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심 ㅣ 위픽
전건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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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심', 그리고 '네가 평안해졌으면 좋겠다, 진심이야' 이 두 제목을 놓고 보면 므슨 소리인가 싶다. 미워하는 마음과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 이게 한 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가?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평안을 바라며 상대를 이해하고 마음을 곱게 먹으라는 건가 싶은 물음표 가득한 표지.

그래서 처음보는 저자의 이름이지만 읽고싶어졌다. 이 얇팍한 책에서 어떠한 마음을 드러내고 어떠한 마음을 먹게 할런지. 그리고 나는 책 속 인물들을 이해하고 공감 할 수 있는 깜냥을 지닌 사람일지에 대한 여러가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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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러하 다. 숨 쉬는 것 만으로도 지치는 여름밤. 나이도 어린 직장 상사가 승진길까지 막았다길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밤. 애인에게 직장상사 험담을 하며 한탄과 짜증을 토로할 때 애인 K는 느닷없는 무서운 이야기를 꺼낸다. 실없는 소리 한 적 없는 그가 꺼내는 이야기. 몇 해 전 노숙자 쉼터에서 알바하며 알게된 최씨와의 일화. 도움을 받은 그는 K에게 보답을 하고싶다며 딱 한 사람만 죽여줄 수 있다며 섬뜩하지만 솔깃한 제안을 한다. 마침 그 즈음 K를 힘들게 하던 지도교수가 떠올랐기에 고민 끝에 교수의 이름과 생시, 그리고 K의 손톱을 건낸 후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일화를 늘어놓는다. 대신 상대가 죽으면 그걸 사주한 사람에게 중요한 무언가도 같이 잃게 됨을 알렸는데, 그럼에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걸 사주하게 된 이후의 삶. 농담이라 하기엔 너무 또렷하고, SNS에 떠도는 괴담이라 하기엔 너무 흔해빠진 것 같은 K의 말들. 무고를 바라고 이후의 삶까지 말했고, 이제 K는 연인에게 제안한다. 너도 이름을 적을래?


📖앙심이라는 게 얼마나 사소한 일에서 싹트는지 너도 잘 알겠지? 그리고 그렇게 한번 싹을 틔운 원한은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 내면을 잠식해나간다는 걸, 너도 알 거야. 그러니 됐어. 그 앙심을 채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해.

미워하는 마음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을까? 미움의 깊이와 정도만 다를 뿐이지 싫어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감정을 적립해가는 인간들이 몇몇 있을 것이다. 미워 죽겠다 싶고, 너죽고 나죽자 싶은 분노에 찬 적도 있고,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싶은 한탄과 포기의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살기를 띄며 어찌 저런게 사람이다 싶을 때도 있는데 결국 우리는 그러다 제 풀에 지쳐 이러한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사람이 밉다고 모두가 찔러 죽이는 일도 없고, 흠씬 두들겨 패며 앙갚음 하는 사건사고는 그리 흔하지 않다는 걸 봐도 우리는 제법 화를 잘 누르는 누름돌을 지니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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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도 이러한 일이 있었던게 20대 초반이지 않던가. 지금의 나로서는 K의 제안에 주저함보다는 되려 종이를 다시 밀어주며 딱히 쓸데가 없다고 말하게 될 듯 하다. 미워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나이가 들면 미워하는 마음에게까지 쓸 에너지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저런것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데 내가 왜 고민하나 싶어하며 흐린눈으로 눈엣가시의 인간을 못본척 하게된다. 그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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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도 혈기 왕성하던 시절이라면 K의 말에 솔깃해서 건네받은 종이를 한참동안 만지작거리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지 싶다. 타인을 향한 살기가 간절한 마음으로 타인을 뚫어버리고, 남겨진 살기가 나를 치고 간다 한들 일단 뵈는게 있을까? 미워하는 이가 눈물 흘리는 꼴을 보는 쾌감이 더 크게 느껴 질 터이니 K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도 있겠다. 이른바 너 죽고 나 죽자 모드의 전투 상태라는 거겠지. 등가교환에 대한 성찰이든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해하는 심상 중 하나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당신은 그 마음을 여전히 품고 살런지, 아니면 저런 놈은 그냥 저리 살다 죽게 냅둬야지 라는 느슨한 방임의 마음으로 살 것인지는 각자의 연령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 질 것으로 보인다.

죽이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며 분노를 안고 산다면 매 순간이 지옥일 것이고, 최씨가 했던 것 처럼 K가 건넨 종이에 이름을 써서 준다면 죽였다는 마음에 불안을 안고 사는 것 또한 매 순간 지옥에 사는 것은 동일하다고 보여진다. 이왕 지옥방에 떨어진거 저 자를 없애는게 맞을까, 나를 태워내며 소멸하는게 나을까. 이도 저도 아닌 지금 나처럼 지랄 발광을 하든 미쳐 날뛰든 등 돌리며 안보면 그만이다 싶은 상태로 외면하는 삶을 살 것인지. 그건 뭐 당신들 선택에 달렸겠지. 일단 K가 준 종이는 받고서 생각해보자. 건네받은 종이가 있다는 것, 그걸 쥐고 있는 것 만으로도 뭔가 죽이고픈 놈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건 확실하니 덜 서럽고 덜 짜증 날 수는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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