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와 0수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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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연좌제. 사회생활은 이어가지만 생활 자체는 고립된 듯 끊겨버린 관계성. 복제인간. 나를 닮은 나와 같은 존재이며 기억또한 동일해서 나를 대신하기 충분한 또 다른 인간. 기억판매. 영수가 밥벌이로 하는 기억 가공 작업이었고, 영수가 0수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한 작업물들. 세상이 인간을 기록하는 방식이며 돈벌이의 수단이기도 한 것. 고로 인간이 겪어낸 것들은 값어치가 있었고, 사람을 다시 살게끔 하는 계기가 된다는걸 보여준다. 영수와 0수, 오한과 기특. 김다울과 해도연. 해도연의 모습을 하고있는 또다른 해도연까지. 실존하던 영수와 돈으로 구현된 0수를 마주하는 과정. 영수 본인이 먼저 죽기 위해 0수가 살 방도를 모색하고 밥을 지어 먹여살리는 과정. 영수가 팔아버린 기억. 영수의 기억을 구입하는 사람. 그 기억을 돈벌이가 될 수 있도록 구현시키는 사람. 결국 모든 과정에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이뤄지는 것들이었다. 사람이 없으면 안되는 세상인데 고립을 자처하고, 방호복으로 자신을 에워싸며 외부와의 위협을 차단함과 동시에 자진해서 고립의 길로 걸어가다 만나게되는 이야기. 영수의 모든 에피소드들은 결국 살려고 하는 행동들이었고 죽고싶었던 영수의 바둥거림도 살고싶었는데 방도를 몰라 차라리 죽기를 택했던 건 아닐지. 영수와 0수가 각자를 보는 시선 속에서 독자인 나는 0수가 아닌 진짜 영수의 마음을 가늠해보게된다.

영수로 태어났지만 0수처럼 살길 바라는 저자. 남의 인생인 양 관조하듯, 남의 일인 양 모른 척도 해보며 부담을 덜고 살아보는건 어떨지 아주 조심스레 당신의 삶에 또다른 0수를 만들어보라고 권하고있다. 실체화 하는 것이 아니니 비용은 안 들 테고, 다만 마음을 쓰고 생각을 이분화 시켜야 하니 머리는 좀 아프겠다만 그렇게 해서라도 당신에게 혼잣말을 해보기도 하고, 내 모습을 한 나를 마주하고 질타와 위로를 골고루 쏟아내며 살아낼 구실을 만들었으면 하는 이유를 갖게 하고있었다.

📖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풀었는데 사람들이 사나울 때.

술에 취해서 길을 못 찾는 건데 나는 목적지가 없는 건가 우울해질 때.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는데 자꾸만 어제만 생각날 때.

나도 내가 싫을 때.

나도 나를 포기했나 싶을 때.

인생의 모든 감정이 쓸쓸함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볼 때 이 사람 많이 외롭구나, 털어 놓을 데가 없구나, 죽음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사람을 기다리는 거구나로 모아지는 생각들이다. 혼자 사는게 익숙하다고 한들 그게 괜찮은건 아니라는 것. 계속 추억을 좀먹고 있지만 그것 또한 언젠가 소진이 되기 마련. 그래서 영수는 그 기억들이 사라지기전에 자신이 먼저 생을 끝내려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되었다. 영수든 0수든 영수 안에서 파생된 것이니 같은 추억을 공유할테고 야금야금 곱씹어가며 떠올리는 과거의 행복 찾기 방식은 똑같을 테니까.

📖 내가 나로 혼자가 아니라 너와 둘이라는 게 어쩌면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살가운 일일지도 몰랐다.

외로워서 죽고싶었나, 살 이유가 없었기에 생을 마감하고 싶었던건가. 자살 연좌제로 인해 0수를 만들어 놓고 판깔아둔 후 죽을 각을 재면서도 진짜 죽어야 하는 이유라던가, 죽을 만한 당연한 현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영수의 세상이 너무 버석해서 그랬나 까지 생각하게만들었다.

