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는 인간 - 확증편향의 시대, 인간에 대한 새롭고 오래된 대답
박규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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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확산되고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정보들은 더 빨리 더 많이 확대 재생산되는 현재는 어떤 정보가 신호인지 어떤 정보가 소음인 지 판단하기는 너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야 말로 철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진리에 대한 추구라는 관점에서 볼 때 회의 또는 의심은 '탐구' 개념과 같은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즉 '회의하다'는 '탐구하다'와 같은 의미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회의주의 철학자들과 그로부터 영향받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의 철학자들을 탐구함으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지혜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회의론자는 자신의 철학적 확신 뿐만 아니라 철학적 의심까지도 의심해야 한다.

데이비드 흄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1부 "고대 회의주의의 의미"에서는 호모 두비탄스(의심하는 인간)에 대한 정의와 그 의미 그리고 고대 회의주의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대 회의주의는 피론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인간과 삶의 문제에 있어서 '초연함'과 '태연함' 그리고 '마음의 평안'이라는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피론에 대한 여러가지 일화를 소개하며 그의 회의주의가 어디서 비롯되었는 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2부 "아카데미 학파의 회의주의"에서는 중기 아카데미 학파의 시조인 아르케실라오스의 회의주의와 신 아카데미 학파의 창시자인 카르네아데스의 회의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르케실라오스는 회의주의에 있어서 중요한 두가지 개념인 사물에 대한 '인식 불가능성'과 '판단유보'에 대해 핵심원리를 강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식 불가능성'은 감각을 통해서든 이성을 통해서든 사물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고, '판단유보'는 인식 불가능성의 원리를 모든 사물에 보편적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3부 "피론 학파의 회의주의"에서는 피론학파의 시조인 피론과 그의 제자 티몬, 피론학파의 창시자인 아이네시데모스와 피론 학파의 완성자인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3부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고대 회의주의를 집대성한 섹스투스의 관점이었습니다. 섹스투스에 의하면 회의주의자들은 판단유보의 원리에 따라 '단언하지 않음'과 '판단유보'에 집중함으로써 무언가가 본성적으로 좋거나 나쁘다는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어떤 것에 대한 열렬한 기피나 추종을 피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섹스투스는 회의주의자를 독단적 믿음을 갖지 않고 스스로 느끼는 바를 보고하며 외부 대상에 대해 결코 확언하지 않는 철학자라고 정의했습니다. 물론 외부 대상에 대해 결코 확언하지 않는 것은 철학적 측면에서는 유용할 수 있겠으나,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러한 회의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매일매일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저희들은 현시점에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에 판단유보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4부 "아우구스티누스와 몽테뉴의 새로운 회의주의"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새로운 형태의 회의주의와 몽테뉴의 새로운 피론주의를 이야기 합니다. 중세 신학자인 아우쿠스티누스가 회의주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저에게는 꽤 재미있는 사실이었습니다. 믿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신앙주의가 과연 회의주의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도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독단적인 판단을 유보한 채 진리탐구를 강조했던 아카데미 회의주의자들의 생각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신앙주의에 더 부합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아직 그 대답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한 몽테뉴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를 마치 인간이 물을 잡으로는 것처럼 무모한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 사물의 본질은 인식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몽테뉴는 회의주의의 탐구영역을 사물의 본성이 아닌 현상으로 제한하게 되었습니다.

