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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평점 :

저자의 이력이 남다르다. 만년 이야기꾼이라 할 만한 직업군이더라.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메인 연출자. 방송 콘텐츠를 통해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실력 검증된 직업 이야기꾼이라는 것. 현장에서 목격해온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사건 사고 속 인간의 내면 , 관계, 사고방식에 관심을 갖고 쓴 글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야기를 보이기에 앞서 일러두기를 통해 이 중 일부는 실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지만, 등장인물, 지명, 단체 및 주요 에피소드 및 결말은 허구의 창작물임을 언급했다.
뼈대는 실화, 살집은 더욱더 확장된 저자만의 글빨로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을 야금야금 긁어 모아 둔 겪이다. 일단 이야기 속 그들은 현실감 넘치게 살아있는 인물로 다가왔다. 분리된 책장 너머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 이었다. 알만한 사람들에 그럴만한 이야기들이 잘 버무려진 것으로 그 상황이면 나라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으며, 이것은 본능이 이기심과 죄책감을 먹어버린 상태였고, 그 끝에는 욕망으로 마무리 짓게하는 인간의 변화 과정을 그려두었다.

📖위로를 받을 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연습해본 적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내가 슬퍼서 그러는 줄 알고, 더 열심히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래,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자.
아내도, 쌍둥이들도, 어쩌면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삶이란 과정 자체도 완벽한 진실이 아니었으리라 간주 해 본다. 더 크게 보면 이 사람의 인생 전부가 진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 학습화된 것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하는 반응들을 완벽히 습득하였고, 제대로 답변한 걸 보면 이 사람은 아주 바르게 산 사람이라 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사는 사람 꽤 많을껄?

📖내가 원한 건 영웅이 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을 뿐이다. 처음 신고한 일요일도, 그리고 오늘도.
타인의 눈에 들어야만 먹고 사니즘에 제약이 덜 한 세상. 예쁘고 잘나고 과시할 것이 많아야만 주변에서 귀담아 들어주는 것. 다들 시녀라 하질 않나, 파리가 꼬인다 하질 않나. 그딴 하대하는 말로 주변을 바닥처럼 낮춰 말하지만 그러한 무리를 무시 할 수 없어 드럽고 치사한 사회임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이 아니라 그냥 우리 동네, 우리 회사이야기라 너무 또렷하게 이 장면들이 구현되고 있었다. 소신은 모르겠고, 영웅은 말도 안 되고, 그냥 진실을 이야기하며 배운 것을 그대로 행하는 일. 옳고 그른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야하는게 그게 후순위가 되고, 뒤늦게 주목받는 흐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사람과 똑같은 말로 동전 뒤집듯 이랬다 저랬다 하는 주변인의 반응들. 거기엔 그들의 소신이 없다. 눈알 굴려가며 여론에 따라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는 것만 있으니 이들에게 줏대라는게 애초에 있긴 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상을 뒤엎고 싶은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들의 '다음에'가 떠올라서였다.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당장 다음달의 공과금 납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밥 한끼 정도는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삶이라는 것으로 이어진다. 자존심이 밥먹여 주냐는 소리가 있지 않던가. 자존심이랑 돈은 결코 일치 되지 않는다. 그들이 주는 술과 비릿한 고기 한점과 함께 오장육부 속으로 꾹꾹 눌러 넣어두어야하는게 자존심이다. 유명한들 유명하지 않든 나보다 우위에 있다 여겨지고, 나한테 돈 주는 물주들에게는 절로 굽실거려지고 모든게 가능하다는 예스맨이 될 수 밖에 없는 건 이들이 떨궈줄 콩고물이 너무 달큰하고 꼬소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인성이 나쁜 사람'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게 바로 '무능한 사람'이다. 내가 바로 바보 같은 무능력한 인간이라는 사실
한낱 관심과 주목에 심취해서 가장 기본이라 여기던 것에 무심 했을 때. 그간 쌓아온 공이 소실 될 수 있다는 것. 우리도 다들 겪어봤지 않나. 같은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있는 동료가 인성 쓰레기로 싸가지 밥 말아 먹었냐 하더라도 상사가 말하는 개떡같은 지시에 찰떡같은 피드백으로 해결하는 일머리 있는 놈이자 사리분간 할 줄 아는 놈이 제일 사랑받는 다는 것. 사람 착해서 뭐해, 착하다고 일 잘하는 건 아냐. 착한 놈 보듬어 같이 으쌰으쌰 하면 지옥문으로 어깨동무하고 들어가는 겪이라는 걸 사회생활 16년 가까이 해 본 사람으로서 아주 뼈져리게 실감했으니 이건 맞는 말이다. 무지와 무능은 어떻게 뒷덜미 잡고 같이 못 올라가는 놈이다.