독단적인 삶을 꾸려야하는 여건이 아니었다면 자연스레 자살연좌제도 도입이 안 되었을테고, 영수의 이야기가 글로 옮겨지지도 않았겠지. 코로나를 겪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개인방역을 앞세운 고립은 세상 곳곳에 또 다른 영수들을 만들어 놓은 듯 했다. 아니라고, 이제 완벽히 이전의 사회로 돌아왔다며 영수만 유별난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하진 못하겠지.


📖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왜 자살은 시도했나, 싶을만큼 열심히였다.

죽고싶다는 사람이 떡볶이는 먹고 싶다 했었고, 오늘을 일개미로 살아온 사람이 깜깜한 밤 강물에 일렁이는 가로등 불빛에 자신을 담궈버리기도한다. 열심히 산다고 모두가 생을 끝을 생각하지 않는건 아니다. 일말의 뉘앙스는 있겠으나 열심히 애쓰는 사람 일 수록 자살의 각을 재는 데에는 빈틈이 없을 수도 있다. 의외로 오늘까지의 내 몫을 반듯하게 마친 후 끝낼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것. 꼼꼼함에 도가 튼 사람은 하지 않아도 될 뒷일까지 생각하는 반듯한 사람일거니까 삶의 열의로 죽음의 이유를 나누지 않아야 할 것이다.

📖 ......그럼 너는, 그 기억이 없어서 그렇게 우울했던 건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죽고 싶을 만큼?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그 기억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았었나?'

기억의 일부를 팔았고, 그 판매한 기억의 일부는 가공이 되었고, 상품화된 기억은 누군가가 값을 치르고 구입을 해 또 다른 누군가의 기억으로 주입이 되고. 모든 재화는 돈이 된다는 물질 만능 주의의 세상은 여전하다는 걸 한번 더 실감하면서 값을 치르고라도 얻고자하는 탐나는 기억이 있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너의 평안을 위해서 너를 좀먹는 기억은 내가 얼마를 치르든 모조리 사서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릴게. 그러니 너는 내 곁에서 행복만 하면 되는거야. 라는 식의 로맨스 판타지 서사. 얼마나 애틋하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면 그럴까 싶은 마음을 헤아려본다. 아마 나라도 그러겠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덜 힘들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가 나를 떠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다 해보겠지. 그러고도 남겠지.,

📖 과거의 기억들이 적금 같았다. 힘들 때 언제든 빼서 쓸 수 있는, 틈틈이 소중히 모은 적금.

하루 이들 며칠 어느 계절을 그 적금만으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영수도 알았다. 적금도 바닥이 난다는 거. 과거의 기억도 오늘을 살아서 생긴 거라는 거.

죽이지 않았으나 죽였다고 착각을 했고, 그 사람을 보는 자신이 죽을듯 아팠다. 착각하는 그 기억을 버리고 싶어 팔았고, 그 기억을 내가 산다면 상대는 좀 편히 살지 않을까 해서 기억을 삼키며 그를 지켜낸다. 살아내는 방식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전부 지키고싶었던게 있었던 삶이었다. 영수의 처지가 짠했고, 0수를 대하는 영수의 시선과 손길에 마음이 쓰였다. 아니라고 부정 할 순 없었지만 곳곳에 드러나는 감정들이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요즘 사람의 면면을 띄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힘들었을까. 세상 사는데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냐고 별거 아니라고 털고 일어나자고 등짝을 퉁퉁 쳐대고 싶지만 별거 아닌 건 없다는걸 나도 아니까 그냥 영수의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쪼그려 앉아있다 '나 간다. 자라!' 라는 말만 툭 던져놓고 사라지고 싶어진다. 이놈 오늘 밤엔 별일 없겠지 싶은 마음으로.

아무리 세상이 휙휙 바뀐다 한들 저자가 말한 것 처럼 인간과 인생 자체를 복제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그러니 우야든둥 살아는 봐야하는거라는 것. 내 몫을 할 다른놈을 지정할 만한 차선책 따윈 없다는 것. 그러니 어떠한 말로 위안과 위로는 못 되어 주더라도 일단 옆에만 있어주고싶게 했다. 적어도 허공을 보며 혼잣말만 하는 일 정도는 없도록. 무엇에 홀린듯 혼자 빈 방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는 말 말고, 일단 들어는 줄 수 있는 놈이 있다는 안도감이 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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