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삶은 엉망진창으로 아름답다 - 박상아 에세이
박상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1년 5월
평점 :

표지,제목만 봐도 느껴지는 요즘 감성.. 아니.. 내 감성.
그녀의 글과 일러스트에서도 그 특유의 톤다운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취향저격에세이를 만난 나는 기쁘다.
저자의 신혼 이야기를 거쳐 임신 이야기와 출산 이야기, 그리고 육아 이야기까지 다 읽고 나니 기쁜 마음은 더욱 더 큰 기쁨으로 느껴졌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아서였던것일까 ? 결혼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느꼈지만, 그녀의 글은 거침없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감추고 숨기고 싶을 법한 이야기도 솔직하고 쿨하게 털어낸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녀의 글이 더욱 더 매력적이다. 나는 엄마가 되면서 솔직함을 잃어버렸기에 그녀의 솔직함이 더더욱 빛나고 부럽게 느껴진다. 나는 이제 솔직해지는 방법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 공감되는 문구가 많아 어떤 사진을 올려야할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결혼하고 가장 많이 드는 생각. 그리고 가장 많이 하게 될 생각.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그는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잘 모를 것이다.

얼마 전에 신랑한테 들었던 말이 그대로 쓰여있어서 놀랐다.
첫째 2년 수유, 둘째 근 1년 수유. 수유의 달인이 되었고, 그만큼 희생에 길들여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는 잇다라 염증이 났다. 그것은 항상 고여있었고 이따금씩 폭발했다. 그 오갈 곳 잃은 분노의 방향은 남편에게 향하게 되었다. 이성의 끝에 매달려있는 나의 감정이 곱게 표출될리는 만무했고, 날카롭게 남편을 긁어댔다. 남편은 나는 조금이라도 너가 편하길 바라는데, 너는 조금이라도 같이 불편하길 바라는 것 같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맞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어디에라도 분풀이를 하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었고 하필 그때 당신이 있었던 것이다..

첫아이를 낳고 두돌이 되어갈 무렵, 아이를 재우고 처음으로 혼자 바깥 외출을 도전해보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집안에서 쓰게되면 아이가 눈에 밟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저녁 8시 즈음 밖으로 나와서 거리에 서있었다. 만날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알 수 없는 비참함을 느끼고 30분도 안되어 다시 집에 들어갔다. 그 이후로는 혼자 나가지 않는다. 나는 내가 어떤 나인지 잃어버렸고 그렇게 굳어진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엄마가 아닌 시간이 어떤 건지 이제 가늠도 안 되는 나는 겨우 서른이다. 이렇게 말하면 우울하게만 느껴지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외로울 틈없이 항상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있다. 이제 나는 엄마로 사는 방법을 터득중인 것이다.

"부모는 자식 앞에서 아프면 안 돼." 라는 말이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우리 어머니도 자식들 앞에서 한번도 아픔을 내비치신 적이 없으시다. 나는 틈만나면 아프다고 우는데. 오죽하면 큰 딸이 나를 달래준다. 그래도 다독여주는 딸이 있어서 감사함을 느낀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징징댈거다. 지키지 못 할 약속은 안하는게 나으니까. 그래도 제정신일때는 한번씩 떠올리려 노력해볼 것이다. 너무나도 잔인한 문장을.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