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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오니시모, 나폴리 ㅣ 위픽
정대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생전 해보지 않던 짓, 어찌 될지 모르는 미친 짓을 저지르는 기분이었다.'는 작품 속 문장이자 후반부에 나오는 작가 인터뷰에서 볼 수 있는 한 마디.
한순간의 선택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결정적인 순간들로 인해 삶의 방향성과 세상을 마주하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 속 선화와 한의 시간을 빌어 알 수 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낯선 곳에서 이야기가 통하고 마음이 간다고 한들 그 전개와 엔딩이 꼭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고, 이후의 재회 또한 사랑하지 않았던 순간을 후회하는 방향으로 쓰여지지 않아도 소설 한 권이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잠깐씩 주저하던 그들의 대화와 생각들. 주저했기에, 고민하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말하는 얄풋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기에 중년의 선화와 한은 산뜻한 인사를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각자의 시절에 잠깐 스쳐갔던 인연이며, 그때의 서로를 응원했고 시간을 공유했던 것 만으로 만나지 못했고 기억속에만 실존하던 인물들의 안부를 물으며 잘 지내고 있겠지, 꿈은 이뤘겠지 라는 식의 짐작. 결국엔 만났고 그 때를 회상 할 수 있고 현재의 서로를 더욱 응원 할 수 있는 멋진 어른으로서의 순간. 꽤 괜찮은 어른의 삶이며 제법 그럴듯한 어른의 인연이지 않을까.
📖웃는 한의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우리는 왜 남들의 인정을 받아야지만 겨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구는 것인지.
한의 시간들을 보면 20대 후반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후 나폴리로 떠나게 된 고달팠을 순간이 쌓여있다. 피자이올로(피자 장인)이 되려는 이유도 뭘 대단하게 살고자하는 욕망이 서려있는게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만 살아볼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었다. 낯섬이 주는 불안함도 있겠지만 나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평온함. 타인의 시선이 자신을 더욱 쪼그라들게 했던 시절을 짐작해보며 자신을 옭아메는건 스스로의 욕심보다 타인이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시선이 아니었을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각자의 안식을 찾은 후 6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 둘이 아닌 넷의 조합. 한은 그 꿈을 이뤘고, 선화 또한 자신의 평온을 닦아가고 있었다. 각자의 배우자에게 그 시절을 숨기기보다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이유. 악수와 담백한 작별 인사 덕에 6년의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이을 수 있는 인연의 과정이라 여겨졌다. 선화가 완벽하게 느껴진다던 행복한 감정, 한이 만드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베어 물 때 닿았던 그 마음. 남자 대 여자로 사랑하는게 아니라 삶의 동료로서 같이 고난하고 마음썼던 낯선 곳의 응원 덕분이었다 여겨본다.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기억속에 흐릿하고 때론 미화되더라도 그건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자랑스러운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