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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평점 :

현실의 나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개딸들인 성시원, 성덕선이기도 했다. 극중 그녀들이 결혼 할 때 아빠를 살피며 구두 안에 휴지를 쑤셔넣거나, 엄마의 갱년기가 걱정되서 퇴근하자마자 집구석에서 끄집어내 엄마의 세상구경을 동행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별거 아니다 싶은 가족의 일상에도 감정이입이 심하게 들어 울컥하는 순간이 허다하다.(그래서 응답하라 시리즈 후반부는 남편이 못보게 한다. 몇년을 똑같이 봐도 우는게 어이없어 웃기기도 하면서 짠하다고 했다)
드라마가 그러한데 실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오죽할까. 그래서 나는 MBC에서 했던 휴먼다큐 사랑을 제대로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이승환 님의 노래인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의 가사같아서 차라리 이게 허구의 소설같길 바란적도 많다. 이 프로그램이 없어져서 내 눈물샘은 안정기를 찾았다고 여겼는데 그간 적립해 둔 눈물 댐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 왔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되었고, 책을 손에 쥔 후에 다시금 정독하는 이야기들. 실화탐사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화 된건 가장 마지막에 보게되었다. 실화라서 더 밉게만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끝이 보이는 사랑의 기록같아 얄궂게만 느껴지는 현실. 이 모든 순간을 만약이라 가정하며 나로 대입해 보더라도 도저히 감당 하거나 버티기 어려울듯 한데 그걸 해낸 세월까지. 욕심을 부려서라도, 아버지의 손바닥 생명선 주름을 손톱으로 억지로 긁어내어서라도 생의 시간을 벌어보고싶었다. 온갖 미신이라 해도 안 될걸 알면서도 일단 해보자는 그런 마음으로 그들의 시간을 덧붙여보고 싶은 마음에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어삼켰다.
내리사랑이라 해도, 이 마음이 휘둘림 없이 진득하고 곧게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 이 관계가 치사랑이었다면 이도록 긴 시간동안 이어 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게 나였다면, 나의 부모였다면으로 설정을 옮겨두었을 때 나는 완벽하게 그들은 보필 할 뚝심이 있을까 싶은 의심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면서 계속 나에게 되묻게 만들었다. 나라면 그리 할 수 있을지, 나라면 도망가려 하지 않을지. 닥쳐온 현실이 아니라 그런지 그 어떤 것도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나는 절대 피터팬의 아버지같은 사람이 될 수 없을까봐.
1부 아빠의 날들은 꼭두에게 전하는 당신의 시절 이야기들이었다.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그간의 세월을 이야기 하지만 슬픔으로만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꼭두 녀석에게 툭툭 뱉어내는 제법 반짝였고 빛나던 시절부터 20년 넘게 이어오고있는 나홀로 아빠의 세상을 별게 대수라는 듯 휙휙 일상을 던져둔다. 별게 다 별스럽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 쓰이는게 맞을까 싶지만 아버지니까 해야지 별 수 있겠냐는 듯한 태도로 그 시간을 먹어 삼켰다. 나 아니면 안될 일이었고, 나 아니면 못할 일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의 현실 부정의 감정보다 내 몫으로 품에 안아든 자식의 생이라 당연하다 여기며 품에 안아든 시간이 가득했다.
📖공주 종가 마지막 김장_ 작년에는 엄니와 아들이 함께한 마지막 종가 김장. 올해는 처음으로 나 혼자 한 진짜 마지막 종가 김장이 끝났다. 이거 아들이 다 먹기 전에 그놈 살 곳 찾을 수 있겠지?
자신의 일생이 얼마 남지 않은거? 그건 모르겠고, 내새끼 입에 들어갈 것부터 걱정하는 사람. 잘먹는거 좋아하는거 미리미리 곳간 비지 않게 쌓아두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모친의 작고로 인해 비어버린 아쉬움을 넘어선 걱정이었다. 제 입맛을 닮아 아들녀석도 직접 만든 종가의 김치만 먹어치우는 놈이 아버지 없는 순간보다 밥상위에 있어야할 아빠 김치가 없는걸 더 빨리 알아차리게 될까봐 근심이 커지는 것. 이왕지사 그리 된다하더라도 아빠 김치 없이, 아빠 손길 닿지 않는 곳이라도 살데가 있다면 이 없이 잇몸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배추에 양념 치대듯 발라두고 있었다. 결국 자식놈 입에 풀칠 걱정이었다. 당신 몸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픔이 또 이겨먹고있었다.