📖내가 바라던 복수의 시간은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 알맹이가 사라진 껍데기가 된 기분이었다.
10편의 단편을 통틀어 나는 이 아이가 제일 짠하다. 그리고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는 다는 것 또한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또한 믿지 않게 해 주었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것도 맞는 말이고, 나도 사람이지만 사람 고쳐쓰는 것이 아님을 완벽하게 알려주는 단편이기도 했다. 인간의 본질이라 하지 않던가. 바뀌면 죽지, 어떻게 살겠어.
그래서 더더욱 이 아이의 복수와 집념이 너무 정석의 대응같아 미련하게 보일까봐 우려스러워진다. 옳은 길을 갔고, 꿋꿋하게 버텼고, 꼼수를 쓰지 않았으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다 쏟았기에 완벽한 복수인데도 마음 한 켠에 남는 허탈함이 계속 이 아이를 붙들고 있어 보였다.
혼자만 이를 바득바득 갈았던 복수처럼 보였다. 저기 고깃집에 앉아있는 선생이라는 작자들은 왠 미친놈이 깽판부리고 간거라고 치부하게되겠지. 내년에도 후년에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을게 빤했다. 거기서 끝이면 다행인데 질겅징걸 씹힐 술안주거리로 학교 선생들 회식자리마다 망령처럼 겉돌까봐 마음이 쓰리다. 이 단편은 그런 소설이다. 남의 불행 중에서 가장 짠내 그득해서 내가 뭐라도 해주고픈 그런 이야기. 확마, 콱마, 언니가 저것들 언론사에 꼰질러 뿌까? 이렇게 이 아이의 시절을 추켜세워주고 너는 너대로 잘한 일이라고 허투루 쓴 시간 아니라 백번 천번 말해주고싶다.
악한 놈은 끝까지 악할 거라는 생각은 당연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악을 품는 과정을 그려두었다. 그래서 계속 읽게 만들었고, 이야기 속 그들이 '오죽하면...'이라는 생각으로 저럴 수 밖에 없음을 공감하게 만드는 씁쓸한 동요를 이끌었다. 각각의 단편들을 보면 총 10권의 이야기로 구성된 김동식 소설집이 떠올랐다. 김동식 소설집의 등장인물의 이름은 다 거기서 거기이다. 몇 안되는 인물이름이 각각의 단편에서 존재는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속 성향은 다른 인물로 다시금 인물 세탁이 되어 인간의 딜레마를 보여주곤 한다. 지금 읽고있는 이 소설집의 단편은 김동식 저자의 책 만큼이나 불행의 무게는 비슷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했다. 좀 더 다양한 인물과 좀 더 길어진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왜 그러한 마음을 먹을 수 밖에 없는지를 슬쩍 내비쳤고, 이러한 사달이 나게 된 것은 꼭 내 잘못만은 아니라는 듯 자신의 입장을 토로하고있다. 언제나 이야기의 끝은 씁쓸하고 깔깔하다. 개운한 마무리가 없다. 그래서 날것 상태인 인간의 맛이라 할 수도 있겠다. 모르고 살았더라면 행복했을까 싶은 인물들의 속내. 끝까지 감추었더라면 각의 이야기속 '나'는 답답해 죽을 듯 틈만나면 대나무 밭을 찾았을테고(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쳐야 하니까) '나'이외의 사람들은 아주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마치 모르는게 약이라는 듯 해맑게.
때로는 진실을 감춰야 모두가 편히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삶도 있고, 소신을 감추지 않아야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상황도 있다. 다른 이들은 줏대 없다 한들 자신을 찾아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가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삶도 있으며, 사리분간 못하며 한낯 유명세에 정신 놓고 살다가 뒷통수 된통 맞으며 인생공부 빡세게 하는 시절도 있겠지. 절실한 사람들의 멱살을 쥐고 있는 검은 속내의 사람들은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듯 잘못을 모르고 사는 배우신 양반들이 허다하기도하며, 원하는 정규직을 이뤘으나 이게 족쇄가 되어 이전보다 더 지친 상태로 버티는 삶이 있다. 제대로 인간군상의 이판사판 아사리판이라는 건데 어쩌겠나, 그게 사람사는 판세인걸.
행복을 바라고 행운을 기대하며 불안을 멀리하려고 아등바등 살지만 매번 발치에 들러 붙는것이 불행이었다. 결국 이건 내가 떠안고 살아야하는 그림자같은 놈이구나를 실감하게된다. 이들은 불행의 골짜기에 제 발로 걸어가는 게 아니다. 원치 않았던 것이고 피하려 하다가 개똥 밟듯 운 나빠서 미끌리는 순간들도 허다하다는 걸 알려주고싶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살아도 될 만큼, 내 장기 속에 불행의 울화가 켜켜이 쌓인다 한들 나를 둘러싼 것들은 그래도 덜 불행하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길 바라는 인간 욕망이니 이걸 마냥 해코지하고 밉게만 봐야할지 생각이 많아진다. 짠한 놈으로 여기면서 그럼 그만큼 행복하게 살게 냅둘테니 너는 너대로 죄책감과 팔짱끼며 2인 3각으로 양발 붙들린채 느리고 굼뜨게 살라고 귀여운 악담을 해 줘야 할지 답이 명확하게 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