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은 일잔을 하고 싶었다.

게으름쟁이 내가 12시가 넘어서 입었던 잠옷까지 갈아입고, 지갑을 챙겨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게로 가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아주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사러갔던 것은 맥주가 먹고싶어 환장할 정도여서는 결코 아니다. 이렇게 여유부리며 이 밤을 보낼 수 있는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이었고, 또 고은수와 그 친구들의 선택을 말똥말똥하게, 냉정한 타인의 시선으로 보고 싶지는 않은 오지랖 넓고 감성적인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소설 속 오은수는 나와 다르지만 결정적으로 한가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선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 미루고 미루다 더이상 안되겠을 때 비로소 선택을 한다는 것. 옷이나 물건을 고를 땐 그 선택이 꼭 최선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면에서의 은수의 선택은 자기나름의 방식이다. 사는 방식.

선택이 늦었다고 해서 선택하는 동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니까. 훨씬 더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고... 하지만 선택엔 타이밍이라는게 있으니~~은수와 이 점 비슷한 기질을 가진 '내'가 은수대신 항변하고 싶었는데...그렇구나 타이밍이라는 것. 그게 있었지.

은수가 아니어도 은수의 친구인 남유희와 재인도 흥미로운 캐릭터다. 워낙 개성이 뚜렷하니까~ 아마 이 셋의 유형을 모으면 우리나라 싱글 여성의 유형이라 보면 될거다. 마지막에 주요인물이 된 영수 아저씨. 그 분의 등장이 다소 의외지만, 작가는 이 사람의 의미에 크게 비중을 둔 것 같다. 맞다. 여기서 이 작가가 튀는거다. 영수 아저씨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없었다면 신세대 작가의 신세대 독자에 맞춘 튀는 소설(?)쯤으로 여겨졌을 텐데, 다행히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여자들이여 자기의 길을 가라! 결혼은 도피가 아닌것을~

정이현 님. 글빨 말빨이 보통이 아니다. 술술~~잘도 읽힌다.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책 서문에는 이런 글이 있다.

일본의 어느 교육대학 학생이 이 책을 읽고, "나는 이 책이 싫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가 밉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선생님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고 말하는 학생의 고백에서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하는 궁금증이 나를 이 책을 읽도록 재촉했다.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집에서는 엉엉 울고, 학교 쉬는 시간에 읽을라치면 입술을 깨물고 눈물만 글썽거려야만 했다.

왜 그렇게 울게 했는지.. 확실히는 알 수 없다.

내가 이런 선생님이 아니라는 자책?

아니면 처리장 아이들에게 소위 나쁜 선생들이 행하는 것에 대한 동정심?

그 무엇이든 간에 나는.. 부끄러웠다.

그리고 고다니 선생님이 부러웠다...

작년에 데쓰조만큼은 아니지만 엄마가 없는 가난한 한 아이가 있었다.

4학년이지만 구구단도 못 외우고, 더럽고 행동도 바르지 못해 전교생 왕따일 정도였던 아이.

나는 우선 매일 남아서 그 아이와 공부를 했고, 여러 활동을 통해 우선 우리반 애들만이라도 잘 지내도록 그 아이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하고 잘 지내는데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조금씩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다른 친구들도 왕따는 시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 아이를 그렇게 사랑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고다니선생님처럼 이 아이를 데리고 한번이라도 씻어주고, 꼭 껴안아주고 그랬더라면..

이 아이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마음까지도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자꾸만 후회가 되었다.

또한 초등교육과에서 국어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나오는 국어수업에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아직 내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

하지만 처음의 교육대학 학생의 글에 교수가 바로 그런 사람인 자네가 선생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말에 다시끔 희망을 갖고 새로운 마음으로 내일을 보내고 싶다.

꼭 나도 고다니선생님처럼.. 진심으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말을 듣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책을 오빠가 가지고 있어서 처음 접해본 공지영의 책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점차 내게는 멀어져간 소설류.

그러다 강동원이 이 영화를 찍었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고 싶었다.

 

주제는 무겁지만

가벼우면서도 주제의식은 있게,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었다.

 

사형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알게 된건 처음이었다.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평소에 내가 갖던 생각은 그런 심한 짓을 해놓고, 기껏 사형이야?

빨리 쉽게 죽이지 말고, 그냥 외국처럼 몇백년 때려놓고 감형절대 안되게 무기징역이나 내리지..

 

난 '죽음'을 아주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철없는 생각으로 사형을 반대한 것에 비해,

지금의 난 사형이란 제도가 얼마나 무섭고도, 인간이 판단할 수 없는 것이란걸 알겠다.

 

살인자가 사형수로 있는 구치소에 찾아가..

용서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울어버리는 할머니가 나오던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나는... 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터의 서커스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7
찰스 키핑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해도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진다.

이 책에 나오는 두 아이 역시 그렇다.

웨인과 스콧은 빈터에서 놀다가 서커스라는 아주 커다란 경험으로

많은 즐거움과 흥분을 느낀다.

하.지.만. 서커스가 가버리고 빈터에서는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웨인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간 '과거'일 뿐이 되었고,

스콧에게는 빈터가 서커스를 떠올리는 아주 좋은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우리 삶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어떤 이에게는 의미있는 일이, 또 어떤 이에게는 아무일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

나는 전자의 삶을 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걀 한 개 보리피리 이야기 1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 / 보리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지은이 박선미 선생님께서는

옛날에 달걀 하나를 아주 귀중하게 여기고,

또 그것때문에 재미있는 사연도 많았고 행복했던 그 시절을 잔잔히 풀어놓고 있었다.

급식시간에 맛나게 먹은 달걀이었는데,

급식소 잔반처리장에는 먹지 않은 달걀이 그득했다는 슬픈 모습에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글쓴이의 말에는 많은 공감을 했다.

나역시 박선미 선생님과 같이 초등교사이기 때문에 그 실정을 잘 알고 있다.

3년째 4학년을 맡고 있는데, 아이들은 정말 편식이 심하다.

김치를 싫어하는 건 물론이고, 조금만 맛이 이상해도 먹지 않으려고 떼를 쓴다.

그런 편식하는 모습이 참 싫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아니라서..

그날 급식을 다 먹으면 보상을 주는 식으로 편식을 없애보려고는 하지만..

요즘 학부모님들은 집에서 아이가 먹고 싶은 것만 먹게 놔두는 편이라서

나의 바람과 교육은 매일 점심시간에만 바뀔뿐 아이들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으로부터 음식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을까 싶어

어제 국어시간을 내어 그림을 보여주며 읽어주었다.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서 경상도 사투리를 책대로 제대로 써가며 읽어줬는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꽤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어보니,

역시 아이들인지라..

"그동안 계란 노른자가 싫어졌는데 먹고 싶어졌어요."

"계란 삶은게 먹고 싶어졌어요. 우리도 삶아 먹어요."

등등 아이들만의 순수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갑자기 너무너무 삶은 계란이 먹고 싶어졌다.

시간의 여유가 생길때, 우리 반 아이들과 진짜 계란을 삶아 먹어봐야 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