들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저녁 7시면 다운타운의 슈퍼도 문을 닫기 때문에 허기지는 밤은 굉장히 괴롭다. 이런 밤에는 인스턴트식품이 제일이다. 그래서 저자 채은은 한국에서 짐을 쌀 때면 꼭 인스턴트식품을 챙겼단다. 특히 라면은 저녁시간을 놓치거나 입맛에 맞지 않아 식사를 걸렀을 때, 아니면 잘 먹고서도 금방 허기가 질 때를 위한 비상식량이었단다.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서머힐은 자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선지 토끼들이 풀을 뜯어먹는 모습에 익숙하고 밭에서는 늘 꽃과 채소가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 곳 서머힐의 수업은 과목마다 또 선생님마다 다르며,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어가며 수업을 하기도 하고, 오로지 학생들이 원하는 것만 하기도 한다. 학생들에 맞춰 수업 방식을 수정할 때도 있다. 정해진 틀이 없이 각양각색이다.

 

 서머힐에는 작지만 알찬 도서관들이 있다. 열 살에서 열세 살 연령대 도서만 있는 클래스2 도서관도 있고, 학생들이 다 읽고 기증한 일어, 중국어, 한국어 등으로 쓰인 도서들 그리고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책들로 빼곡한 전체 도서관도 있다.

 

 서머힐 수업은 참석 여부를 스스로 정할 수 있지만 연극을 할 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늘 빡빡하게 짜인 연습시간에 빠질 수가 없다. 연극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너무나 많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작품을 발전시키거나 연습을 하는 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다. 특히 공연 날짜가 정해지면 연습시간을 거의 일주일씩 잡고 모든 시간을 연습에 투자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아이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캐릭터는 사라지고 기존의 내용은 많이 바뀔 수밖에 없다. 그만큼 단체생활에 있어 개인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서머힐은 스물네 시간 같이 생활하는 기숙 학교라 다른 학교에서는 접하지 못할 많은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시설을 나눠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칙이 생기고 모두가 철저히 지키게 된다. 내가 그 원칙을 지켜야 다른 이들도 지키고 그래야 빈약한 시설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숙학교라는 점에서 여타의 대안학교들과도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들 때가지 학생들은 서머힐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사람들과 가까이 살다 보면 때로는 갑갑하고 서로의 존재가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러나 내 욕구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욕구도 존중하면서 서로 맞춰나가면 모두가 편할 수 있다. 서머힐은 이렇듯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서머힐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 서머힐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를 주지만, 그것이 남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라면 용납하지 않는다. 이렇듯 서머힐리언들은 내 공간, 내 의견, 내 자유를 존중받으려면 남의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따돌림은 학교에서 전혀 없을 수는 없는 문제인 듯하다. 하지만 서머힐에서는 함께 살기 때문에 그 문제가 금방 수면으로 떠오른다. 선생님이 눈치를 챈다거나 피해자가 옴부즈맨이나 믿을 만한 빅 키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동체 전부가 자기 일인 양 팔 걷고 나서기 때문에 서머힐에서는 따돌림 문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따돌림, 일명 왕따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서머힐에서와 같이 노력한다면 왕따 문제가 많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무척 자유롭고 재미를 추구하는 서머힐처럼 우리 아이들도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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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채은

-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9년 아홉 살에 오빠, 남동생과 함께 서머힐에 입학하여 9년 간 다녔다. 1921년에 설립된 서머힐은 전 세계 대안학교의 롤모델이자 자유의 상징인 학교다. 그녀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학교인 동시에 삶의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수업과 놀이, 독특한 기숙사 생활을 통해 자유에 따르는 책임,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담을 수 있었다.
서머힐 졸업 후 런던에서 2년간 칼리지를 다녔고, 한국이 그리워 1년간 서울에서 살았다. 2011년 8월 파리로 떠나 패션을 공부한 뒤 짧은 방황 끝에 지금은 런던에서 연극 대학교인 센트럴 스쿨 오브 스피치 앤 드라마(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에 다니고 있다.
스스로 한국인도 영국인도 아닌 ‘서머힐리언’이라고 주장하는 이 독특한 20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서슴없이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때로 고민도 하고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와 자신의 길을 간다. 이는 9년간 서머힐에서 어느 틀에도 갇히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생활한 덕분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나답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사 는 기초 체력을 길러준 서머힐의 일상을 과장하지 않고 자신이 느낀 그대로 들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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