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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평점 :

어느 순간부터 티비를 보지 않았다. 원래도 라디오나 오디오가 익숙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티비를 틀어도 시선을 가게 하는 것들이 없었다. 부모님과 살 적에는 안방과 거실의 티비가 각각의 다른 방송을 송출했고 각자 떠드느라 바빴다. 내 가정을 꾸리고 거실 티비를 두었지만 일주일에 티비 트는 날이 한번 일때도 있었고, 그마저도 거르는 날이 있어 매번 켤 때마다 셋톱 업데이트로 긴 시간을 잡아먹기도했다. 뉴스야 SNS나 포털 메인에 있고, 유튜브로도 봐지니 굳이 찾아서 보지 않게되더라는 점. 그리고 학창시절과 대학때 질리도록 시사 스크랩을 했고, 방과 후 토론이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어 질린 것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 트랜드인건지, 이슈몰이를 위해서인지 자극적인 멘트나 호통치는 듯한 어조의 엥커가 싫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니 일체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기사를 보는게 더 받아들이기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행동이 되려 익숙하게 젖어들어 갈 때즘 클립 영상을 본게 있다. 한민용 앵커가 전하는 '오픈마이크'라는 4분 남짓의 코너였다. 이런 뉴스의 클립이라면 찾아 볼만 하겠구나 싶은 내용들.
당장에 안본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보고 난 후에는 일렁임이 있어서 어떻게든 나도 변하고 싶게 만드는 세상의 이야기였다. 앵커가 직접 준비했다는 이 이야기에 시선이 쏠리게했다. 그래서 찾아봤고, 그게 이 책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책은 최초의 여성 메인앵커라는 수식어를 가진 한민용 아나운서의 일대기를 다룬 것으로 비춰지지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해온 과정이 아닌 하고싶은 것을 하고 잘 하려 애쓴 사람의 부지런한 삶의 틈을 들여다 보는 성공한 내 친구의 자랑스러운 세상살이라 할 수 있겠다.(나보다 한 살 어려서 동년배라 해도 될만한 나이의 명사에세이라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좇는 것. 하고싶은 걸 하는 것. 이왕이면 잘 하는 것. 할 수 있을 때까지 무던히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진득함을 배우면서 어떻게 해야만 잘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 보며 무던히도 애썼을 날들에 대한 격려의 박수와 다가올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응원의 박수를 겹쳐서 보내게된다.

📖나는 지금도 넘어지며 배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런 유의 말은 하지 않는다. 넘어지면 무릎만 까진다. 무릎만 까지면 다행이지, 다리가 부러지면? 뼈다 가 붙고 난 뒤에도 두려움 때문에 다시는 뛸 엄두를 못 낼 수도 있다. 더 크게 넘어져 영구적인 장애를 얻게 된다면? 영영 뛰지 못할 것이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게 끝나버릴 수도 있다. 결국 다시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넘어짐, 다시 시도할 힘까지 몽땅 앗아가지 않을 정도의 인자한 실패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주관적이다.
내 삶의 흥망성쇠는 결국 누구 탓이다? 탓이라 할 것도 없지. 결국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일인 것을. 저자는 여기에 괜한 연민을 부여하지 않았다. 뭐랄까, 우리 식으로 말한다 하면 박명수 어록처럼 일침을 놓으며 정확한 지점을 뚫고있었다. 그래서 속이 시원했다. 어떠한 대상을 탓하거나, 현상을 거론하며 나를 대변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럴수록 나만 비참해진다. 현실 직시하려 하지 않고 회피하는게 잘 보여서 그 꼴을 하며 위로하지 않는게 딱 저자다운 방식이었다.
꼭, 무조건이라 단언할 건 없었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더라도 결국 대성할 마음을 먹고 용을 쓰고 있는 사람이면 되는 것이라는걸 보여줬다.
뭔가, 요즘 청년들의 취업 포기에 이유에 정신이 번뜩 드는 저자만의 삶의 방식이었다. 인구는 줄고,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경쟁 비율은 이전보다 덜하겠지만 여전히 좋은 곳에는 몰리기 마련이고, 다들 비슷한 목표에 목을 메곤 한다. 하나같이 스펙이 대단하다. 그러니 그 바늘구멍을 어떻게 통과해 합격 목걸이를 받을 것이냐에 대한 이야길 한다. 그래서 몇번이고 물을 먹고,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심심찮게 보게된다. 다들 그곳이 아니면 살 가치조차 상실한 사람처럼 군다. 차선책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들의 시작점엔 그 차선책이 인생 실패의 선택지로 지정해버리니 주저앉아버리는게 부지기수였다.
저자도 저 이야길 한 문단 끝에 그런 말을 했다. '나는, 나란 사람은 이렇게 계속 넘어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라고 솔직하게 말 해 주었다. 그러니 일어나지 못할 바엔 한쪽 무릎을 꿇더라도 안정되게 세상을 딛고있는 상태에서 그 시선의 세상을 보면 되는 것 이었다. 한쪽 무릎 꿇고 있다고 영영 그 자세로 있을 사람은 아니니까. 힘 좀 끌어모아 그 무릎을 딛고 일어나 서면 되는거니까. 그건 주저앉았다가 일어서는 것 보다 쉬운 방법이라는 걸 알려줬다. 몸소 실천, 나도 해보니 되더라, 안될거 같은데 되네? 에세이 인데, 계속 나도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하는 자기계발서의 기운을 갖고있어 읽으면서도 얻어갈 단락이 더 많이 보인다.

