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리커버 특별판, 양장)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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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8.
간단히 말해, 그 신문은 진실을 '진실에 맞게' 재연해도 진실을 더럽힌다.

p.38.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는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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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세상에 발표된 지 4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의 일부(어쩌면 대다수) 언론 역시 그때와 다를바 없다. '기레기'라는 표현이 심하지 않게 느껴지는 게 그 증거일터다.
언젠가 신문사 기자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만약 합격했더라면 나 역시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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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라는 지극히 평범한 한 여인은 우연히 발생한 사건 때문에 언론에 의해 개인생활이 무참히 파괴되고 명예가 더럽혀지게 된다. 그리고 언론이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결국 기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기에 이른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제목 뒤에 붙은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에서 폭력은 언론의 비물질적 폭력을 말하는 것이고 결과는 주인공의 기자살해를 말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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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언론감시가 중요한 때다.
언론권력의 유지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은 띄워주고 대세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한편, 그 반대의 경우에는 깍아내리고 잡아먹기에 바쁜 언론을 감시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일거다. 각종 여론조사와 뉴스기사 뒤에 숨은 진실을 진실에 맞게 재연한다고 해도 그 진실이 과연 더럽혀진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플라톤의 말처럼 우리는 또다시 저질스러운 인간들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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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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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집사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한 인물의 이야기라는 정보 외에 내가 이 책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없었다.

집사 스티븐스와의 여행 중반쯤 나는 무심코 책 뒷면을 읽게 되었는데...거기에는 이 책의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내용이 떡하니 실려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것은 전혀 스포일러가 아니었으며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문장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쓴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주인공 스티븐스의 행동과 생각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단정지을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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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은 그저 다가올 저녁에 대한 기대로 엮여 있을 뿐이다.

켄터양과의 만남 이후, 우연히 만난 노인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스티븐스는 다음날 다시 달링턴 저택으로 돌아가 하루중 가장 좋은 때인 자신만의 저녁을 즐기는 삶을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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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는 여전히 집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한 채 똑같은 일상을 지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이 그의 저녁을 즐기는 일은 아닐지라도 세월이 좀더 흐른 후 그는 농담을 즐길 줄 아는 노인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추가하여, 읽는내내 아이고 답답한 사람아.... 라는 탄식을 하였는데 그것은 마치 지금 내옆에 있는 한 남자의 젊은 시절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책을 읽은 분들은 어떤 느낌인지 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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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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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애의 엄마라는 걸 부끄러워하는 내가 싫어요. 그 애는 왜 나로 하여금 그 애를 부정하게 하고 나조차 부정하게 하고 내가 살아온 시간 모두를 부정하게 만드는 걸까요.(p.84)

여담이다.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날 보면 그렇게 예쁜옷과 예쁜 악세사리를 사주고 싶어하셨다. 예쁜 옷을 사주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때 이미 난 엄마의 자리에 있었고, 엄마도 여전히 엄마의 자리에 있었다.

그렇지만 나의 자리와 엄마의 자리는 같은 엄마임에도 전혀 같지 않았다.나는 그저 초보 엄마에 불과했으므로... 아직 내가 엄마를 이해할수 없는 이유는 내가 젊기 때문일거다. 십년쯤 지난 뒤에 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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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부조리한 일에 앞장서서 소리를 내는 평범하지 않은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하기 힘든 엄마는 자신이 일하던 요양원의 부당한 횡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할말을 하고 만다. 그리고 훗날 자신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는 젠의 모습을 보며 점차 그애와 딸과의 생활에 젖어들어간다.

엄마가 원한것은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삶이었으나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있는 우리 역시 사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걸 엄마는 진정 몰랐을까.
내가 쉰쯤 되었을때 난 그린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같은 상황이 되지 않는 이상 이해할 수 없을거다. 그러나 이해하고 싶어지는 건 내가 이제 딸로서가 아니라 딸의 엄마에 더 가까워졌기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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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이탈로 칼비노 전집 2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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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의 외삼촌은 한쪽 눈, 반쪽 입을 열었고 팽창된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었다. 외삼촌은 테랄바 가문의 강한 체질로 버텨 낸 것이다. 이제 그는 반쪽이 되어 살아났다.(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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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반쪼가리 자작」이지만 설마 사람이 반으로 쪼개진 상태로 살아간다는 설정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읽던 책 반쪽이가 생각났다. 반쪼가리 자작도 반쪽이처럼 힘이 장사려나.... 그러나 놀란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이 작가, 나를 여러번 놀래킨다.

선함과 악함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동화같이 흥미롭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탈로 칼비노. 이 밤, 그의 책들이 전부 궁금해졌다.

표지그림은 책을 읽고나면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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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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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라인 서점의 짧은 평들을 살펴본다.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단 이유로 별점테러를 하고 혹평을 해놓았다. 그리고 그 반대의 이유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글도 있다.
그런 짧은 평을 읽으며 과연 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페미니즘이란 용어에 두드러기를 일으킬듯 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무엇이라 생각하는 걸까? 그냥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로만 생각하고 있는건 아닐까? 나 역시 페미니즘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지만 최소한 페미니즘이 남녀의 성대결이 아니란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다 떠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싶거든 최소한 그와 관련된 기본서적 한권쯤은 읽고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조건적인 별점 테러는 나 무식하오를 다른말로 자랑하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
난 이 책을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이유로 읽었다.
그러나 일곱편의 단편을 다 읽고 난 지금, 굳이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이름붙였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한다.

단편집은 늘 위험성을 동반한다.
특히나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있을때는 더 취향이 갈릴 수밖에 없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소설집이므로 여러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다. 그러나 일곱편 중 내 마음을 울리는 작품은 서넛뿐.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다 페미니즘 소설은 아니니까. 오히려 스티그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더 페미니즘 소설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건 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곱편 모두를 감명깊게 읽은 분들도 있을테니.

책의 제목으로 결정된 조남주의 '현남오빠에게'는 나의 연애시절에 대입되기보다 내 딸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맘으로 읽었다. 꼭!

그리고 역시 최은영이다.
'당신의평화' 는 나의 모습과 우리 엄마세대의 모습을 가슴을 치며 읽게 만들었다. 그 답답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도 동반하게 만들었다.

이 두 편만으로도 이 책은 제 몫을 다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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