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을 기억하는 계절
김명신 지음 / 끝과시작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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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 롤랑은 세상에 없다. 시집(『롤랑을 기억하는 계절』) 속에만 살아 숨쉰다. 롤랑이 없는 계절을 마홍은 몇 해나 보낸 걸까. 롤랑의 짝 발터는 롤랑의 부리가 깨지고 더는 곁으로 가지 않았지만 그녀가 죽자 자신의 몸 앞쪽 깃털을 뽑아내는 일로 애도를 대신했다. 그 후로 발터의 깃털은 자라다 말다를 반복 중이다, 라고 시 「발터」는 전한다.

누군가 죽으면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앞날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세상사이다.(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걷는나무, 2018, 16쪽) 그처럼 사람들이 미래에 집착할 때 대신 마홍은 ‘한 죽음’(롤랑)을 불러들인다.(「호명」) 나는 『롤랑을 기억하는 계절』이 그렇게 쓰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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