📖잘 모르면 욕하기는 쉬워도, 제대로 비판하긴 어려운 법이지. 아 물론, 가까워지면 비판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해. 그거 못 하는 순간 기자 아니고 업자 되는거야.
비평가의 시선. 다른 이가 느낄 의문점에 대한 팩트전달. 그리고 그걸 자신의 펜과 자신의 입으로 다수의 사람에게 전달하게될 파급력에 대해. 저자의 선배는 이 당연한 진실을 잊고 놓치고 있을 후배에게 한 번 더 언급하며 어떠한 기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알지만 놓칠 수 있는 것, 알지만 외면 할 수도 있는 이 직업의 진짜 이유. 요즘 말하는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선배가 순화해서 말한 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당연한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 곧은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한번 더 잡아보는 직업으로서의 이유였다. 직업이 곧 자신이라 여길만큼 아끼는 저자에겐 그 것이 삶의 목표와도 같아보였다.

📖무언가를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어쩌면 뻔하고 당연한 가르침을 경찰서를 뺑뺑 돌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깨우친 뒤, 나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 잘해내고 싶은 일에 시간을 쓰기로 했다.
핑계를 대고 싶어하지 않았기에 자신을 쪼개고, 그 틈을 만들어 다시 메꾸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여건을 탓해도 될만큼 빠듯한 삶으로 채워져있는게 맞으니 한 두번 정도는 투덜거리며 순간을 모면해도 되겠다만 그렇다면 자신을 향한 신뢰의 게이지는 줄어들 것임을 알았다. 저자는 늘 그랬다.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큰 사람이다. 이왕 제 몫의 것으로 온 것이라면 탓을 하지 않고 쥐고 있으려 애쓰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낸 것. 주변을 환기시킬만한 타이밍을 찾았고, 그로인해 얻어질 시선에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인파에 휩쓸리기보단 올곧게 서서 나를 다른 곳에도 놓아 볼 줄 아는 마음. 그리고 무리속에서 떨어져나왔다거나 집단활동에서 튀는 것이라 여기지 않도록 제 앞가림도 야무지게 할 수 있는자의 야무진 자기 관리의 방식. 이게 덜 지치고, 더 길게 볼 수 있는 밥벌이의 방식이라는걸 나도 공감하는 바다.

📖나보다 월등히 잘난 인간도, 못난 인간도 없다. 그러니 나는 모두에게 친절하되, 누구에게도 움츠러들지 않으려 한다.
기자이며 앵커의 시간을 보내며 일반인인 나보다 훨씬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만나봤을 것이다. 다들 성공한 삶이라 말해주는 이를 무조건적으로 동경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 이른바 '니나 내나'의 시선으로 보지만 그러함에 있어 예외를 두지 않았기에 사람들을 마주 할 수 있었고, 알아서 거르고, 또 알아서 얻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껍데기는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다. 뭐, 비단 휴대폰 케이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반질거리는 새 보호필름을 붙이고, 흠 하나 없는 탄탄한 케이스를 갈아 끼우면 액정화면을 켜 보지 않는 한 이게 새건지 헌건지 누가 알겠어. 그러니 그 허울에 속지 않으려하는 저자의 사람 대하는 방식이 이 '니나 내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겉 껍데기가 잘나면 혜택도 이득도 있긴 하겠지. 그런데 그게 천년만년 가진 않을거라는 말이다. 그러니 이 챕터를 읽는 그대도 움츠러들지 않으라는 말을 하고파 '니나 내나'정신을 독자들에게도 옮겨심어주고 있었다.
'그래... 사람 별거 없더라. 니나내나 소위 계급장 까고 보면 똑같은 기라.' (왜 이런 말 하면 구수한 사투리가 나오나 몰라)
개천에서 용? 빨래골에서 인재났다? 에이, 요새 그런 말을 왜 쓰겠어. 지 잘난 놈은 어디서든 빛을 보게 되어있고, 노력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어주기 마련인 것을. 그게 저자가 무던히도 애쓰고 노력해온 시간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꼼수가 없었다. 그건 유학생과 알바생의 과정을 쉴새없이 겹쳐둔 것 부터 시작하여, 하리꼬미 하던 꾀죄죄한 한기자의 시절이 모든걸 대변하고있었다. 처음부터 앵커가 꿈이 아니었던 사람. 그렇지만 얻어진 기회는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 그래서 주어진 것을 척척 해내니 뭐라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믿음직스러운데 일복도 많고, 징징거리긴 보단 무던히 쳐내는게 뭘 해도 될 놈 같은 인재상으로 보였다. 그래서 이 기운이 에세이로만 남기보단 자기계발서의 다른 갈래로 놓아두며, 가끔 무얼 할지 고민이고 쉬운길만 찾고싶은데 내 몫의 선택지는 없어 사는게 해이해짐이 느껴질 사람에게 일단 이거 읽고 말하라고 무심하게 툭 던져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제는 매일 뉴스로 출근이 아니라, 육아터로 출근이 되겠지만, 한민용 앵커의 뉴스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바뀐 환경, 새롭게 불려진 다른 호칭으로 마주하게될 세상을 시사해주길 기대해본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