5부 "21세기에 소환된 고대 회의주의"에서는 고대 회의주의가 현대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대 회의주의는 지식의 확실성을 지향하던 르네 데카르트를 비롯한 근대 철학자들에 의해 많이 위축되었으나 영국 경험론 철학자인 데이비드 흄과 프리드리히 니체에 의해 재조명되었습니다. 고대 회의주의 철학은 진리에 대한 충분한 탐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존재하거나 사유되는 모든 것에 대한 단정적인 판단을 유보한 채 겸손하게 살아갈 것을 권했습니다. 이는 불안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평안과 행복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내내 '21세기에도 고대 회의주의는 유의미할까?'라는 질문에 매달렸고 '그렇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또한 회의주의가 인간이 가진 지적자만심과 심적조급증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는 이로부터 제 단점이 너무 고지식한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머리를 한대 얻어 맞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룰은 꼭 지켜야 한다고 배웠고 저도 그 룰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의심하는 인간이란 다시 말해 지식을 탐구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글귀를 읽으며 저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지식을 의심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발전의 기회는 없다는 말로 이해되었습니다. 특히나 어릴 때부터 대학입시를 위해 짧은 시간동안 많은 지식을 배우고 외우는 학습을 훈련한 저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좀 허무하기도 한 얘기입니다. 물론 개발도상국인 대한민국을 살아왔던 저는 그런 교육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한계가 있고 그 한계점을 부수기 위해서는 기존에 배우고 익혔던 패러다임을 모두 부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 터닝포인트가 되어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진리라고 믿던 것들도 한번 더 사유하고 탐구하는 태도를 가지고 진지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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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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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의 확산, 러시아 전쟁, 나베 일본 전총리의 암살사건.. 최근 몇년 사이에 발생한 이와 같은 커다란 사건들은 우리로 하여금 항상 불안을 느끼고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불안의 한복판에서 무조건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사회나 조직들에 동의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불안을 극복하는 첫걸음은 과연 불안이란 무엇인 지 그리고 그 불안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지 사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쓴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불안이 대체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불안에 어떤 종류가 있으며 어떻게 해야 불안을 극복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불안의 실체를 탐구하여 불안이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장에서는 팬데믹, 3장에서는 대인관계, 4장에서는 일, 5장에서는 질병, 6장에서는 나이 듦, 7장에서는 죽음에 의해 생겨나는 불안의 감정을 깊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8장에서는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 불안의 해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 전문가이자 철학자 입니다. 전작인 "미움받을 용기"에서 저자는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분석하고 나아갈 용기 미움받을 용기가 있다면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불안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아들러의 인간이해에서 기술된 정의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한번 인생의 역경에서 도피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러한 사고는 불안이 가중될수록 강화되어 확실해진다.

알프레드 아들러 << 아들러의 인간이해 >>

이를 기반으로 저자는 "불안은 인생의 과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감정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안에는 대상이 없으며, 불안은 원인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이유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 정의를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이러한 것도 불안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어려운 일을 맞닥뜨렸을 때 과거의 트라우마를 내세우며 문제를 회피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는 합니다. 감정적으로는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사실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문제사이에는 아무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저자는 이를 기반으로 "불안해져서 결정 내리기를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고 불안해지는 것이다."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정의는 여지껏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불안을 이와 같이 정의하며 일본의 철학자인 미키 기요시의 <<인생론 노트>>를 기반으로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측면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통념을 모두 뒤집으며 다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대인관계, 일, 질병, 나이 듦, 죽음은 불안과 떼어놓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겪어보지 못한 부분들을 불안해하는 것은 사실 그거에 기초한 사고라기 보다는 그저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막연한 불안을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단단히 살아갈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얘기하는 부분 중에는 제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근본적으로 불안이 무엇인 지 그리고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그러나 반드시 겪어야만 할 부분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불안에 대한 저자의 해법은 결국 불안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생의 심연을 맞닥뜨리게 되면 그 심연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심연으로 뛰어들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에 맞춰가며 남들이 하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면 반드시 만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므로 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늘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불안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내 삶 속에서 이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할 지에 대한 사고는 한번쯤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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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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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 19가 최근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회모습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코로나 19가 발생한 뒤로 카뮈의 페스트가 여러 사람에 의해 많이 회자되어 줄곧 읽고 싶었으나 워낙에 어려운 책이라 선뜻 손이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초반본 리커버리가 출판된 것을 보고 꼭 한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번 기회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본 리커버리로 출판된 이 책은 커버가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예쁜 양장본입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알제리 해안의 오랑이라는 평범한 도시입니다. 책의 제일 처음에 묘사된 오랑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으로 기술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소설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나르 리외'는 어느 날 진료실에서 나오다가 죽어있는 쥐 한마리를 보게 됩니다. 쥐 한마리가 죽어있는 사건을 별다른 큰 의미가 없었지만 그 이후 매일 죽은 쥐의 수가 수백마리 대로 증가하고 집안이며 지하실이며 지하창고며 하수구에서 쥐떼가 줄지어 비틀거리며 기어나와 죽어가는 일이 발생하며 도시의 불안은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뒤 매장할 곳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죽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불안은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됩니다.

