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열심히 산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8
김화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19 팬데믹 배경, 고립된 마음, 은둔 청년, 가시돋힌 타인의 말들, 타인의 시선에서 베이는 마음, 구석으로 내몰리는 육체, 결국 나에서 시작되었고 나로 끝날 삶의 기한. 저자는 한 번 쯤 생각해보았을 어둡고 서늘한 마음의 구석탱이에서 악마를 불러냈다. 어쩌면 저자가 겪었던게 아닐까 순간들도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가장 가까운 이가 이러한 자발적 고립을 택하여 그걸 지켜만 본 적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은둔 청년 가영, 작은 악마 Z, 그 둘을 다 만나본 종현까지.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지도록 이야기가 전개된다.

악마 Z는 가영이 고 나가고자했던 심상의 또 다른 형태로 보였다. 자신도 그러한 삶의 태도를 갖고싶지만 주저하게만 되니 조막만한 악마를 만들어 이렇게 살아도 살아지는구나를 맛보는 제 2의 가영이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냐고? 자문 할 때 악마는 가영의 삶을 대신 살아주었고, 이렇게 살아도 되는거지 모! 라는 확답을 받았을 때 비로소 가영은 자신의 몸을 다시 얻었다. 짐작해서는 안 되는 마음이었다. 직시하며 또렷하게 봐 주어야 했던 아린 마음이었다. 내 마음인데 내가 몰라주고 있었고, 내 육신인데 가장 홀대하고 있었던 그간의 시간들. 악마 Z를 통해 단순히 먹고 사니즘부터 시작하며 잠만 잘 자도, 제때 밥이라도 잘 챙겨 먹어도 살아갈 힘이 생기고 불운한 마음을 떨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인간 몸의 70퍼센트가 물인 거 아시죠? 엄청 단순한 존재같은데 사는 일은 너무너무 복잡해요. 재능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고 성공도 해야 하고 시기 질투 비방도 해야 하고. 친구랑 싸우기도 해야 하고 울기도 해야 하고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설득도 해야 하고. 단순한 주제에 너무 복잡하게 뭘 해야 하잖아요. 그게 도저히 납득이 안 돼요. 귀찮아요.

사람한테 질렸다는 말이었다. 그냥 온전히 나만 잘 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의 비유도 맞춰 주어야 했고, 그들의 대변인이 되듯 타인의 말을 옮기며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대신 공표하듯 알리는 역할도 해야 했다. 나로 사는 것 보다 지인, 동료로 사는 것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에 진이 빠진 걸로 보였다. 단순하게 열심히 하는 것 너머에 머리 굴려가며 이거저거 1인 다역을 해야하는 등장인물이 필요했던 것에 진저리가 난 거겠지. 이른바 더불어 사는 사회랖시고 더불어 살자는 뉘앙스에 오로지 내가 그 역할을 모두 떠안는 것 같아 모든게 다 싫은 시기의 한탄이었다.

​

📖인간은 왜 이렇게 약한지. 자꾸만 잘했다 잘했다 하는 말들로 확인받고 싶어 하는지. 뭐...... 그건 악마도 마찬가지지만.

잘한다 잘한다, 잘했다 잘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타인이 추대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가치 인식. 다들 그러지 않나? 잘한다 잘한다 해야 더 잘하고 싶고, 추켜세워줘야 부끄럽고 아니라 사양하는 척은 하지만 어깨 으쓱거려서 그 명성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마음.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사람이라고 별반 다를소냐 싶다. 이쁨 받는 곳에서 머물고 싶고, 아낌 받는 곳에서 오래 함께하고픈 마음. 그거 아주 정상적인 거야. 사회성을 지닌 생명체라면 당연하게 여기는 감정일거니까 그게 욕심이라곤 생각 말아주길.


📖루돌프도 썰매단으로 발탁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요.

가치 인정, 노고를 헤아려주는 것. 그건 스스로가 점수를 메기기보단 타인으로 인해 듣게되는 말과 시선에서 더 큰 힘을 받는거라 생각하게된다. 진짜 되고픈 것보다 상대가 나를 지목하여 나의 몫임을 인지시켜주는 것. 청년이든 가영이든 결국 다 그리 살며 그런 순간을 기대하며 사는 듯 한데, 루돌프를 부러워하는 청년의 한 마디가 마음을 저리게 한다. 하고싶은 것이 있고, 되고싶은 목표가 있고, 그걸 이뤘다는 기쁨. 그걸 바라는데 자신은 아직 멀었다는 듯 허공을 보며 부러워하며 애써 괜찮다는듯 웃는게 마음이 쓰인다. 뭐랄까, 자신은 영영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할거라는 확신에 찬 모습이라서 말이다. 욕심과 욕망보단 포기가 빠른 삶으로 가는 듯 해서 그게 청년이고, 악마 Z가 몸을 바꿔 살고있는 가영이고, 과거의 나의 모습같기도해서 다들 측은하고 애잔하다.


