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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 -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는 시 그림책 ㅣ 그림책 너머
키티 오메라 지음, 스테파노 디 크리스토파로 외 그림, 이경혜 옮김, 최재천 해설, 이해인 / 책속물고기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을 뒤덮은지도 1년 반이 훌쩍 지났다. 처음에는 길어도 몇 달이면 확산세가 진정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오늘도 우리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코로나! 그동안 나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 생각하며 조심하던 사람들이 지치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이런 시기에 만난 그림책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혹시...?' 싶었다. 그러나 곧 '설마.. 너무 직접적이잖아?' 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것, 그것은 코로나 19로 인해 벌어진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이 후에 이 글을 쓴 걸까? 궁금해서 서둘러 읽어보았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보통 예상이 적중했을 때, 그 책에 대한 흥미는 뚝 떨어진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 관련 그림책인 걸 알고 나서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아마도 아직 진행중인 일이라 그랬으리라.
그림책은 "그래서 사람들이 집에 있게 되자..." 라고 시작한다. 다소 뜬금없는 시작이라 당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글만큼 그림이 중요하기에 글에서 당황스러울 때는 그림을 봐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사는 집 건물 안의 모습을 밖에서 본 장면을 그려 놓았다.
그 다음 장들에는 각각의 집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담담하게 소개 하고 있다.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책을 읽고, 운동도 하고....
모두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이후 겪고 있는 일들이다. 우리 대한민국만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신선하기도 하고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집 안에 머물렀지요."
그렇다. 코로나 이전에는 '집'이라는 공간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 임과 동시에 그 공간에 들어가면 '모두가 함께'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며,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것을 하는 것이 용납이 되고 서로의 공간과 취향을 존중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자 서로의 말을 더욱 깊이 듣게 되었습니다"
맞다. 정말 서로의 말에 노출 되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깊이 듣게 되는 부분도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서로에 대해 짜증이 늘고 다툼까지 늘어난 경우도 많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늘게 되면서 가정 살림을 맡고 있는 아버지 또는 어머님들이 심리적 부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외에도 그림책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 삶의 여러 면에서의 변화들을 담담하고 통찰력있는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신선했던 부분은 '자연' 에 대한 시선이었다.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무르며 동물, 식물과 함께 있고 교감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동식물에 대해 다른 마음을 가지고 되었다는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우리 나라에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1인 가구가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그래서인지 요즘 거리에 나가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반려식물' 이라는 말도 있다.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생명 대 생명으로 서로 교감하며 자연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들을 그림책에서는 그림과 함께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선택을 했고,
새로운 꿈을 마음에 그렸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내서
지구가 깨끗이 나을 수 있도록 돕게 되었습니다.
바로 자신들이 깨끗이 나은 것처럼요!"
현실에서는 아직 오직 않았지만, 그림책에서는 '위험' 이 지나간 후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다시 함께 어울리게 됨과 동시에 '위험' 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며 슬퍼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이 '위험'과 함께 하는 동안 자연과 교감하며 느꼈던 것들을 실천으로 옮기게 된다.
사실,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비해 와닿지 않았다. '진짜 그렇게 될까?' 라는 회의적인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코로나가 퍼진 이후 그동안 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선택을 했고,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간편식이 나오고, 집에서 공부나 업무를 보는, 새로운 삶의 방식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가 깨끗이 나을 수 있도록 돕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도 조금 더 지나면 이루어질까? 궁금해졌다. 사실 궁금해져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 내가 실천해서 이루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이 그림책은 전직 교사이자 목사였던 키티 오메라가 쓴 시에 두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그림을 그려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그래서 유튜브에 제목을 검색하면 시를 읽어주는 동영상 몇 개가 나온다.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영상 몇 개를 찾아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림책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글만이 아니라 그림까지 내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데 일조했고, 또한 내가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에 따라 나에게 주는, 생각하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림책 읽기' 의 매력이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그림책의 그림 스타일은 정말, 귀엽고 예쁘다. 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나오는 그림들을 스티커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예쁘다. 두 일러스트레이터님의 합작품이라 그런지 표정과 행동이 솔직하고, 선명한 색이 인상적인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림책이 으레 그렇듯, 글을 읽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글과 글 사이, 그림과 그림 사이를 내 생각으로 채우며 읽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이틀 사이 다섯번 정도 읽었는데 아직도 못 읽어낸 부분이 많다.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진행중이라 그런지 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주 주말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때문에 더욱 바깥에 나가지 않고 있어서 더 답답했는데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 덕분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듯 하다.
혹시 코로나 블루를 심하게 앓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든, 구입해서든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팬데믹은 곧 끝나겠지만 아마 비슷한 정도의 재난들은 또 닥칠 것이다. 그 때마다 우리 사람들은 이 그림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내어 전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이 그림책에서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