심각성을 알아차린 의사들은 이를 '페스트'라고 진단내립니다. 사태 초기에서부터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하여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주인공인 의사 리외였습니다. 하지만 사태를 보고받은 후에도 시청의 실무담당자나 의사협회의 협회장은 모두 본인들은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여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결국 오랑시는 폐쇄되고 맙니다. 패쇄된 도시에서는 여러 인간군상의 모습이 보입니다. 파리에서 취재를 위해 잠깐 왔다가 발이 묶인 기자 랑베르가 필사적으로 탈출을 모색하는 모습, 페스트는 신이 내린 형벌이니 회개하라고 설교하는 파늘루 신부, 암거래로 이익을 챙기는 코타르..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도 페스트는 잡히지 않아 도시는 점점 체념에 휩싸이며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도 발생합니다. 그 와중에 리외는 묵묵히 의사의 직분을 수행하고 오랑에 여행을 온 타루는 자원봉사대를 구성하자고 앞장서서 나서고 있었습니다. 또한 아들을 페스트로 잃고 자신 또한 간신히 살아난 오통 판사도 환자들을 돌보는 데 힘썼고 기도만이 최선이라고 얘기하던 파늘루 신부도 봉사대에 합류하여 도시를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탈출만을 도모하던 랑베르도 마음을 바꿔 페스트와 싸우기 시작합니다.

이와 같이 페스트와 싸우는 사람들 덕에 페스트는 점차 사라지고 오랑시는 폐쇄에서 풀려났으며 다시 삶은 시작됩니다. 책의 말미에 리외는 군중들은 모르지만 페스트큔은 절대로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와 옷가지 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때가되면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고자 또다시 쥐들을 깨워 행복한 도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고 그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의 우리 사회의 모습과 오랑시가 겹쳐졌고 페스트를 접한 인간들의 갖가지 모습에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1947년에 발표한 이 소설이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너무도 흡사하게 묘사되어 있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서늘해 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기술된 리외의 생각에서는 불안함이 느껴지며 뒷목이 뻣뻣해지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페스트라는 커다란 사건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인간성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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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지식사전 - 초보자를 위한 와인 입문 가이드
켄 프레드릭슨 지음, 김다은 옮김 / 미래지식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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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와인은 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 음식의 경우 맵거나 간이 세거나 하기 때문에 소주나 맥주를 선택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왠지 와인이라고 하면 와인 자체가 고가이기도 하고 안주도 치즈나 스테이크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만나 가볍게 마시기에는 부담이 되었던 것도 와인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굳이 백화점 와인코너가 아니라 마트 와인코너에만 가도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부터 칠레나 미국과 같은 신세계와인까지 각각의 나라별로 컬렉션이 구비되어 있으며 와인마다 바디, 타닌, 산미, 당도를 포함한 정보들이 있어 여러 종류의 와인을 쉽게 접해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편의점에서까지 와인을 구매할 수 있어 와인이 우리 일상에 정말 가까이 와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종과는 달리 와인은 용어부터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고 사실 그 많은 와인 중에 좋아하는 맛을 찾는 게 너무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마스터 소믈리에이자 와인평가수업에 대한 강의를 하는 교수인 켄 프레드릭슨이 쓴 와인 지식사전은 와인에 대한 기초 지식과 특성 부터 소믈리에처럼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기술하여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로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책 곳곳에 와인을 접할 때 필요한 지식이 설명되어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와인의 라벨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 설명하는 챕터는 앞으로 와인코너에 가서 와인을 선택할 때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책 중간 중간에 와인의 사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와이너리, 포도농원 등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와인의 향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 내용 중에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를 얻으려면 나무를 심고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글귀를 보면서 3년이라는 시간을 품은 뒤에야 맛볼 수 있는 와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스카도 다스티가 발효되지 않은 잔당이 남아 단맛이 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와인의 기본적인 지식을 알게되는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와인은 어떤 종류였지?"에 대한 질문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지껏 마셨던 와인을 곰곰히 떠올려보며 제 취향의 와인이 어떤 스타일이었는 지 파악하게 되는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여전히 와인을 마시거나 소믈리에처럼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지 그리고 주로 어떤 부분을 느끼면서 테이스팅하면 되는 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제껏은 와인을 마실 때 그저 맛이 있는 지 없는 지만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바디감, 산미나 당도 그리고 타닌과 같은 부분을 생각하며 제가 좋아하는 취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지껏 잘 알지 못해 선택하기 어려웠던 와인이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여러 나라의 많은 종류의 와인을 시도해보고 제가 좋아하는 와인의 종류를 찾아나가고 그와 페어링되는 음식들을 맛보며 저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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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 뇌와 AI의 결합 IoB - 테슬라, 스페이스X를 넘어 미래를 바꾸기 위한 일론 머스크의 멈추지 않는 도전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송태욱 