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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되고 싶어 ㅣ 위픽
김화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많고 많은 사물 중에 왜 하필 개구리인지 궁금했다. 기대하지 않기와 실망하지 않기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도 더해보며 인간관계와 연약한 유대감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이야기속 주인공은 우물안 개구리로 살다가 팔짝 뛰어 오르고 싶었으리라 추측하며 수경, 가은, 완의 대화들을 들어본다. 기대와 실망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사람들에게 치였던 나의 과거를 들춰보며 무감해진 가은과 지금의 나를 나란히 두며 별반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접어 들 수록 나와 가은의 문제인지. 다들 한 곳을 10년 가까이 다니면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가은의 행동을 따라가본다.
익숙해진 세상. 어찌어찌 하다보니 살아온 날들의 3분의 1의 시간동안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장소. 익숙함에서 오는 무료함인지 평안함에서 오는 도파민 부족인지. 고여있는 우물탓인지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며 아등바등하는 것이 므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 그게 책 속의 가은이었고, 책 바깥의 나였다.
수경이든 완이든 결국 직장에서 뻗어가는 인간 관계에서 얻어진 인맥이었다. 이 곳이 없었다면 교차되는 지점도 없었을테니 아예 모르고 살 인연이라는 것이다. 고로 회사라는 소속감을 벗어난다면 금새 끊기고 마는 고리. 직장 동료 완, 완의 친구인 수경. 회사가 만들어준 일정한 조건을 갖춘 어른들. 같은 지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유난히 반짝이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 그래서 나도 옆에 있으면 빛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들로 통해 얻어지는 나의 발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니 수경을 성향을 동경하고 완의 바뀐 태도에 아쉬움이 큰 것이겠지. 가은은 마주하고 있는 그들에게 오는 에너지를 얻고 싶어보였다. 같이 있으면 닮아질까 하는 기대감이 "나는 상대를 나의 거울로 봤다."는 말로 옮겨지기도 했다.
나른하지만 온화해보이고, 평온한 표정에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개구리. 저렇게 앉아있더라도 개구리는 펄쩍 뛸 수 있는 걸 모두가 아니까, 가은은 그걸 바라는 것으로 보였다. 톡톡 건드려 이제 뛰어 보지 않겠냐고 외부의 자극을 주는 것은 가은의 승진 통보일 것이고, 개구리 스스로가 몸을 움직이는 것은 바뀐 직급과 상황으로 인해 이제 직접 움직이고 다른 액션을 취해야하는 가은의 새로운 직무 수행으로 보였다.
개구리는 결국 수경이었다. 우물은 고여있던 자신의 마음일텐데 이 우물의 권태와 우울은 뛰어 오른다고 사라질까? 여전히 고여있고 머물러 있을텐데 날뛰느라 바빠서 시야에 들어오지 않다 하여도 그 감정과 공간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다. "가끔 내 우물에 놀러 와."라는 문장은 결국 고여진 우물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감정과 시간의 주기에 따라 더 도드라지거나 더 얕게 보이는 것으로 간주해본다.
그 시절 가은을 심해에서 꺼내주었던 완도, 지금의 가은을 환기시켜주는 수경도 한 시절이었다. 서로의 우물에 들러 여기가 안전한지 손잡아 끌고 나와야할지 살펴주는 존재. 가정방문하며 우리 애 잘 살고 있는지 기웃거리며 살펴주는 수고로운 눈짓과 행동. 권태로운건 알지만 몸이 반응하는 관계속의 츤데레 기질이겠지.
📖좋은 점은 이제 더 이상 회사에서 이유 없이 긴장하거나 오들오들 떨지 않는 다는 것. 나쁜 점은 무엇에도 설레거나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 좋은 점은 누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것. 나쁜 점은 내게도 만족스러울 일이 거의 없다는 것. 좋은 점은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싶어 안달복달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점은 아무것도 상관이 없어져서 벅찰 일도 없다는 것. 좋은 점은 예전만큼 근무 시간 내 심경이 일분일초 일희일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업무에 사람에 빈정 상하는 일은 있어서 올라가는 일은 없어도 아래로는 내려간다는 것.
비단 9년차의 수경만 그러할까? 13년차의 나도 똑같은 소리를 하고 앉아있으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감정이라는 것을 염두해두고 직장인 나부랭이로 살아야 할 것이다. 잊지말자, 권태는 나의 친구이며 한 달에 한 번 급여 입금받는 날에만 기척없이 사라져 잠깐의 행복을 맛보도록 해 줄테니, 이 관계는 기저에 깔고 둬야하는 마음으로 살아내야 함을 매 순간 새기면 덜 서러울 것으로 보여진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옆자리 동료도 내 뒷통수를 보고 앉아있는 상사또한 똑같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