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쓴 책이라고 하면 으레 웅장한 랜드마크나 세련된 미학을 다룬 책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다릅니다. 저자는 자신이 설계한 '작품'이 아니라, 자신이 30여 년간 몸담고 살았던 '아홉 개의 평범한 집'들을 설계도면 펼치듯 생생하게 그려주거든요!그렇다고 추억담에 머물지 않습니다. 저자는 IMF 이후 이사 간 빌라의 필로티 주차장이 어떻게 골목의 아이들을 몰아냈는지 '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이 횡행하는 시대에 임대아파트라는 이름이 어떻게 거주자의 비밀이 되었는지를 건축가의 예리한 눈으로 알려줍니다!!1인 가구와 청년 주거 빈곤을 다룬 대목에서 스페인 유학 시절 셰어하우스에서 '냉장고'가 가장 내밀한 사적 공간이 되고 '식탁'이 타인을 '식구(밥을 같이 먹는 입)'로 만드는 과정은 1인 가구 시대에 진정한 연대가 무엇인지 묻는 부분이 인상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