옮김 / 동아엠앤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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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9일 BMI (Brain Machine Interface) 즉, 뇌와 컴퓨터를 인터넷에 접속하여 통신하는 디바이스를 장착한 원숭이가 게임을 하는 3분29초의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Monkey MindPong> 이라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페이저라는 이름의 이 원숭이는 아홉 살의 수컷으로 빨대를 물고 조이스틱을 이용하여 모니터의 커서를 움직이며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에서는 바나나 스무디를 먹기 위해 조이스틱을 움직여 게임을 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조이스틱과 게임 기기를 접속하는 케이블이 분리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게임의 커서는 원숭이의 뇌파를 해독하는 장치로 부터 나오는 출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원숭이가 모니터를 보면서 조이스틱을 움직여 게임을 하는 과정을 통해 뇌신경 세포가 발화되고 원숭이 몸에 삽입된 BMI에서 그 발화를 감지하여 AI에 송신 한 뒤에 해독 소프트웨어로 패턴화하여 이후 움직이려고 하는 의도를 예측하여 손을 움직이지 않고 모니터의 커서를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동영상을 통해 IoB (Internet of Bodies) 즉, 인체 인터넷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신체능력과 기억력이 점차 약화됩니다. 20대 ~ 30대의 젊은 신체와 뇌를 유지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바라마지 않는 소망일 것입니다. 그런데 머리카락보다 가는 와이어를 뇌에 삽입하는 임플란트 기술을 통해 이를 이룰 수 있고 심지어 인간의 능력을 더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까요? SF영화와 같은 이러한 미래가 우리 앞에 한걸음 더 다가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대결을 통해 우리는 AI의 기술력이 우리가 상상해던 것 이상으로 발전되었다는 것과 함께 인류의 삶이 AI를 통해 이미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 삶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변화된 세상에 맞춰 우리도 사회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변화를 해야만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중에서도 AI 그 자체가 자기 증식하여 인류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판단했을 때 인간을 관리하고자 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그 걱정끝에 그는 "AI와 싸울 수 있는, 또는 인간이 AI를 능가할 만한 지력과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해답을 도출해 내었습니다. 그와 같은 신념으로 만든 것이 바로 IoB 스타트업 기업인 뉴럴링크 였습니다. 그리고 2016년 7월에 설립한 뉴럴링크가 4년 후에 공개한 영상이 바로 "Monkey MindPong" 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취재내용과 뉴럴링크의 자료를 기초로 '뇌파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의 메커니즘을 설명함과 동시에 일론 머스크의 배경 및 그가 꿈꾸는 미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뇌파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에 대해 설명하며 뉴럴링크에서 개발하고 있는 BMI와 IoB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왜 이와 같은 디바이스를 개발하게 되었는 지를 설명하며 세계 각국의 정부와 IT 대기업들의 동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2차세계대전으로 거슬러 가면 독일이나 미국정부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연구되고 실험되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 이후 피실험자의 프라이버시나 인권을 침해할 우려등으로 인해 폐지되었으나 오늘날에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동시에 이런 연구가 군사적으로 사용될 것인지 인간에게 장착하는 데 부작용은 없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인류가 끊임없이 이 연구를 감시하며 논의를 해나가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부에서는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어떻게 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 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어린 시절부터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비롯한 여러 기술들을 통해 세계적인 테크놀로지를 이끄는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일론 머스크라는 천재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그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일론 머스크와 일본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가라데와 유도를 배우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일론 머스크가 도조나 셋푸쿠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건 일견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저자는 머스크가 정말 일본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화제만들기에 이와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부에서 저자는 IoB에 대한 다음 단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사례인 뇌나 눈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안경, 임플라트 센서, 센서가 달린 의류, 인터넷 접속이 된 가구, 센서가 달린 침대, 임플라트 마이크로 칩, 시각/청각 보조, 건강 추적 장치, 머리에 장착하는 뇌신경 파악장치등을 소개하며 머스크는 어떻게 할까? 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5부에서는 머스크의 발언이나 행보를 통해 세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 지 혹은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 지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론 머스크의 사고와 언동, 비즈니스 기법등을 여러 취재 내용을 통해 깊이 성찰하여 이야기 하며 미래에 무엇에 집중할 것인 지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IoB 개발을 통해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는 '인간의 사이보그화'다 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견해를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AI와 함께 IoB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해 공부하고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이 있을 수 있을 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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