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등한 나라
요안나 올레흐 지음, 에드가르 봉크 그림, 이지원 옮김 / 풀빛 / 2018년 7월
평점 :
파란곰과 분홍곰이 평등한 나라에 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는 평등하다고 외친다.
책의 내용 약 70퍼센트가 자신들의 평등함을 주장하는 부분인데....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의 평등함을 주장하는 곰들은 모두 파란곰이다.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목소리 높을 수 밖에 없는 곰들은 모두 파란곰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목소리가 큰 만큼 영향력 또한 대단하다. 그렇다면 분홍곰들은 뭐하고 있는가? 그들은 모두 목소리가 낮을 수 밖에 없는 사회약자계층인 것처럼 보인다. 분홍곰들이 잘하는 것은 아가곰돌보기, 집안일, 청소와 같은 궂은 일들 뿐이다. 심지어 그러한 잡일들은 커리어도 쌓을 수 없어 진급의 기회도 적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완전한 양성평등 사회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를 생각했을 때 우리는 의사선생님은 남자, 간호사는 여자라고 무의식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은 그것이다. 여성(분홍곰)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사회적 진출 가능성이 많이 낮아진다. 심지어 운좋게 취업에 성공하게 되더라도 그 일은 언제 짤려도 상관없을 직종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홍곰들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진출에 성공한 분홍곰들이 파란곰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게 문제이다. 그래도 세상은 점점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고, 직업들의 종류와 퀄리티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옛날 같았으면 무시받았을 여직원들의 비율이 높은 직종(예를 들면 커피집직원, 미용실직원)은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인정 받아 기피직업이 아닌 선호직업이 되고 있고, 남성 종사자들도 많아졌다. 세상은 이렇게 좋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극복할 수 없는 출산육아문제가 남아있다. 육아휴직, 출산휴가등등 많은 노동법들 생겨나고 힘을 실어주려고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한참 멀었다. 최대한 어린 직원, 아이계획이 없는 직원을 우선순위에 두고 뽑는 회사들.. 회사입장에서는 잦은 조퇴와 출산휴가로 다른 직원들과 회사의 업무에 피해를 주는 엄마들은 회사입장에서는 기피대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부하고 배우기 시작한 현대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을 거부한다. 엄마라는 타이틀에 갇혀 사회생활과 자신의 커리어에 제한이 걸리는 것을 다 보아온 세대이기에 이들이 거부하는것은 어쩔 수 없다. 때문에 요즘 사회적문제를 넘어서, 인류의 존속문제로까지 확장되어가는 ‘출산률저하’,’인구고령화’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출산률은 앞으로 더욱 더 떨어질 것이고,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합병증처럼 다른 사회적질병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림체부터 약간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겨 나의 이목을 끌었다. 대충 그려놓은 것 같지만, 많은 것이 담겨있는 일러스트.. 특히 색깔만 다른 두 곰의 미소가 달라보이는 기분은 나의 선입견때문일까? 분명 같은 동그라미와 세모의 정렬일텐데 섬뜩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파란곰들은 분홍곰들의 입장이 되어보고 분홍곰들또한 파란곰들이 사회에서 피해보고있는 것을 생각하여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분명 진정한 ‘평등한나라’에서 서로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