📖모진 결심 그리고 반전_ 아무리 용써봐도 길이 없잖아. 더는 아들 살 곳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탈출구. 뿐만 아니라, 시간 맞춰 미리 119 불러 놓으면 되니까, 더는 고독사 따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확실한 탈출구. ... ... 차라리 가해자 할게.
이 이야길 참 많이 들었다. 칼럼, 에세이, 사회면 기사, 건너건너 아는 지인의 이야기들까지. 결국 끝은 그게 맞는걸까 싶으면서도 나는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남이니 겪어보지 못한 방관자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미연의 방지를 빙자한 참견도 쉽사리 해서는 안 될거라 여겼다. 그래서 이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어찌 해주지 못하는 입장이 매번 송구스러울 뿐이었다.
2부 아들의 날들은 영원 할 것 같았던 아빠의 손을 벗어난 채로 스스로의 시간을 살아갈 세상을 꾸려두는 이야기였다. 시간을 더디게 먹는 아들. 아직도 아이의 시간을 사는 다 큰 성인의 아들을 두고 먼저 가야만 하는 생의 시간. 아버지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도 다 아는 현실이다. 아들의 시계가 더디 움직이는 만큼 아버지의 시간은 붙들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독자들은 애가 닳는다. 혈연 지연으로 부탁을 할 수 없기에 피터팬 같은 녀석이 네버랜드라는 곳에서 행복 하게 발 딛고 살 수 있는 곳을 꾸려주고 가고픈 마지막 소원. 영생을 바라는 소망도 아니고, 벼락부자를 바라는 욕망의 바람도 아닌데 이게 그토록 어렵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어 나 또한 이 소원에 욕심을 더해보게 만든다.
📖생을 기록하게 된 사연_ 가끔은 내가 연기 천재 아들에게 속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긴 해요.
아빠라는 말도 해 주지 않는 아들. 그러니 속에 있는 마음을 뱉어 낼 줄도 모르고, 저자의 말을 제대로 알아먹었는지도 모를 표정과 표현들. 헌데 가끔씩 표정 너머의 진심을 보기라도 한 것 마냥 행동하고 시선을 맞추고 있노라면 이 녀석은 아빠의 언어 대신 또 다른 언어로 아빠를 봐주고 자기의 시간을 살아가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다만 저자는 그 언어까지 알고 싶은거지. 모르고 지나쳐서 서운했을지도 모를 아들의 표현들 하나하나까지 다 알아주고 반응해주고 싶으니까. 그래서 이 병이 야속하고 얄궂게만 보인다.
📖가을소풍, 선사문화축제_ 종일 아들 손을 쥐고 있느라 저릿저릿한 지 오래인 손부터 해방시킨 후, 탈진한 듯 거실에 주저앉아 순식간에 소주 한 병을 비운 아빠. 어머니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손을 뿌리칠까, 아빠가 손을 놓쳐버릴까 불안한 마음. 그래서 손이 쥐가 나는것도 모자라 퉁퉁 붓도록 꽉 쥐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것. 쉽사리 찾지 못할거라 짐작하는 마음보다, 여린 아들이 혹시나 자길 버린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까봐 안간힘을 다해 붙들어 메어 놓게 되는 간절함.
집안에만 가둬 둘 수 없기에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상속에 날아가다 숨어버릴까 심은 조바심 가득한 마음. 아빠가 제원이 뒤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양가 감정으로 가득했다.
보호자 없이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사회. 가족이 없더라도 세상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사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주지 않아도 되는 사회. 설령 가족과 부모가 포기를 하더라도 세상마저 포기라는 선택지를 두지 않는 사회. 중증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의 시간이 더디게 간다 한들 현실의 공동 돌봄에 있어선 앞선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마중 갈 수 있는 여력이 주어지는 사회가 있긴 할까? 변하긴 할까? 될 수 있을까? 확신보단 의심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내가 살아온 시간에는 이러한 일들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확신보단 의심이 더 컸던거 같다.
누구든 홀로 자신의 세계를 꾸려야한다. 그건 장애가 있건 없건 남겨진 이가 겪어내야하는 삶의 과정이다. 각자가 쥐고 있는 생의 시간은 정해져있고, 모두가 한날 한시에 눈 감을거라는 엔딩 또한 없기에 차곡차곡 쌓아두듯 대비를 해야했다. 다만 장애를 가진 이가 불안 없이 살기 위해선 좀 더 견고한 네버랜드가 필요하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감성에 호소하기보단 현실을 다 드러내어주었고, 그로인해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 혼자선 해 낼 수 없는 처치이며, 복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발달장애 경도에 따른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조례는 얼마나 세분화 되어있는지를 간추린 뉴스가 아니라 실제로 체감하는 이의 목소리를 통해 들었다. 필요가 아니라 당연시 되어야함을 외면했었다. 나역시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을거라고 확신하듯 모른척하고 산 사람들 중 하나였으니까.
저자가 꼭두에게 말하던 이야기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한게 아니라 몰라서 시선을 두지 못했던 거였다. 빼곡하게 들어찬 콩나물시루같은 사람들 틈에 껴서 아등바등 살다보면 내 발치에 닿은 일들만 쳐내기 급급하니 돌아볼 새가 없어 몰랐던거였는데, 방송을 통해서 알게된 이들은 되려 미안함을 드러냈다. 모르고 살았고, 알아보려 하지 않았으며,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안들에 그제서야 주목했고 머리를 맞대며 방도를 찾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피터팬은 열심히 적응해가고 있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꾸리고 있는 중이다. 욕심을 더 부려 본다면 피터팬의 아빠 마저도 좀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부질없는 기대인걸 알지만 차도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 한줄이라도 올라오길 바라게된다.

모든 이들의 삶이 해피엔딩이길 바라며 내일을 꿈꾸겠지만 나는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야박하다는 듯 눈을 찌푸려 보아도 어쩔 수 없다. 다만 당연해야하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수순에서는 예외를 두고 싶다. 욕망을 그득하게 쌓아 부귀를 누리는 엔딩 말고, 이른바 먹고사니즘에 대해서는 불안한 사람이 없길 바라게된다. 남아있을 그들이 아니라 남겨두고 갈 그들이 걱정하지 않을 만큼 마음을 헤아려주고싶게 만든다.
📖출판사 이야기장수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