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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ㅣ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2년 4월
평점 :
로나 19가 최근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회모습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코로나 19가 발생한 뒤로 카뮈의 페스트가 여러 사람에 의해 많이 회자되어 줄곧 읽고 싶었으나 워낙에 어려운 책이라 선뜻 손이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초반본 리커버리가 출판된 것을 보고 꼭 한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번 기회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본 리커버리로 출판된 이 책은 커버가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예쁜 양장본입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알제리 해안의 오랑이라는 평범한 도시입니다. 책의 제일 처음에 묘사된 오랑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으로 기술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소설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나르 리외'는 어느 날 진료실에서 나오다가 죽어있는 쥐 한마리를 보게 됩니다. 쥐 한마리가 죽어있는 사건을 별다른 큰 의미가 없었지만 그 이후 매일 죽은 쥐의 수가 수백마리 대로 증가하고 집안이며 지하실이며 지하창고며 하수구에서 쥐떼가 줄지어 비틀거리며 기어나와 죽어가는 일이 발생하며 도시의 불안은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뒤 매장할 곳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죽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불안은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됩니다.
심각성을 알아차린 의사들은 이를 '페스트'라고 진단내립니다. 사태 초기에서부터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하여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은 주인공인 의사 리외였습니다. 하지만 사태를 보고받은 후에도 시청의 실무담당자나 의사협회의 협회장은 모두 본인들은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여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결국 오랑시는 폐쇄되고 맙니다. 패쇄된 도시에서는 여러 인간군상의 모습이 보입니다. 파리에서 취재를 위해 잠깐 왔다가 발이 묶인 기자 랑베르가 필사적으로 탈출을 모색하는 모습, 페스트는 신이 내린 형벌이니 회개하라고 설교하는 파늘루 신부, 암거래로 이익을 챙기는 코타르..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도 페스트는 잡히지 않아 도시는 점점 체념에 휩싸이며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도 발생합니다. 그 와중에 리외는 묵묵히 의사의 직분을 수행하고 오랑에 여행을 온 타루는 자원봉사대를 구성하자고 앞장서서 나서고 있었습니다. 또한 아들을 페스트로 잃고 자신 또한 간신히 살아난 오통 판사도 환자들을 돌보는 데 힘썼고 기도만이 최선이라고 얘기하던 파늘루 신부도 봉사대에 합류하여 도시를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탈출만을 도모하던 랑베르도 마음을 바꿔 페스트와 싸우기 시작합니다.
이와 같이 페스트와 싸우는 사람들 덕에 페스트는 점차 사라지고 오랑시는 폐쇄에서 풀려났으며 다시 삶은 시작됩니다. 책의 말미에 리외는 군중들은 모르지만 페스트큔은 절대로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와 옷가지 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때가되면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고자 또다시 쥐들을 깨워 행복한 도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고 그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의 우리 사회의 모습과 오랑시가 겹쳐졌고 페스트를 접한 인간들의 갖가지 모습에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1947년에 발표한 이 소설이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너무도 흡사하게 묘사되어 있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서늘해 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기술된 리외의 생각에서는 불안함이 느껴지며 뒷목이 뻣뻣해지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페스트라는 커다란 사건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인간성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