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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피버 - 긴 겨울 끝, 내 인생의 열병 같은 봄을 만났다
백민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9월
평점 :

2023년 리디 어워즈 로맨스 E북 신인상을 수상한 백민아 작가의 대표작이 눈에 들어왔다.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치유와 희망을 배우는 이야기로 나도 위로받고싶기도 했다. tvN에서 드라마로 제작되 2026년 01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하니 늘 그러했듯 영상화 되기 전에 원작을 읽어보며 글로서도 눈앞에 영상이 그려지는 신기함을 누려볼까한다.
일단 700페이지의 벽돌책. 얼마전에 500페이지도 근근히 읽었는데, 712페이지? 와... 나 괜찮을까 싶어하며 주말에 깨작깨작 책 앞부분을 넘겨 읽었고, 이후에는 생각보다 후루룩 읽어졌다. 마치 대본집을 읽는 느낌이랄까? 드라마로 제작되어 있지만 아직 방영 전 이니 대본집이 나온건 아니었다. 원작을 가지고 극본을 연출하는 사람도 원작자 백민아 저자가 아니라 김아정 드라마작가님이셨다. 그러니 이건 확실히 드라마를 위해 각색된게 아닌 원래 소설인데도 배역들이 각자의 대사를 갖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니 술술 읽혀들어가게했다.
완독 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다양한 드라마를 챙겨보진 않는데,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들이 몇 개 있더라구.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드라마와 비슷한 결을 띄고 있는 뉘앙스를 얻었다. 이 소설은 이도우 작가님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따뜻함과 폭닥함을 갖고 있다면 이해가 빠르려나? 요즘처럼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한 컨텐츠들 속에서 잔잔하겠지만 그래도 여러번 눈길을 주고 싶은 사람 사는 이야기. 아픈 날도 있고, 더러는 오해로 가득차 있어 서러움으로 움츠러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곁에 있는 사람 덕에 살아낼 용기를 얻고, 더 잘 살아가고픈 욕심이 생기는 이야기. 딱 그런 결을 띄고 있어서 어찌보면 심심할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슴슴하니 목구멍에 걸리는 것 없이 후루룩 넘기며 속을 뜨듯하게 데울 만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나에게 그들은 그렇게 기억이 될 듯 하다.

소설은 트라우마로 인해 상처를 안고 시골 학교로 2년간 근무하고 돌아갈 교환교사 윤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름은 따뜻하고 화사한 봄인데, 얼굴에는 곧 비가 쏟아 질 듯한 흐린 상태이며 교류도 적고 말수도 적은, 어둠이 가득한 봄선생. 그러한 무채색의 봄선생에게 나비처럼 다가오는 남자 선재규.(소설을 읽은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나비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외형은 근육질의 키크고 사투리 짙은 걸쭉하고 장대한 청년이라는 점. 팔랑팔랑 나비가 아니라 저벅저벅 대형 나방이라 해두자( ͡~ ͜ʖ ͡°))
고2담임 윤봄과 학급 학생의 보호자이자 삼촌이며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는 윤봄과 정 반대의 결을 지닌 선재규. 윤봄이 아는 선재규의 처음과 선재규가 처음 마주쳤던 윤봄은 다른 시작이었고, 몇몇의 사건으로 인해 윤봄은 제 이름을 찾듯 환해졌고, 밝아졌으며, 과거의 오해들이 해결되지 않은채 딱딱하게 굳어져있던 편견의 꺼풀을 벗어낸 선재규의 뒤 늦은 성장의 시간이기도했다.
