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저자 이름으로서 주는 믿음이 있었기에 자세히 살펴 보지도 않고 덜컥 구입 한 것도 있었다. 지금것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 영화나 영상화 되는 이후 출간물을 염두하고 이야기를 꾸린게 아닐까 싶어지는 소재였다. 이야기의 중반부에는 조금 버겁다 싶은 문장의 장황함이 있었다.

절창이라는 제목 답게, 베인 상처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읽게되는 여성이 이야기를 끌고가고 있으며, 사랑인지 소유인지 집착인지 알 수 없는 사랑을 보여주기도한다. 이 여인을 소유하고 있음으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건지, 능력을 가진 여자를 사랑하기에 더 곁에 두고 싶었던 것인지, 그리고 그 여인을 위해 했던 행위로 인해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소실한 채 살아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글로서 그 공간을 다 표현하지 못할까봐 세세하게 기록했으며, 때론 장황하기도 했다. 촘촘한 설명은 눈 앞에 확실히 현상을 그려내고 있긴 하나 한편으론 더디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장 속 어여삐 여기는 애완 동물같은 그녀를 위해 독서 담당 상주 선생님으로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은 단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확고했던 목표. 남편을 죽이려 한건 아니라는 말은 그녀를 더 자극시킨다. 죽일 의도는 없었던 이, 상처로 모든걸 말하는 이, 그들의 능력으로 남편을 잃은 이. 모든 패는 다 공개되었다. 이로서 상황을 후반부에 황급히 마무리 지으려는 듯함을 느꼈다. 페이지는 얼마 안 남았는데 이야기는 끝맺어야하고, 그러니 갑자기 빨라지는 속도. 중반부의 느슨함이 우려스러웠는지 후반부에 빨라지는 서사들 주워담기.

이번 소설은 나에겐 미감이 뛰어난 영화나 넷플릭스 단편물 제작을 위해 쓰여진 시나리오처럼 와닿았고, 그래서 조금은 아쉬운 저자의 작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건 뭐, 전적으로 내 생각이니 다른 독자들의 의견이랑은 다를 수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대화들 속에서 고전을 인용하는 보스. 읽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던 아가씨. 그리고 새장처럼 그 집에 갖혀살며 서재의 책들과 이야기 하며 지낼 수 밖에 없던 조건. 책이라는 매개체 덕에 교사로 들어 올 수 있었고, 책 속에서 그것을 찾아 낼 수 있었던 이 집의 특성. 보스와 아가씨의 사랑은 애절하다거나 측은함의 느낌은 받지 못했고, 그저 책으로 흥미를 끌어내려했던 좀 알던 보스와 어떠한 매체와 접근할 수 없도록 갖혀진 공간에서 유일한 책을 통해 숨구멍을 트여보려했던 아가씨, 이들간의 흔한 작업으로 죽은 남편에 대한 애닳음과 복수만이 그득했던 선생만 다급했고, 조마조마했던 시간들 뿐만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독서 같은 걸 왜 배우나 생각했으면 내가 여기 올 일은 없었겠지? 시험이 아닌 한 그게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생각하라고 내버려두면 돼.

행위의 목적 자체가 세상에 만연한 쓸모없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에 있다는 것. 결국 인간의 살아 있음 자체가 쓸모없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책을 읽고 반드시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정관념과 강박의 소산에 대한 방향까지 뻗어나가기엔 선생은 다급했고, 아가씨는 이 생활에 적응한듯 무뎌져있었음을 느끼게된다. 효용에 올인하다보면 결국 아가씨도 보스의 효용가치의 수단 일 뿐이고, 선생에게 아가씨 역시 남편의 사인을 알 수 있는 실마리의 끄나풀 그뿐이었다.


예쁘게 꾸며지고 가꿔지는 새장 속의 애완동물같아 측은하긴 하지만, 결국 또 한번의 일탈이나 탈출에 목숨까지 걸 여력을 두지 않는 그저그런 보스의 예쁜 소유물로만 보게된다. 이 사랑이 특별하다 하기엔 소유의 목적이 더 컸고, 유일한 가치가 있는 존재로서의 비중이 컸기에 이 사랑이 유독 귀하게 여겨지진 않는다. 모두가 멀리하지만 아가씨만 곁에 있으니까, 그저 시야에 걸리는 상대였기에 시간이 흐르며 같이 흘러가던 사랑의 감정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겠다. 운명을 믿는다거나 위험한 상황 속에서 싹트는 사랑을 더 소중히 여기는 그런 낭만주의는 아니라 그런지 특별함으로 포장 할 수 없었다. 시야에 얻어걸린, 주변에 있어서 익숙하게 받아들여진 결국 어그러질 존재의 사랑일 뿐이라 말하고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