📖인정은 아니고...... 사랑이라면 좀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것도 아니면 존중을.

왜 이렇게 애처로움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일까. 뭔가 사랑 듬뿍 받고, 이쁨 가득 안고, 인정 확실하게 받으며, 자신감이 뚝뚝흐르길 바라지만, 눈칫밥 얻어먹고 사는 작고 소외된 소동물같은 쪼그라든 마음이 뱉어내는 소원같이 느껴졌다. 살면서 한번도 인정받아 본 적 없는 듯한 떨리는 음성.

잘 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이 한숨과 함께 뿜어내느 설움 덩어리쳐럼 보인다.

​

📖Z씨,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참나, 열심히 살아도 지랄 열심히 안 살아도 지랄...... .

물 먹은 솜 마냥 무겁게 가라앉고있던 가영. 스쿠터도 타고싶고, 알바도 하고싶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싶은 악마Z. 시간을 쪼개가며 알바를 하고 부지런히 살라고 종용하지 않았지만 몸에 베인듯이 바지런하게 살던 Z의 가뿟한 몸과 멘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에 베인 습관같은 것. 그래서인지 그렇게 빡빡하게 살아본 가영이 안쓰러워 하는 말이었다. 너무 열심히 살면 자신처럼 금새 방전되어버릴까봐 걱정을 얹어보는 것. 하긴, Z의 말대로 열심히 살아도 지랄이고 열심히 안 살아도 지랄이더라. 지랄이 풍년이었지 모. 자기 성에 안 차고 타인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면 무얼 해도 마음에 안 드니 그리 살지 말라는 훈수였으니까. 어쩌면 가영의 분신이라 해도 무방한 악마Z는 가영이 열심히 살던 어떤날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했던 말일수도 있겠다. 빨리 방전되니까 마음아끼라는 걱정이 묻어있는 말. 악마가 지금의 가영을 닮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했다면 어땠을까? 자기성찰을 하기보단 그래, 같이 잠식해버리자며 물귀신 작전으로 같이 젖어들었겠지. 결국 과거의 가영이 눈 앞에 있었으니 훈수를 곁들인 과거 회상을 할 수도 있었음을 생각하게한다.

​

인간의 분신이지 않을까 싶어지는 악마의 발현. 인간의 잠재된 욕망이 쌓이고 쌓여 실존하는 생명체로 뻗어나온게 아닐까 생각하게되는 악마 Z의 행동들. 인간이 주저했던 것을 악마는 거침없이 해내었고, 그 모든 것들이 대단한게 아니었다고, 일단 하면 되는 거였다고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관계를 끊고 조용히 사라지길 원했던 가영과 반대로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만들려고 했던 악마Z. 스쿠터를 타며 바람의 감촉을 먼저 알아차리려 움직이듯, 시간을 쪼개어 알바를 하며 자신의 쓰임새를 만들어가는 모습. 역시나 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선이 갔고, 그래서 궁금했다. 악마든 청년 종현이든. 역시나 타인에게 받은 상처는 또 이렇게 타인을 통해 보듬어지고 있었다.

세 단락의 이야기는 악마의 관점, 가영의 관점, 종현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각기 다른 사정과 이유들. 혼자 풀어내려 애쓰기도하고 타인을 통해 숨구멍을 찾기도 하는 것. 자신을 갉아내는 것이든 타인이 긁어낸 것이든 다시 덮어지고 채워지게 되어있었다. 다만 이렇게 시간이 걸리긴 한다는 거겠지. 악마가 어린 종현에게 열감지와 맞바꾼 능력은 믿음이었고, 확신이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가지고 간게 없지만 그럴거라고 지레 짐작해서 스스로를 누그러뜨리고 살았던건지도 모르겠다. 이 또한 내가 그들과 함께하지 않아서 그들을 두루 살펴보고있는 이야기 바깥의 인물이라 단박에 알아차린거겠지. 악마가 이 녀석들을 답답해 하는 것 처럼 나 또한 한발짝 떨어져 보고 있으니까 '야이~ 답답이 놈들아!'라고 성질머리 내며 뒷덜미 잡고 집밖이든 어디든 꺼내볼 구실을 찾을 것이다.

​

악마 너 마저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뭐라고 잠식되어있을까. 이런건 또 지기 싫으니까 너 만큼이나 나 또 한 열심히 살아야겠다. 악마한테 졌다는 인간으로 남을 순 없으니까. 또 그런건 내가 아니니까. 그래서 조금 지치고 벅차도 그냥 해보련다. 열심히라는 무지막지하고 단순한 그 행동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