깍쟁이같은 서울여자와 투박하지만 내 사람 챙기는 것 하나는 기가막힌 시골 직진남의 조합. 유명한 대학교수 아버지와 수려한 외모의 배우 엄마 아래 부모의 장점만 물려받은 봄과는 상반된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잃고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내던져 졌으며, 친 혈육도 아닌 어찌보면 남남이기도한 조카를 데려다 키우는 자수성가형이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곧은 남자. 보여지는 것에 익숙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밀이 많고, 보여지는 것에는 상관없이 내실을 다지고 자기 사람 챙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성향마저도 다른 주인공이다. 일단 윤봄과 선재규는 어떠한 성정도 겹치지 않는 극과 극의 사람이다. 그래서 이 조합이 재밌다. 혼자 있으면 세상 단조로운 삶이지만 둘이 맞붙여놓으면 사소한것도 웃게되고 걱정스러운 일들도 별게 아닌 듯 되어버리니 각자가 가진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조합이기도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에겐 좋은 사람이 끌어주고 나서주기도 한다는 점. 한결을 걱정하는 교사 봄. 반 친구 세진의 예민한 내신관리에 같이 마음쓰고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는 한결. 부모가 없다는 설움이 덜하도록 애쓰는 삼촌 덕에 큰 이탈 없이 잘 자라주고있는 한결. 방관만 할 뿐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이나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 속에서도 오갈곳 없는 어린 재규를 재워주고 마음써줬던 숙박업소 사장님. 배정된 업무에 대한 예민함보다 같이 으쌰으쌰 잘 해보자며 밥친구도 되어주고 걱정거리도 분담해주는 2학년 1반과 3반 담임 선생님. 첫 만남의 오해는 오해로 끝이나게 했고, 너무 사랑하고 애틋하고 잘하니까 더 잘 하길 바랬던 세진과 세진 부모&오빠와의 관계성. 답사 때 만났던 학생을 기억하고 가출임을 짐작 후 외면하지 않고 세진을 챙기며 낯선 곳에서의 불안함을 경험하지 않도록 챙겼던 필립의 귀한마음. 핑계의 구실을 삼고 싶었고, 저보다 잘난 동생이 얄밉고 그래서 모든 탓을 돌리며 자신의 잘못과 일그러진 행실은 외면하는 강자인척하는 약자 윤청과 다 져주고 큰 소란 안 일으키려하는 윤봄. 자연재해로 불안하던 밤, 자신의 집을 내어주며 동네사람들의 안위를 챙기던 재규.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를 챙기고 병원에 데리고가 검사하고 예방접종 놓아주며 버려진 생명에 대한 마음을 쓰기도하는 봄. 자신의 신변도 보장하기 못하던 낯선 중국땅에서 자기를 챙기기보단 남의 위험을 모른채 하지 않았던 청년 재규와 그 고마움을 알고 지금까지 함께하려는 중국 사장님. 각각의 단상들이 조금 뒤죽박죽 적혀있긴 하지만 어느 하나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엮여있고 설킨 관계이지만 서로가 꽉 붙들고 있기에 살 수 있었고, 버틸 수 있었다. 내가 못하면 도움을 받아 볼 수도 있었고, 그 고마움을 앉고 살다 내 능력에서 해결이 가능 하다면 기꺼이 마음을 써가는 과정을 만나봤다. 사람 윤봄이 누릴 인생의 봄도,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깨우는 계절의 봄도, 마음을 다스리며 주변을 바라보는 공기의 흐름의 봄 마저도 선한 누군가로 인해 순풍처럼 밀려 올 수 있고, 밀려 보낼 수도 있음을 알게 했다. 봄이 모르고 살아온 재규의 어린시절을 보듬기도했고, 봄이 이야기 후반부에 겪게되는 마녀사냥과 그 사건의 실마리를 끄집어내는 것도, 내 사람 챙기고픈 애정의 공기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봄의 열병이 아니라, 세상 모든 기운을 끌어오는 따뜻한 세상의 시작과도 같은 그럼 봄.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선한 사람으로 살고싶어지게 만들었고, 이 드라마가 시작되는 2026년 1월부터 종영 후 마주하게될 그 해 봄 역시도 따뜻하고 산뜻하길 바라게된다.
우리에겐 이 봄이 다시 만날 수 없는 유일한 봄이니까.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